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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가 지난해 7월 10일 상암동 팬택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관리를 막으려고 이동통신사 채권의 출자 전환을 호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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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반전은 없었다. 국내 3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팬택은 사실상 파산이나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팬택은 26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 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19일 기업회생철자를 개시한 지 10개월 만이다. 법원이 채권단과 논의해 법정관리를 중단하면 곧 파산이나 기업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법정관리 폐지 확정까지는 20일 정도 걸릴 전망이다.
법정관리 10개월 동안 공개 매각 세 차례 무산팬택 법률상 관리인인 이준우 대표이사는 이날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면서 "팬택은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어려운 경영 상황을 타개하고자 월급을 자진 반납하고 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최소한의 기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금번 위기를 타개해 생존할 수 있다면 수만 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력 강화뿐만이 아니라 국가 미래 성장산업 발전과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스스로의 믿음과 각오로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주주, 채권단, 협력업체 등 이해 관계자들에게 사죄하는 한편 팬택 고객들에게도 감사와 사과 인사를 전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팬택은 지난 1991년 박병엽 전 부회장이 창립한 벤처기업으로, 2000년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은 3대 휴대폰 제조사로 성장했다. 지난 2006년 12월 자금난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위기를 겪었지만 5년 만에 졸업한 뒤 베가 시리즈를 앞세워 한때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2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말 이후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다시 자금난이 발생했고 결국 지난해 3월 2차 기업개선작업에 이어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관련기사:
시크릿노트도 못 구한 팬택... 2년 만에 또 '워크아웃' )
팬택은 법정 관리 이후 새 주인을 찾아 나섰지만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과 4월 3차례에 걸친 공개 매각이 모두 무산됐다. 법원은 지난달 17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 3곳도 실질적 인수 능력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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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 팬택은 지난 2008년 이 사옥을 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한 뒤 임대해서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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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임직원 1200여 명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고용 유지 처분까지 회사와 인수자에게 맡겼지만 역부족이었다. 기업 파산이 확정되면 남은 임직원들은 자동으로 퇴사 처리될 예정이다.
팬택 한 고위 임원은 "우리 업종이 만만하지 않은 건 알지만 그동안 마케팅 전쟁은 몰라도 기술력 전쟁에선 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크게 성장할 ICT 산업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이렇게 된 게 한탄스럽고 아깝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인수의향서 제출 기업들에 대해서도 신청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 임원은 "법원도 매각 대상을 찾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왜 받아들이지 않았겠나"라면서 "(인수의향서 내용이) 그만큼 허무맹랑했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