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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6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십 명이 국립대전현충 입구에 서 김창룡 파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충일인 6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십 명이 국립대전현충 입구에 서 김창룡 파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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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6일 오전 9시.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십 명이 국립대전현충 입구에서 김창룡 파묘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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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독립군을 학살ㆍ고문한 김창룡이 애국지사 옆에 누워 있습니다"

현충일인 6일 오전 9시. 어김없이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십 명이 국립대전현충사 입구에 섰다. 이들은 십수 년째 3.1절과 현충일, 광복절 때마다 김창룡 파묘시위를 벌이고 있다.

겨레의 성역인 국립묘지에 친일 반민족행위자가 여전히 안장돼 있기 때문이다.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은 대표적 반민족행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함경남도 영흥 태생으로 ▲일제강점기 관동군 헌병대 정보원으로 일하며 항일조직을 무너뜨리고 독립군을 체포하고 고문했다. ▲이 일로 해방 후 친일죄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두 번이나 탈출했다. 오히려 육사 3기생으로 입교한 그는 ▲육군특무대를 만들어 각종 사건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이승만 정적을 제거, 독재정권의 초석을 다졌다. 한국전쟁때는 대전 산내골령골 민간인 학살 등 전국의 민간인 학살을 지시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 1992년에는 안두희가 김구 선생 암살 당시 '실질적 지령'을 내린 인물로 '김창룡'을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사망 42년만인 1998년 대전 국립묘지 장군묘역 제2열 69호에 안장됐다. 방첩 분야에서 혁혁한 공로가 인정됐다는 게 그 이유다. 김창룡이 있는 인근에는 지난 1997년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안현태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경호실장의 묘지가 자리 잡고 있다.

현충일인 6일 오전 9시.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십 명이 국립대전현충 입구에서 김창룡 파묘을 요구하고 있다.
 현충일인 6일 오전 9시.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십 명이 국립대전현충 입구에서 김창룡 파묘을 요구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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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사무국장은 "대한민국 국립묘지 장군묘역이 반민족 반국가 사범들의 안식처냐"며 "이는 국립묘지에 대한 모독이고 진짜 애국지사를 능멸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장군묘역 인근에 있는 애국지사 묘역에는 백범의 모친과 큰 아들이 함께 안장돼 있다.

이순옥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뭐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정부와 국회는 반민족행위자를 이장하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회는 제발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호국영령들의 넋을 편히 쉬게 하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에게도 "반민족 반민주 인사들이 국립묘지를 떠나도록 법 개정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대전국립현충원은 현충일임에도 메르스 영향으로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뜸해 예년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국립현충원은 현충일임에도 메르스 영향으로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뜸해 예년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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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근 민주민생대전행동(준) 대표는 "백강 조경한 선생은 '내가 죽거든 국립묘지에 묻지 말고 생사를 같이한 임정 요인들이 누워있는 효창원 묘역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며 "반민족행위자와 국립묘지에 나란히 누워있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위 이후 곽락원 백범 선생의 모친인 곽락원 지사와 조문기 지사(부민관 의거)가 안장된 애국지사 묘역을 찾아 헌화했다.

곽락원 지사의 묘 앞에 선 유조웅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은 "반민족 반민주인사들을 국립묘지에서 떠나게 해 반드시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시민들의 청원으로 내란·외환죄를 범하거나 친일·반민족 행위를 한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고 이미 안장된 경우라도 이장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법개정안'이 상정됐지만, 의원들의 무관심과 냉대로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한편 이날 대전국립현충원은 현충일임에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뜸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태그:#대전현충원, #국립묘지, #김창룡, #현충일,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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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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