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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지뢰 폭발' 순간에 대처한 수색대원들에게 훈장·표창을 추진키로 했다. 이들 수색 대원이 지뢰가 폭발해 흙먼지가 솟아오르는 순간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군이 운용 중인 열상감시장비(TOD)에 그대로 찍혀 TV 영상으로 방영됐다. 이 장면은 이번 '지뢰 폭발' 사건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기록되고 기억될 듯하다.

군은 지난 4일 발생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북한의 도발 사건으로 단정 짓고 현 정부가 하나가 되어 북한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전쟁 일보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다가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귀결됐다.

육군본부는 "1군단이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 때 부상자들을 성공적으로 후송한 1사단 수색대원 8명에게 훈장과 표창을 주는 방안을 건의했다"며 이들 수색 대원에게 적절한 포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육군이 열상감시장비(TOD)에 찍혀 안방의 TV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검증된 수색대원들의 대처에 대해 표창을 검토하는 것은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TOD에 찍힌 생생한 장면이 급박한 현장의 모습을 전달한 것을 되새길 때 조건반사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이 하나 있다.

북한이 도발했다는 지뢰 매설 장면에 대한 TOD 기록물에 대한 것이다. 지뢰 폭발 직후 군은 악천후 등으로 인해 북한군이 매설하는 장면을 찍히지 못했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이 TOD와 관련해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군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사고 발생 현장에서 2㎞ 떨어진 우리 군 일반전초(GOP) 관측소(OP)에 배치된 최신예 TOD인 'TAS-815K'는 야간에도 열을 이용해 적의 동향을 감시하는 기능을 갖춘 최첨단 감시 장비다"
-<노컷뉴스, 軍, 2700억 투입 최신 TOD 배치하고도 "北 지뢰 매설 몰랐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TAS-815K'는 군 당국이 2700여억 원을 투입해 개발·양산한 최신예 열상감시장비(TOD)로 1세대급 TOD의 관측거리가 사람은 3㎞, 차량은 8㎞ 정도였다면, 이에 비해 3배가량 성능이 향상됐다고 군이 홍보한 바 있다. 군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체계개발을 마친 뒤 이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모두 2700여억 원을 투입 양산, DMZ에 배치 중이다.

1세대 TOD의 경우 화질이 좋지 않아 설사 원거리 영상을 촬영하더라도 판독이 어렵지만 TAS-815K는 이런 문제점을 대폭 개선된 것이라 한다. 현재 수백 대가 서해 접경지역과 DMZ 인근 OP에 배치됐고,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 인근 우리 군 OP에도 해당 장비가 배치됐다. 그런데 군은 지뢰 폭발 장면만 공개하고 이번에 포상 신청까지 한 것이다.

'TAS-815K',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까?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지뢰 폭발 사고 브리핑 당시 "북한이 도발한 그 지역은 수목이 울창해서 감시 장비로 보기에 매우 제한되는 곳이고, 또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감시 장비로 봐도, 촬영을 해도 허옇게 나온다"고 설명했었다. 국방부 해명에 따르면 이 고가의 첨단 장비가 결정적인 순간에 눈뜬장님이 되어 아무 기능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DMZ에 여름철 수풀이 우거져서 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신형 TOD 도입사업을 시작한 지난 2008년 DMZ에 수풀이 우거지지 않았느냐"며 군이 북한의 지뢰 매설 사실을 지형과 기후 탓으로 몰랐다고 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군에서 싸움에 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을 흔히 한다. 우리 군이 노크 귀순, 대기 귀순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드러냈을 때 거듭 확인된 경고이기도 하다. 군의 존재 이유는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적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의 하나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지뢰 폭발 사건의 단초는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도발 행위라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국방부가 이런저런 정황증거를 제기하면서 내린 결론이 북에 대해 심리방송을 재개하는 결단으로 이어지고 그 뒤 남북 관계는 전쟁 직전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도 지뢰를 매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장면의 기록물을 남측 군이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지뢰 폭발 사건 현장의 수색대에 대해 포상을 추진하기 전에, 당연히 2700여억 원을 투입해 양산, 배치중인 최신형 열상감시장비(TOD) TAS-815K'의 성능 등에 대한 군 당국의 확실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이 장비가 국방부 대변인의 해명처럼 '촬영을 해도 허옇게 나온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불량 장비가 아닌지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군수산업 비리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와 국방부 장관이 방산비리를 이적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군사전략은 흔히 적을 기만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승리를 위해 동원되는 모든 방법이 정당화된다. 이에 따라 군이 전개하는 심리전은 상대가 허위, 기만을 일삼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전체제라는 특성 속에서 군이 보여주는 이런 일상적인 모습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 당국간 회담 개최 등에 합의한 지 3일째인 28일 박근혜 대통령, 육해공군과 주한미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통합화력훈련의 추진 배경이 되고 있다. 가공할 첨단 무기가 동원된 이 훈련은 북은 항상 거짓말을 하며 언제든 도발할 수 있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대북 경계심이 깔려 있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통합화력훈련은 국방부가 발표한 북의 지뢰 도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또 지뢰가 어떻게 아군 정찰 지역에서 폭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가 확인되어야 하는 것은 향후 남북 관계에도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산가족 상봉, 남북 당국 간 협의, 민간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이번 지뢰 폭발 사건의 영향이 미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방부는 지뢰 폭발 이전 최첨단 TOD로 개발됐다는 'TAS-815K'의 작동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국방부 대변인의 말처럼 '흐릿한 장면'이라도 공개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정상적인 군대는 군 내부에서 아군에게 불합리한 결정이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중하게 처벌한다. 군이 자체 점검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군의 약화로 나타나고, 이는 국민을 실망시킨다. 군이 지뢰 폭발 사건과 관련해 포상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동시에 폭발 사건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조치 등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모습도 동시에 보여주어야 한다. 군은 국민의 시선을 따갑게 여기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태그:#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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