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거들 4명이 간만에 모였다. 현재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있는 한국인 야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그리고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까지 4명이 모두 28일 경기(이하 한국 시각)에 선발로 출전하여 각자의 역할에 한 몫을 했다.

3일 연속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좌익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며 하위 타순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팀의 상위 타선에 배정됐다. 스프링 캠프에서 조이 리카드에 밀려 빼앗겼던 주전 자리를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강정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다리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클린트 허들 감독은 아메리칸리그 룰로 치러지는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했다. 강정호의 체력적 부담을 줄였고, 이 날 3루수로는 백업 내야수 데이비드 프리즈가 출전했다.

박병호와 이대호는 같은 경기에서 나란히 출전하여 맞대결을 펼쳤다. 박병호는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이대호는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렇게 4명의 선수들이 출전하여 김현수는 득점을 올렸고, 나머지 선수들은 타점을 기록하며 팀에 공헌했다. 특히 강정호는 또 속구를 노려쳐 홈런을 날리는 큰 활약을 펼쳤다.

3일 연속 선발 출전... 김현수 주전 고정되나

선발 출전 기회가 뜸했고, 그나마 9번 타자로 출전했던 김현수는 최근 룰5 드래프트 출신 유망주 조이 리카드와의 경쟁에서 점차 우위를 잡아가고 있다. 리카드의 극심한 부진과 맞물려 적은 기회이지만 꾸준히 안타를 때려내는 김현수에게 점차 기회가 돌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자 벅 쇼월터 감독은 이제 김현수를 꾸준히 선발로 출전시키고 있다. 단순히 출전 기회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역할도 바뀌었다. 당초 김현수가 영입될 때 홈런 타자들이 즐비한 오리올스 타선에서 2번 타순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가운데, 드디어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에서 2번 타자로 출전하게 된 것이다.

김현수는 1회초 첫 타석부터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김현수는 상대 선발투수 트레버 바우어를 상대로 초구였던 시속 150km 짜리 속구를 지켜봤다. 그리고 2구로 들어온 시속 140km 짜리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에 맞아 출루에 성공했다.

뒤이은 매니 마차도의 내야 안타로 선행 주자 애덤 존스가 홈을 밟았고(1-0), 크리스 데이비스의 볼넷으로 오리올스는 무사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마크 트럼보와 놀란 레이몰드가 연속 삼진을 당했지만, 다음 타자인 조나단 스쿱의 적시타로 김현수와 마차도가 홈을 밟으며 오리올스는 여유 있게 앞서나갔다(3-0).

김현수는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0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4구까지 물고 늘어졌다. 초구 시속 151km 짜리 속구가 배트에 맞고 포수 미트에 들어가며 파울 팁 스트라이크가 선언됐고, 이어진 시속 150km 짜리 속구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기서 김현수는 시속 124km 짜리 커브를 걷어내며 승부를 이어갔고, 4구 째 들어온 시속 151km 짜리 속구를 타격했다. 비록 중견수 뜬공으로 아쉽게 아웃되었지만, 김현수는 끈질긴 승부로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렸다.

4회초에도 김현수는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현수는 이번에도 3볼 1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 카운트를 이끌어내며 5구 승부까지 이어갔고, 역시 상대 투수 바우어의 투구수를 최대한 끌고 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7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김현수는 교체된 투수 잭 맥컬리스터를 상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뀐 투수 맥컬리스터를 공략하지 못하고 3구 삼진을 당했다. 초구 시속 127km 짜리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간 뒤, 2구 째 들어온 시속 153km 짜리 속구에는 배트가 헛돌았다. 그리고 3구 째 들어온 시속 153km 짜리 속구에 그대로 삼진을 당한 것이다.

7회말 수비부터 대수비 리카드로 교체된 김현수는 이 날 아쉽게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이 0.410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첫 타석에서의 사구로 득점을 기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서 팀의 6-4 승리에 힘을 보탰다.

