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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7000억 달러 - 삼림 황폐화 비율을 반으로 줄일 경우, 2030년까지 얻게 되는 탄소고정 서비스의 가치
1조 달러 - 동물이 매개하는 꽃가루받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의 연간 매출액
1900억 달러 - 꽃가루 매개 동물이 농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의 연간 매출액
70억 달러- 뉴욕시가 자연에 투자해 물을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절약한 돈
21조 달러 - 바다가 매년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
6조 6000억 달러 - 매년 인간의 활동이 야기하는 전 세계 자연 환경 훼손 비용 (전 세계 GDP의 11퍼센트)
720억 달러 - 동식물의 대량 멸종을 되돌려놓는데 필요한 연간 비용 (전 세계 GDP의 0.12퍼센트)

자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는 그 혜택에 취해 '흥청망청' 쓰는데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자연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했고, 얼마나 많은 빚을 지게 되었을까? 망가진 부분을 복구하고 자연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데는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들어야 할까? 이 모든 것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인가?

생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토니 주니퍼는 <자연이 보내는 손익계산서>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자연과 지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지금 당장 바꾸든가, 아니면 앞으로도 이렇게 살든가. 이 책은 자연의 경제적 가치와 인간이 자연을 훼손했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을 화폐로 환산해 제시함으로써 자연 환경의 위기에 경종을 울린다.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은 별개가 아니라 상호작용 하는 존재라는 자각과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기 중에 배출된 기체가 대기 전체에 골고루 분포하게 되려면 약 18개월이 걸린다. 즉 우리가 방금 내쉰 숨은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떠돌며 1년 반만에 걸쳐 지구 전체에 골고루 흩어지게 된다. 우리가 태어난 날 내뱉은 첫 숨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가운데 일부는 지금 열대림 어딘가의 나무에 갇혀 있고, 일부는 또 식물에 갇힌 채 토탄질 습지 안에 남아 있다. 우리가 몇 살이냐에 따라 그 날의 첫 날숨의 또 다른 탄소 원자는 식물과 동물의 안팎을 무수히 들락거리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첫 날숨에서 나온 탄소 원자가 지금쯤 씨앗을 먹은 쥐의 몸 안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쥐가 죽어 썩으면 탄소 원자는 다시 배출되고, 식물이 이를 흡수해 사과 열매라는 형태의 당으로 전환해낸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대기와 빛을 이용해 복잡한 물질을 합성해내는 식물의 능력이 빚어내는 동물 세계와 식물 세계의 밀접한 상호작용이다. (82쪽)

자연은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의 근원이다. 다시 말해 자연은 보험회사, 질병 관리관, 쓰레기 재활용 시설, 보건의 일부, 수도 회사, 해충 방제관, 탄소를 고정해 저장하는 거대한 체계, 태양에너지 전환 장치다. 저자는 "앞날을 생각하면 이 모두를 제공하는 자연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놓고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358쪽)라며 자연을 여전히 성장과 개발의 도구로만 여기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자연의 경제적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꿀벌과 독수리, 굴이 사라진 땅은 어떻게 되었나

<자연이 보내는 손익계산서> 겉표지
 <자연이 보내는 손익계산서> 겉표지
ⓒ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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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인간이 살 날은 4년 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꿀벌과 같은 꽃가루받이 동물이 완전히 사라진 중국 쓰촨성 마오샹 주의 과수농가에서는 꽃가루 매개자가 할 일을 사람이 대신한다. 이 지역은 살충제 과다 사용으로 1980년대에 이미 꽃가루 매개자 대부분을 잃었다. 덕분에 수천명의 농부들이 매년 사과나무와 배나무에 올라가 끈적끈적한 꽃가루 입자를 붓에 묻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146개국에서 나는 농작물 100여종이 식량 공급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71퍼센트가 주로 야생벌을 통해 꽃가루받이를 한다. 나머지는 파리, 나방, 딱정벌레 같은 다른 곤충들 몫이다. 꽃가루 매개자 없이도 잘 돌아가는 농업 체계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 다양성의 확보는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꽃가루 매개 동물이 하는 일을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전 세계 농산물의 연간 매출액 3조 달러 가운데 꽃가루받이를 동물에 의존하는 농작물이 약 1조달러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동물을 통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식물이 전체 농업 매출액의 3분의 1만 차지하는 것은 이런 식물이 주요 농작물의 대부분을 이루지만 밀, 옥수수, 보리, 쌀 등 바람에 의지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몇몇 풀이 우리의 식량 체계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꽃가루 매개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대체 비용을 계산하는 것도 이 질문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유엔 환경계획이 주관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경제학(The Economics of Ecosystems and Biodiversity : TEEB) 이라는 전 세계적 규모의 연구는 2010년 그 가치가 1900억 달러에 이른다고 결론지었다. (154쪽)

바다에서 나는 굴도 마찬가지다. 굴은 생태계 전체의 서식지를 짓는 토목기사이면서 물을 정화하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다닥다닥 붙은 굴 껍데기는 수백여종의 다른 생물에게 집을 제공하며 수많은 치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한다. 굴초가 사라지면 치어가 감소하고 토양이 침식되며 파도와 폭풍 해일의 에너지를 흡수해 홍수를 방지하는 단단한 해저층을 잃어버릴 수 있다. 2001년부터 2011년 사이 미국 전역에서 1백군데가 넘는 굴초 복원 사업이 전개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업 목표는 수질 개선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연안 생태계 보호도 꾀할 수 있었다.

