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된 엠넷의 <프로듀스 101>은 최종 선발된 11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배출했다.
이 팀은 지난 5월 미니 음반으로 데뷔했고 최근 발매한 싱글 '왓어맨(Whatta Man)'이 주요 방송 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멤버들이 속한 구구단, 다이아, 우주소녀 역시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11위 안에 들지 못하고 다시 제 갈 길을 가야만 했던, <프로듀스 101>의 다른 상위 순위 참가자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걸그룹이 최근 탄생하여 관심을 끈다.
바로 아이비아이(I.B.I)가 그 주인공.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누리꾼들의 농담으로 언급되었던 "아이오아이의 대항마"이자 가상의 걸그룹이 현실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일단 아이비아이는 데뷔 싱글 '몰래몰래'를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 멜론 실시간 순위 15위에 올려놓으면서,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기존 프로젝트 그룹과는 다른 출발
▲ 로엔엔터테인먼트가 공개산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비아이(I.B.I)'의 프로필 이미지. 팬들이 꾸던 꿈이 현실이 됐다. ⓒ 로엔엔터테인먼트
그동안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서 한시적으로 탄생한 팀들은 종종 있었다. 지난 2012년 연말 SBS 가요 대전 무대를 위해 '대즐링 레드(Dazzling Red)', '미스틱 화이트(Mystic White)'라는 이름으로 방송 공연 및 음원이 발표되었고 최근엔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통해 그룹 '언니쓰'가 디지털 싱글 '셧 업(Shut Up)'을 공개, 각종 순위 1위에 오르는 놀라움을 안겨준 바 있다. Mnet의 <음악의 신2>의 극중 출연진 'C.I.V.A'가 리메이크곡 '왜 불러'를 내놓으며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아이비아이는 이들과는 출발 과정이 좀 다르다. 물론 <프로듀스 101> 출연진들의 인기를 기반에 두고 탄생했지만, 기본적인 멤버 구성은 기획사가 아닌 시청자-팬들의 상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 지난 8일, 아이비아이(I.B.I)는 1thek(원더케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멤버들의 노래방 애창곡 라이브 하이라이트 장면들로 구성된 영상을 맛보기로 공개했다. ⓒ 로엔엔터테인먼트
<프로듀스 101>이 종영하면서 몇몇 시청자들은 11위 안에 들지 못했던 일명 "빚퀵짹푼핸"(16위 '빚' 있는 윤채경, 15위 '빠른'년생 김소희, 12위 '참새' 한혜리, 13위 '푼수' 이수현, 17위 '핸' 이해인 등 이들 5명을 일컬어 부르는 애칭)에 대한 아쉬움을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분출한 바 있다. "이 구성으로 걸그룹이 나오면 어떨까?", "아이오아이의 대항마"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이른바 각종 관련 '짤방'을 양산하기도 했다. 이후 공식 보도자료에도 인용될만큼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이름이 아이비아이(본래 '일반인'의 영문식 표기 'Il-ban-in'에서 따온 '웃픈' 이름)였다. 어찌 보면 이 팀의 '큰 그림'을 그린, 실질적인 프로듀서는 바로 일반 대중이자 팬들이었다.
지난 7월 국내의 대표적인 음반 기획사 중 한 곳인 로엔을 통해 아이비아이의 데뷔가 공식 발표되었고, 각종 티저 이미지, 영상 공개, 인터넷 생방송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정식 음원 공개 당일엔 팬 초청 쇼케이스까지 실시한다. 게다가 만만찮은 완성도의 뮤직비디오도 함께 제작, 공개했으니 이쯤 되면 기존 아이돌 그룹과 다를 바 없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아이오아이와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각자의 소속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터.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활동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비교적 일사천리로 여러 과정이 진행되었다. 대중들의 움직임이나 의견들이 실제 팀 탄생에 큰 영향을 끼친 점을 고려하면, 아이비아이는 향후 프로젝트 그룹의 모범 사례가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시대의 또 다른 생존 전략
해마다 수십 개 이상의 팀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게 요즘의 가요계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신인 팀들은 더더욱 자신들의 입지를 마련하는 게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이는 곧 단순히 탁월한 용모, 실력만으로 뜨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제 인기를 얻기 위해선 데뷔 이전에도 팬들에게 존재감을 알려야 하고 자신들만의 이야기가 필요하고 남들과의 차별성이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당장 올해 등장한 걸그룹 중 그나마 유의미한 팬덤을 확보한 팀은 우주소녀, 구구단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프로듀스101>을 거친 아이오아이 멤버들을 합류시켜 데뷔했거나(구구단) 새 멤버로 보강(우주소녀)하며 팀을 재정비하는 등 대중들에게 이미 알려진 인물들을 내세우며 관심을 이끌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비아이는 향후 멤버들이 개별 소속사를 통해 진행될 정식 데뷔 이전에 한 번 더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미 기존 가수 못잖은 팬덤을 확보한 '연습생'들임을 감안하면 또 다른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가요계의 또 다른 생존 전략으로 주목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