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누군가를 맞는 다는 것은 기쁨이자 두려움이고 슬픔입니다. 복잡한 유기물의 집합인 인간의 기제를 모두 해석할 수 있는 과학의 시대란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그저 독립적인 '우주(cosmos)'라고 여기며 경탄할 뿐입니다. 새로운 우주를 맞이하는 일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그 우주는 어떤 질서로 운행하는지 알 수 없으니 얼마나 두려운가, 내게 어떤 파문을 남기고 떠나갈 것이니 얼마나 큰 슬픔인가.  

정현종 시인 또한 한 사람을 '우주'로 인식한 분임에 틀림없다.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광휘의 속삭임' 중에서) 

필경 우주일 손님을 맞는 세계 보편화된 기본적인 태도는 호스피탤러티(hospitality)입니다. 우리말로 푼다면, '후한 대접' 곧 '환대'가 될 것입니다.  

프랑스어 '오트(hôte)'는 '주인'이라는 의미와 '손님'이라는 의미를 아울러 가지고 있고, '호스피딸리띠(hospitalité)' 또한 '베푸는 이'와 '받는 이'를 아우르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절대적 환대'의 철학적 논의와 별개로 주인과 손님의 뜻을 아울러 가진 '오트'는 호스피탤러티에 절묘한 입장을 제공해줍니다. 누구도 호스트일 수만은 없고, 게스트일 수만도 없습니다. 저는 긴 여행 동안 수많은 환대를 접했습니다. 그때는 게스트였고 지금은 호스트입니다. 여전히 변함없는 것은 프랑스어 '오트(hôte)'라는 양가적 입장입니다.

페르시아에서는 손님을 '신의 선물'로 여겼습니다. 지금도 극진한 환대의 방식이 이란이나 터키에 남아있습니다.

프랑스 파리5구의 작은 영미문학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는 그 오랜 역사뿐만 아니라 2층으로 오르는 출입구에 쓰인 문구 하나가 이 서점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으로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이방인을 냉대하지 말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수도 있으니."

파리5구의 작은 영미문학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파리5구의 작은 영미문학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2 

이제 세계는 이 환대를 각 분야의 산업에서 승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hospitality학'이라는 대학의 전공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환대의 보편적인 규범을 연구하고 비즈니스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가르칩니다.

항공사나 호텔, 백화점 등 많은 직원들이 각기 다른 일을 소화해야하는 큰 기업에서는 이 환대에 대한 정교하고 섬세한 규범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백페이지의 매뉴얼을 숙지하고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직원교육의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의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 또한 민항기 일등석에서 환대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충돌에서 빚어진 hospitality사건입니다.

대한항공 1등석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마카다미아를 봉지채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 견과류를 봉지를 개봉하지 않고 제공해야하는지 아니면 개봉해서 접시에 담아서 제공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항공사에서 정했다하더라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 기준만이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저의 경우라면 개봉되지 않은 채로 제공되었을 때 위생적으로 더 신뢰할 수 있으므로 그 정도는 직접 개봉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에서는 환대의 기준을 최소한으로 완화하고 일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우를 현장직원들에게 결정권한을 위임하기도합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입니다. 114년 역사의 이 백화점 신입직원들은 Nordstrom's Employee Handbook이라는 75단어로 된 수첩을 지급받습니다.

Nordstorm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을 우리 회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의 으뜸 되는 목표는 뛰어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개인적, 직업적 목표를 아울러 높게 설정하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Nordstorm 규칙: 
규칙 #1: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판단을 내리십시오. 더 이상의 규칙은 없습니다. 

당신의 부서장, 점장, 본부장 누구에게나 언제, 어떤 질문이든지 자유롭게 물어보십시오.