또 속구 노린 강정호, 스리런 포함 멀티 히트

이 날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선수는 강정호였다. 레인저스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강정호는 이 날 레인저스의 왼손 에이스 콜 해멀스를 상대했다. 첫 타석에서는 2개의 공을 커트했으나, 아쉽게 4구 대결 끝에 삼진을 당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3구 째 들어온 시속 145km 짜리 속구에 타격을 했다. 하지만 강정호의 타구는 레인저스의 2루수 주릭슨 프로파 앞으로 가는 땅볼이 되면서 아쉽게 두 번째 타석이 끝났다.

강정호를 포함한 피츠버그 타선은 5회초에 집중적으로 해멀스를 두들겼다. 선두 타자 션 로드리게스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다음 타자인 조디 머서 타석에서 레인저스 1루수 미치 모어랜드의 실책을 틈타 무사 2,3루 찬스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앤드류 매커친과 프리즈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피츠버그는 본격적으로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확보했다(3-0). 그리고 강정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레인저스는 투수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속구에 강한 강정호가 득점권 타석에 들어선 만큼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강정호는 해멀스가 던진 초구 시속 135km 짜리 낮은 체인지업을 걸렀다. 그리고 해멀스가 2구로 시속 143km 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바깥쪽 낮은 공이었지만 빠른 구종을 노리고 있었던 강정호는 공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겨 버렸다(6-0).

시즌 6번째 홈런을 스리런 홈런으로 날린 강정호는 비록 스트라이크 존 구석으로 가는 공이더라도 속구가 히팅 존에 들어오면 가차 없이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게다가 상대 투수 해멀스가 던진 공은 철저하게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낮은 구석에 걸치는 공으로 제구력에 문제는 없었던 공이었다.

강정호의 스리런으로 순식간에 점수는 6점 차로 벌어졌고, 추가 득점은 없었지만 피츠버그 타자들은 이후에도 끈질기게 해멀스를 괴롭혔고, 5회가 끝나기 전에 그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강정호에게 충격적인 한 방을 맞은 해멀스는 4.2이닝 8피안타(2피홈런) 무볼넷 2사구 5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시즌 첫 패를 당했다(98구). 이전까지 패배를 모르고 시즌 5승을 거뒀던 레인저스의 왼손 에이스 해멀스는 강정호의 한 방에 체면을 구긴 셈이었다.

강정호는 네 번째 타석에서 교체된 투수 루크 잭슨을 상대로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접전을 벌였다. 파울 2개를 걷어내며 풀 카운트 승부를 이끌어 낸 강정호는 7구 째 들어온 시속 137km 짜리 속구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멀티 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8회초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2구 만에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지명 타자로 출전했기 때문에 수비를 보지 않았고, 강정호는 여기서 경기를 마치게 됐다. 추신수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는 바람에 강정호와 추신수의 맞대결은 아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강정호는 29일 경기에도 선발 출전할 경우 레인저스의 오른손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상대하게 된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는 2015년 스프링 캠프 당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며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재활 등판을 마친 뒤 드디어 복귀하게 된다.

맞대결에서 사이 좋게 타점 추가한 박병호와 이대호

박병호와 이대호는 올 시즌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최근 타격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 박병호는 2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팀의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7구 풀 카운트 접전을 펼쳤다.

여기서 에르난데스가 7구 째 시속 140km 짜리 체인지업을 던졌고, 이 공이 박병호의 팔뚝에 맞았다. 다만 1-1 동점 상황에서 더 이상의 점수가 나지 않고 이닝이 종료되면서 박병호는 득점을 기록하진 못하고 1루에서 이대호와 만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대호도 2회말에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 팻 디안을 상대한 이대호는 4구 째 들어온 시속 134km 짜리 슬라이더를 밀어쳤으나 2루수 앞 땅볼로 아쉽게 물러났다. 이후 3회초 트윈스의 빅 이닝이 만들어지면서 에르난데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윈스는 선두 타자 대니 산타나의 2루타로 공격을 시작하며 다음 타자 에두아르도 누네즈까지 연속 안타를 만들었다. 무사 1,3루 찬스에서 브라이언 도저의 적시 2루타로 역전에 성공한 트윈스는(2-1) 조 마우어의 연속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추가했다(3-1).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에르난데스를 안정시켰지만 트윈스의 빅 이닝은 여기서 씉나지 않았다. 미겔 사노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린 에르난데스는 트레버 플루프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낼 때 일단 3루 주자의 홈 쇄도는 저지했다.

