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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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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30일 오후 7시 41분] 
"위안부에 큰 관심 없었는데, 박근혜정부가 역효과 만든 것"

할머니들 가슴 아픈 사연에 '눈물'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무효 전국행동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육성 증언 동영상 상영과 연극이 이어지는 가운데 참가자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권우성
30일 오후 5시께 서울 중구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 '덩더쿵' 풍악 소리가 도로 위를 메웠다.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화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행진이 시작되는 소리였다.

대학생, 고등학생 등 청년과 일반 시민 300여 명은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행동의 날' 행사를 오후 3시 30분께 마무리 하고 '정의와 기억의 넋전' 행진 길에 나서기 위해 다시 모였다.

'할머님들에게 진실의 해방을'
'소녀에게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노란 천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과 나비 형상을 본뜬 연을 대나무 장대에 매달아 들기도 하고, 각자 집에서 만들어온 손팻말과 현수막을 고쳐 잡았다. 풍물굿패 신바람, 타악 연구소 팜, 풍물놀이 연구소 등 세 풍물패가 앞장 선 행진 대열은 서울시청을 떠나 종로 1가를 거쳐 인사동길로 향했다. 때로 경찰의 질서 유지선에 잠시 발이 묶일 땐 풍물패의 풍악 소리가 더 커졌다. 추위를 잊으려는 듯 풍악 장단에 발을 구르며 춤추는 청년들도 보였다. 

행진에는 중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노소가 참여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김규원(18) 양은 엄마와 함께 행진에 참가했다. 직접 만들었다는 노란 나비모양의 손팻말에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합의입니까?' '우리는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규원 양의 엄마 서미애(45)씨는 "딸이 가자고 해서 나왔다"면서 "사학자가 꿈인 아인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풍물패 바로 뒤에선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세 여학생이 보라색 꽃, 하얀집, 노란색 꽃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들고 섰다. 보라색 꽃을 든 평화나비 네트워크 소속 대학생 박예지씨는 "보라색 꽃은 채 피지 못한 할머니들의 젊음, 여성성을 상징하고 하얀 집은 집에 돌아가지 못한 할머니들의 슬픔을, 노란색 꽃은 세월호의 아픔도 함께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고등학생? 아, 소녀상 있는데 가려고? 어유, 젊은 친구들이 고생 많네."

행진 대열이 인사동길에 들어서자 주변 상인과 행인들이 인도 위에 서서 저마다 응원을 보내거나 행진을 지켜봤다. 외국인 관광객 몇몇은 행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사동에서 전통 그릇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가게 밖으로 나와 행진을 지켜 보면서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학생들이) 나서서 대표해주니 그저 감사하다. 뉴스를 보면서 (위안부 합의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행진은 인사동 길 끝 안국빌딩 맞은편 도로에서 종료됐다. 이들 앞에 선 경찰 병력 70여 명은 행진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행진이 끝난 후 참가 시민들은 인도를 따라 곧바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으로 향했다. 평화의 소녀상에서 5차 토요 시위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는 송기훈씨(대안학교 청춘의 지성)는 행진 마무리 즈음 응한 인터뷰에서 "사실 (평소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합의로 다시 되새기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역효과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나와서 행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1신 : 30일 오후 4시 44분]
"정부는 계속 가만 있으라" 노란 봉투 놓인 사연

"한일합의 전면무효" 국민행동의 날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무효 전국행동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한일일본군위안부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에 참가한 이예린 학생(16) ⓒ 조혜지
"국민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정말 뻔뻔하다고 생각했어요."

동그란  손거울을 요리조리 비춰보며 머리에 노란 나비 모양 핀을 꼽는 여학생. 지난주 처음 수요집회에 참가한 후 30일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행동의 날(아래 국민행동의 날)'에도 참가하게 됐다는 이예린 학생이다. 올해 중3이 된다는 예린 양은 직접 만들었다는 손팻말도 들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광장에서 시작된 국민행동의 날에는 약 3000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최용석 바닥소리 판소리꾼과 정수연 평화나비네트워크 간사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국민행동은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외교 합의 후 약 한 달 만에 열렸다.  

"위안부 문제, 우리가 해결하자... 정의와 기억재단 설립 추진"

역사를 가르치는 조한경 부천여고 교사는 이날 무대에 올라 "학생들이 소녀상을 지키는 것을 보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역사 교사들이 제자들과 함께, 학생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첫 수요 집회가 열린 해 교사가 됐다는 그는 "할머니들의 아픔이 어떤 것이었는지 (제자들에게) 분명하고 똑부러지게 수업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 폐기와 일본 정부의 올바른 법적 배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의와 기억재단' 추진을 알렸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해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단을 설립하는 한일 외교 합의 결과를 무효화 하고, 시민의 힘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가만히 있으라. 우리가 재단을 만들어서 할머니들을 위한 진상 규명도 하고, 일본 정부가 잘못한 것도 밝혀 내겠다"면서 "살아 계신 46분, 내가 피해자라 밝혔던 238분 뿐아니라 전쟁터에 끌려가 한줌 모래알로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분들도 우리 곁에 돌아오게 하는 활동을 이 재단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행동 현장에는 정의 기억재단 설립을 위한 노란 봉투가 시민 사이 사이에 놓이기도 했다.

오늘로 32일째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해온 청년들도 무대에 올랐다.

정주희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밤샘 농성에서 3차례 이상 결합해왔다"면서 "청와대에서 (한일합의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경찰들이 길을 막기도 했고, 가방 검사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부는 대체 무엇이 무서워서 시민과 대학생을 막아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아영 충북 희망나비 대표는 "충북지역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때 '너희들이 독립군이다'라고 말씀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면서 "할머니들이 20년 동안 싸워오신 것처럼, 이젠 청년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구심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일합의 전면무효" 국민행동의 날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무효 전국행동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한일합의 전면무효" 국민행동의 날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무효 전국행동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한일합의 전면무효" 국민행동의 날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무효 전국행동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일본대사관앞 소녀상지키기 운동을 벌이는 대학생들이 참석자들과 함께 '바위처럼'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한일합의 전면무효" 국민행동의 날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무효 전국행동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일합의 무효선언 국민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한편,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 30분께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미리 광장에 도착해 국민행동의 날에 동참했다.

분홍 노조 조끼를 입고 노란 나비 핀을 꽂은 황경순 경남 진주 학교비정규직 노조 지부장은 "우리 노조는 여성 노동자가 90% 이상"이라면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에 공감하고, 경남 지역에서 합의 반대 촛불 집회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최인수 전국서비스연맹 조직부장은 노조 깃발 끝에 노란 나비 모빌을 달았다. 그는 "노동자들도 위안부 합의 결속에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문제와 위안부 문제는 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바로잡지 못한 상황에서 함께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항상 함께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일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국민행동의 날은 오후 5시부터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정의와 기억 넋전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행진은 '서울시청-종로1가-남인사마당-북인사마당'을 거쳐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 이어진다.

행진 후 오후 6시부터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대학생들의 노숙 농성 32일째를 맞아 '한일합의 전면 무효 행동 시즌2'를 선포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태그:#위안부,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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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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