그깟 조그만 굴이 바다를 청소하는 임무를 한다니 가당키나 할까 싶지만 보통 크기의 굴 한 마리가 매일 200리터가 넘는 물을 걸러낸다. 그렇다면 (평방미터당 많아야 보통 크기의 굴 15마리와 어린 굴 15마리가 있다고 가정할 때) 1헥타르의 굴초가 매일 걸러내는 물은 올림픽 규모의 수영장 20개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며, 바로 그 점 때문에 굴은 몇 주 몇 달 만에 연안 지역의 수질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98쪽)

인도는 독수리가 자취를 감추면서 인도 정부가 치른 경제적 대가는 무려 300억 달러에 이른다. 인도 시골 곳곳에 버려진 가축, 동물의 살코기를 먹어치우던 인도 독수리가 사라지자 인도 전역에서는 파리가 들끓는 사체들이 넘쳐났고 속수무책으로 썩어들어갔다. 4천만 마리에 달하는 인도 독수리가 매년 120만톤의 가축 사체를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수리가 사라지자 들개가 불어났고 광견병이 횡횡했다. 광견병은 인도인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저자는 "독수리는 원래는 공짜로 제공되다가 갈수록 우리의 비용으로 전가되는 자연이 제공하는 무수한 서비스 가운데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며 "자연의 가치를 제대로 알면 그 파급력은 실로 심대할 수 있다. 그로 인해 형성되는 숫자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숫자는 일반적으로 수량화할 수 있는 경제활동의 가치를 무색하게 할 때가 많다"고(20쪽) 설명한다.

4대강 파헤친 MB가 꼭 봐야 할 책

책을 읽다보니 4대강을 파헤친 대가가 '빚잔치'로만 끝날 것 같지 않은 공포가 엄습한다. 기업인 출신인 MB는 4대강에 첫 삽을 뜨기 전에 4대강 보존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제대로 따져 보기는 했을까? 따졌든 안 따졌든 간에 4대강 사업은 이미 대실패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국민이 떠안아야 할 빚도 만만치 않다.

부채원금만 8조원에 이자가 4조4천억원이다. 2036년까지 22년에 걸쳐 부채상환을 완료해야 한다. 국민경제도 바닥인데 이제 원치않는 '빚잔치'까지 하게 생겼다. 이것은 4대강 사업 공사로 인해 발생한 부채일 뿐이다. 4대강 사업이 유실시킨 자연자원의 잠재적 가치까지 따져본다면 지금의 '빚더미'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지구 반대편 코스타리카는 한국과 정확히 반대의 길을 걸었다. 단기적인 경제 압력으로 삼림 황폐화에 직면한 코스타리카 정부는 숲의 가치를 수치화하고 자연의 경제적 가치를 찾는 작업에 착수했다. 자연 지역 보호는 물론이고 훼손됐던 땅도 복원했다. 정부 차원에서 '자연의 경제학'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삼림 비율이 낮았을 때는 1인당 GDP가 약 3600달러에 머물렀지만 삼림 면적이 2배로 늘어나자 1인당 GDP가 약 9000달러로 2배 이상 상승했다. 1985년에는 재생가능 에너지와 화석에너지에서 각각 절반씩 에너지를 얻었다면 지금은 에너지의 92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코스타리카에서 자연의 가치 평가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을 낳았다.

영국도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영국은 2011년 처음으로 '국가 생태계 평가'(National Ecosystem Assessment)를 발간했다.(352쪽) 보고서는 영국에서 자연이 제공하는 광범위한 혜택의 중요성과 그런 혜택이 지니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그 가운데 몇몇 서비스가 감소하고 있어 이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 생태계의 다양한 가치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보고서는 영국 삼림지대가 흡수하는 탄소의 경제적 가치를 매년 약 6억9000만 파운드로 평가했다. 개선된 강물에서 얻는 이익은 매년 약 11억 파운드, 습지가 제공하는 연안 보호 가치는 매년 약 15억 파운드로 평가됐고 내륙 습지의 생활 편의시설의 가치는 매년 13억 파운드에 이르렀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경제주의적 사고와 소비지향적 생활방식을 고집한다면 2050년대에 이르러서는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생태 능력의 4~5배가 필요할 것(329쪽)이라고 한다. 지구 환경을 복원, 보존하고 자연 생태계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피할 수 없는 '정언 명령'이다.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치고 물길을 막아놓고서, 4대강 물이 썩으면 정권을 내놓겠다고 큰소리쳤던 정치인들은 이 책을 반드시 보길 바란다. 그들이 다음과 같은 말에 어떻게 답을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생태계의 건강을 보호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매년 생태 발자국을 측정해 그 결과를 발표합니다. 거기에는 경제와 사회 정보도 포함됩니다. 우리가 한 국가로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지요. 경제와 정치와 건강은 자연의 건강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입증해 보이면 정치인들은 대개 우리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 모두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겁니다."(코스타리카 로드리게스 환경에너지부 장관, 351쪽)

덧붙이는 글 | <자연이보내는손익계산서>(토니 주니퍼 지음 / 갈라파고스 펴냄 / 2015. 8. / 16,5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보내는 손익 계산서

토니 주니퍼 지음, 강미경 옮김, 갈라파고스(2015)


태그:#자연자본, #바이오경제,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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