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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라일락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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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에서 돌아오자 책상 위 화병에 떨기나무가지 하나가 꽂혀있습니다. 

"국립극장 산책길에서 가지치기한 라일락이에요. 꽃봉오리를 달고 땅에 떨어진 가지가 측은해서 가져왔어요." 

유희나 완상을 위해 꽃가지를 꺾어 실내에 들이는 꽃꽂이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 아내는 내가 묻기 전에 라일락 가지가 책상 위에 오게 된 경위를 말했습니다. 

라일락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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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내는 요즘 서울에 있을 때면 운동을 위해 남산길을 자주 오르내린다고 했습니다. 

"위기를 느낀 나무가 하루만에 급히 꽃을 피웠네요. 하필이면 잎이 나고 꽃을 피울 봄에 가지치기를 하는지..."

책상위의 라일락 가지를 보면서 아내는 두어 번 잘려 버려진 가지에 대한 애달픈 마음을 내보였습니다.

라일락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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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서재에 내려오자 라일락 향이 코끝으로 스몄습니다.  

봉오리로 남았던 꽃차례가 꽃잎을 활짝 열었습니다. 향기도 더 짙어졌습니다. 

계절에 앞선 라일락 향기의 환대가 오히려 서럽습니다.

파랑의 냉정과 빨강의 열정도 드러내지 않은 보라색 꽃잎의 고상한 맵시가 오히려 외롭습니다.

라일락
 라일락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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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잘라야했던 동산바치는 이 마음을 알까. 

작은 꽃병에 물을 보충해주는 것으로 내 마음을 위로 받습니다. 

전지된 라일락 가지의 상실에 물드는 봄날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라일락,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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