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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시가현(滋賀県) 히노초(日野町)에 다녀왔습니다. 히노초는 오사카에서 전차로 약 100킬로미터 쯤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전차로 가는 데는 2시간 쯤 걸립니다. 히노초에 있는 귀실(鬼室)신사는 백제 유민의 우두머리였던 복신(福信)의 무덤이 있고, 그를 섬기는 씨족 신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서기 668년 백제가 멸망하자 백제 지배층이 수만 명 일본으로 건너왔고, 그들이 집단 거주지가 시가현 히노초에 있었다고 합니다. 히노초에는 귀실신사, 백제사, 석탑사 따위 백제 유민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월에 지내는 산신제 역시 백제 문화의 흔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난 1일과 2일 시가현 히노초 히노가와 강 서쪽에 있는 벳소(別所)라는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일월 산신제 당번을 정합니다. 산신제 당번은 마을 56가족 가운데 세 가구를 가려서 뽑습니다.

    히노초 베소 마을 산신제 제물입니다. 버드나무가지와 츠도 그리고 술, 떡, 밥, 감귤, 오징어, 촛불이 놓여있습니다.
 히노초 베소 마을 산신제 제물입니다. 버드나무가지와 츠도 그리고 술, 떡, 밥, 감귤, 오징어, 촛불이 놓여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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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에서 아버지와 아들 두 명이 참가하여 산신제를 지낼 히츠사(比都佐)신사를 청소하고,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준비에 참가하다 보니 아버지는 전에 산신제에 참가한 경험이 있으니 준비가 수월하고, 아들은 아버지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산신제 준비와 진행을 알게 됩니다.

벳소 마을 산신제는 마을 서쪽 산 위에 있는 히츠사신사에서 지냅니다. 신사 아래에 있는 작은 집에 그동안 사용해온 제기나 도구는 다 갖춰져 있습니다. 산신제 당번은 그해 사용할 제물과 장작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신사 주변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1일 마을 사람들이 히츠사신사에 참배하러 옵니다. 이곳 히츠사신사는 마을 씨족 신을 모신 신사입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새 아기가 태어나면 이곳 신사에 와서 복을 빌고, 아이의 무사 성장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정월 초하루에도 이곳 신사에 와서 복을 비는 하츠모데 참배를 합니다.

2일 오전 6시 무렵 산신제 담당자들이 히츠사신사 아래 산신당 앞에 불을 피웁니다. 그리고 마지막 산신제 제물인 밥을 짓습니다. 밥은 주전자에 물과 쌀을 넣고 장작불에 올려놓고 짓습니다. 밥이 지어지는 동안 준비해 놓은 산신제 제물을 모두 산신당에 펼쳐 놓습니다. 그리고 밥이 지어지면 새로 만든 대나무 주걱으로 밥을 한 번 퍼서 산신단 제단에 놓습니다.

           마을 사람이 산신단 앞에서 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밥을 비롯한 제물을 모두 남자들이 직접 짓습니다. 이 밥은 특별히 주전자에 쌀과 물을 담아서 장작불로 지었습니다.
 마을 사람이 산신단 앞에서 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밥을 비롯한 제물을 모두 남자들이 직접 짓습니다. 이 밥은 특별히 주전자에 쌀과 물을 담아서 장작불로 지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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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산신은 농산물의 풍작을 가져다 주는 여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가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신제는 준비에서 끝날 때까지 모든 것을 남자들이 담당합니다. 그리고 풍년은 다산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성적인 상징물들이 많이 사용됩니다.

대표적인 상징으로 츠도를 들 수 있습니다. 츠도는 볏짚을 묶어서 만들고 그 안에 여러 것들을 넣습니다. 마을에 따라서 작은 돌이나 모치 떡, 볶은 현미들입니다. 그런데 이 츠도가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곳 벳소 마을에서는 츠도 안에 다시마와 멸치를 넣어서 만듭니다. 그리고 음복을 할 때 볏짚 사이를 벌려서 멸치나 다시마를 안주로 꺼내 줍니다.

볏짚으로 만든 츠도 안에 술 안주를 넣어놓고, 술을 마시면서 볏짚 사이를 벌려서 안주를 꺼내서 먹습니다. 이 츠도는 남녀 성기를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성 행위에 통해서 자녀를 생산하는 것처럼 농작물의 풍요와 번성을 기원합니다. 

           산신제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음복하고 있습니다. 술안주는 츠도라고 하는 볏짚 안에서 꺼내서 먹습니다.
 산신제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음복하고 있습니다. 술안주는 츠도라고 하는 볏짚 안에서 꺼내서 먹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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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이후 마을 사람들이 한두 명씩 신사에 올라와서 복을 빌고, 산신단 앞에 펼쳐 놓은 제물 앞에서도 복을 빕니다. 8시 반 무렵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산신당에 복을 비는 일이 끝나자 제물을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서 먹습니다. 음복을 합니다.

음복은 먼저 제물 가운데 술을 작은 접시에 부어서 마시고, 츠도에 들어있는 다시마와 작은 멸치를 안주로 먹습니다. 그리고 밥 주전자에서 주걱으로 밥을 퍼서 주면 받아서 먹습니다. 그리고 제물로 올린 모치 떡과 정어리를 장작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뜨거운 장작불에 모치 떡과 정어리를 굽기 위해서 산신제 당번이 준비해 놓은 대나무 꼬챙이를 사용합니다. 대나무 꼬챙이는 길이가 2 미터로 끝이 날카롭게 깎여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장작불에 모치 떡과 정어리를 구워서 먹는 풍습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치 떡과 정어리를 구워먹는 동안 산신제 담당자들이 제물로 사용한 감귤을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모치 떡과 정어리는 정해진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자유롭게 제한 없이 구워먹었습니다. 이렇게 음복이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신사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산신제는 옛날 농경중심으로 살던 사람들이 행하던 풍습입니다. 농사의 풍년과 다산을 기원하면서 행하던 의식입니다. 요즘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일을 합니다. 비록 농사일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지만 옛적 풍습을 좇아서 지금도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벳소 마을은 마을 옆에 산이 있고, 산 위에 신사가 있어서 산신제를 지내기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음복으로 제물로 사용했던 모치 떡과 정어리를 불에 구워서 먹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음복으로 제물로 사용했던 모치 떡과 정어리를 불에 구워서 먹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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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시가현의 자연신앙, 시가현교육위원회, 2007.
참고 누리집> 시가현 히노초 관광협회, http://www.biwa.ne.jp/~hino-to/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시가현, #음복, #정어리, #히노초 벳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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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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