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겨울 이적시장에서 K리그를 대표하는 몇몇 공격수들의 거취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시즌 국가대표팀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이정협(부산), K리그 득점왕에 빛나는 김신욱(울산)은 소속팀과의 의리와 새로운 도전 사이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선수들이다.

  4일 오후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비 최종평가전 한국 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후반 이정협이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대비 최종평가전 한국 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후반 이정협이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판 제이미 바디'로 꼽히는 이정협은 지난 시즌 축구계 인생역전의 주인공이었다. 이전까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2부리그의 무명 공격수였던 이정협은 전지훈련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어 호주 아시안컵 국가대표팀 최종엔트리에 깜짝 발탁됐다. 이정협은 아시안컵에서 2골을 넣으며 한국이 27년 만의 결승무대에 오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로도 이정협은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창 상승세를 이어가던 8월, 경기중 상대 선수의 거친 플레이에 부상을 당하며 잔여 시즌을 날렸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원소속팀에 복귀해보니 부산이 강등을 당하는 기막힌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이정협은 다음 시즌에도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올해 국가대표팀을 통하여 주가를 높인 이정협은 K리그 클래식 구단에서도 주목할만한 공격수로 성장했다. 실제로 몇몇 구단들이 이정협의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으로서도 다음 시즌 승격을 위해서는 이정협의 잔류가 절실하다.

하지만 이정협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프로 선수가 기왕이면 2부보다는 1부에서 뛰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단지 금전적인 보상 문제를 떠나 선수의 동기부여와 목표의식 차원에서도 이정협은 내년이면 25세로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다. 올해 초는 말 그대로 깜짝 발탁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국가대표팀의 단골멤버로 자리 잡은 이정협이다.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한 공격수가 내년에도 2부리그에 머문다는 것이 선수의 성장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냉정히 말해 이정협에게 올 시즌 부산의 강등에 대한 어떤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돌파 시도하는 김신욱 지난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신욱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돌파 시도하는 김신욱 지난 8월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신욱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울산의 간판스타인 '거탑' 김신욱 역시 비슷한 고민에 처해있다. 김신욱은 그동안 몇 차례 해외 이적이 거론되었으나 불발에 그쳤다. 조건이 맞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울산이 계속해서 김신욱의 잔류를 원한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울산이 최근 몇 년간 잦은 감독교체를 겪으면서 새로운 감독마다 김신욱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분류됐다. 김신욱도 자신을 K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키워준 구단과의 의리를 무시할수 없었다.

김신욱은 올시즌 18골 4도움으로 5년 만에 K리그 토종 득점왕 시대를 열었다. 2009년 프로에 입문해 올해로 7년차인 김신욱도 어느덧 30살이 멀지않은 베테랑급 선수가 됐다.이미 K리그 우승을 제외하고 득점왕,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 출전 등 울산과 K리그에서 누릴수 있는 영광은 대부분 누렸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을 받은 김신욱은 올겨울 4주 기초군사훈련으로 병역문제도 마무리되며 다시금 해외진출의 적기를 맞이했다.

K리그 명가인 울산은 지난해 클래식에서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하며 7위에 그치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울산 입장에서 에이스인 김신욱은 여전히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또다른 공격수 양동현이 포항으로 이적한 상황에서 김신욱마저 팀을 떠날 경우 공격력 약화는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김신욱 입장에서도 해외진출은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목표다. 울산과의 의리를 감안해도 김신욱은 이미 팀을 위하여 할만큼 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K리그와 아시아무대에서 충분히 검증을 마쳤고 월드컵까지 경험한 김신욱은 해외에서도 탐낼만한 인재다. 중국이나 중동으로 진출해도 지금보다 더 큰 몸값을 손에 쥐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김신욱의 오랜 숙원인 유럽진출을 타진하려면 벌써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이근호의 사례를 살펴봐도 해외무대, 특히 유럽진출은 한번 적기를 놓치면 다시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사실 김신욱에게 K리그에서의 활약은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기 어렵다. 대선배 이동국(전북)처럼 K리그에서 레전드로 인정받으며 통산 득점이나 MVP 기록을 갈아치우는 목표도 의미가 있겠지만, 선수라면 한번쯤 더 큰 해외무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도전의식과 야망도 필요하다.

더구나 김신욱은 K리그에서의 활약에 비하여 저평가받은 대표적인 선수중 하나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대표팀까지 이어지는 다른 선수들에 비하여 김신욱은 플레이스타일상 한정된 이미지로만 각인되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길을 받지못하고 있다. 석현준·이정협같은 경쟁자들의 약진으로 김신욱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더 큰 무대에 나아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만이 김신욱의 축구인생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선수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이정협·김신욱 모두 지금이 변화를 위한 적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남아주기를 원하는 구단의 사정 또한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이들의 속사정이다. 과연 두 선수는 의리와 실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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