결정권을 위임받은 사원은 판매하지도 않은 상품은 환불하는 결정을 합니다. 바보스럽게 여겨지는 이 결정은 이 백화점의 감동서비스 사례로 인구에 회자되고 결국 노드스트롬 백화점이 백화점 체인의 신화를 일구는 바탕이 됩니다. 또한 호스피탤러티가 어떤 폭발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바이블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직원들이 함께 손님을 맞아야하는 항공사나 백화점, 호텔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환대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한다고 해도 모티프원과 같은 작은 게스트하우스나, 동네의 개인 커피전문점 혹은 레스토랑에서 대형 기업에 맞설 수 있는 환대의 원칙은 '원칙 없음'이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원칙 없음'의 의미는 개별성입니다. 각기 다른 사람의 기호를 가장 적합하게 대응하는 매뉴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대면하는 현장에서 각 개인이 그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호스피탤러티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환대인 것이지요. 그러므로 아무리 촘촘하고 세밀하게 갖추어진 매뉴얼이라고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퍼지한 개별적 상황을 모두 규명할 수 없습니다. 

호스피탤러티는 결국 관계맺음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각 개인의 다른 내제된 질서로 작동하므로 보편타당한 매뉴얼이 마음으로 우러나는 관계맺음일 수 없습니다. 진정성이 바탕이 된 관개 맺기는 개인 모두가 자신의 질서가 중시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합니다.

모티프원에서는 땅콩을 개봉해서 드리든, 봉지채 드리든 시비하지 않습니다. 아니, 땅콩을 내지조차 않습니다. 손님을 대할 때 양손을 단전으로 모으고 45도로 허리와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심지어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자세로 서서 응대하기도합니다. 

고객님이라는 호칭대신 무작정, 오빠나 누나라고 말해서 게스트가 당황하기도합니다. 하지만 함께 웃는 호쾌한 웃음에서 땅콩, 배꼽인사, 고객님이라는 용어가 주지 못하는 시원함을 경험합니다.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인.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호스피탤러티조차 계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IT 기술을 활용한 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서비스의 이용객들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의 만족도를 고백하도록 한 것이지요.

특히 전세계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에어비앤비(airbnb)는 이 호스피탤러티의 계량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결과는 게스트에게 어떤 호스트를 선택해야 좋을 지에 대한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고 호스트 또한 사전에 게스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으며 에어비앤비로서는 노쇼(noshow)같은 예약을 하고도 나타나지 않는 불량고객을 사전에 분별해낼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모티프원에도 이용객들의 다양한 평가가 공개되어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온 데이스와 플로라
모티프원은 아름다운 집에 멋진 룸을 가졌습니다. 더욱 특별한 것은 너무나 격조 있고 친절한 주인장 이안수씨가 게스트를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헤이리를 방문한다면 바로 이 모티프원에서 밤을 보내보지 않고는 결코 헤이리여행을 완성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안수씨는 헤이리 마을의 역사를 함께 이루어가고 있는 한사람이며 헤이리 마을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모티프원은 서울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완전한 피난처입니다. 안수씨는 모티프원에서 진심으로 손님을 맞습니다. 모티프원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있지요. 바로 갈아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커피부터 심신을 새롭게 하는 샤워와 헤이리의 역사를 들을 수 있는 포근한 식탁에서의 대화까지... 그 집의 벽은 온통 서가와 그림과 사진들로 연이어져있어서 이곳이 진정 예술마을임을 상기하게 합니다. 이안수씨는 헤이리 정신으로 체현(體現)된 놀랄 만한 주인장입니다.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친절과 존중과 환대로 가득합니다."

에어비앤비에 남겨진 후기. 에어비앤비는 게스트와 호스트가 모두 상대를 평가할 수 있는 후기를 남기도록 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에 남겨진 후기. 에어비앤비는 게스트와 호스트가 모두 상대를 평가할 수 있는 후기를 남기도록 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게스트가 호스트에게 비밀스럽게 말하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 숙소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로그인한 호스트에게만 보이게 됩니다.  

모티프원을 다녀가신 호주의 극작가는 그 난에 이렀게 썼습니다. 

"You!" 

환대의 극치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호주에서 오신 한 극작가도 '사람'에 주목했습니다.
 호주에서 오신 한 극작가도 '사람'에 주목했습니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환대, #호스태빌러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