그러나 이어진 1사 만루 상황에서 트윈스는 로비 그로스만이 인정 2루타를 기록하며 도저와 마우어가 홈을 밟았다(5-1). 이어지는 1사 2,3루 상황에서 박병호도 3루수 앞 땅볼을 기록하며 3루 주자 사노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타점을 기록했다(6-1).

4회말 매리너스도 반격에 나섰다. 선두 타자 로빈슨 카노가 빠른 발을 이용하여 3루타를 만들었지만, 넬슨 크루즈의 3루수 앞 땅볼로 인하여 카노가 3루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1사 3루 득점권 찬스에서 이대호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게 됐다.

여기서 이대호는 4구 대결 끝에 4구 째 들어온 시속 143km 짜리 슬라이더를 밀어쳤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밀어친 이대호의 적시타로 3루에 있던 카노가 홈을 밟았다(6-2). 그러나 매리너스의 후속 타자들이 모두 범타에 그치며 이대호는 추가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다.

박병호는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에르난데스와 8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처음 2개의 공을 볼로 골라낸 뒤, 3구 째 스트라이크 선언이 들어온 이후 4개의 공을 연속으로 걷어내며 끈질긴 집중력을 보여줬다.

접전 끝에 8구 째 시속 129km 짜리 커브가 들어왔고, 박병호는 이 공을 타격하여 유격수 쪽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내야 안타를 기록했다. 땅볼로 타점을 올렸던 박병호는 안타도 기록하면서 출루 기록을 채웠다. 다만 후속 타자들의 범타로 역시 홈을 밟진 못했다.

이대호의 세 번째 타석은 7회말에 이뤄졌다. 이대호는 디안의 초구 시속 140km 짜리 속구를 바로 받아쳤다. 그러나 이 타구가 유격수 직선타가 되는 바람에 이대호는 제대로 뛰어 보지도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다.

박병호는 8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는 매리너스의 세 번째 투수 스티브 존슨과 대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5구 대결 끝에 5구 째 들어온 시속 145km 짜리 속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이 날의 타격을 마쳤다.

이 날 경기 9회말 2아웃 마지막 타자는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트윈스의 마지막 투수 브랜든 킨슬러를 상대했는데, 초구 스트라이크가 선언된 뒤 이어서 3개 연속으로 들어온 싱커를 모두 걷어냈다. 그러나 5구 째 들어온 싱커가 스트라이크 선언이 되며 루킹 삼진으로 경기가 끝났다.

이 날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휴식을 취하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25인 로스터에 등록된 야수들이 모두 출전하게 됐다. 류현진이 아직 재활 등판에 매진하고 있고, 추신수가 부상자 명단에 다시 들어간 것이 아쉽지만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된 야수들이 모두 선발로 출전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경기를 골라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 채널들 중 메이저리그 중계를 주관하고 있는 MBC에서는 이렇게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늘어난 점을 활용하여 MBC 스포츠플러스2를 개국했고, 토요일 오전에는 지상파 채널에서 한국인 선수들의 출전 장면들을 집중적으로 중계해주고 있다. 조만간 부상에서 돌아올 선수들까지 합류하면 하루 종일 야구와 함께하는 생활을 보낼 날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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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메이저리그야구 김현수3일연속출전 강정호스리런홈런 박병호이대호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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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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