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도둑맞은 책>의 포스터.

연극 <도둑맞은 책>의 포스터. 송영창-박용우, 박호산-조상웅 페어의 매력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 컬쳐마인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은 2인극의 묘미는 다름 아닌 긴장감 아닐까. <쓰릴 미> <웃음의 대학> <트레이스 유> 등이 대학로를 찾는 관객들 사이에서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며 2인극 마니아까지 생긴 요즘이다. 보는 눈은 즐겁지만, 배우에겐 녹록지 않다. 남성 혹은 여성 두 명이 무대를 오가며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선 짜임새 있는 대본은 물론이고, 탄탄한 연기력, 나아가 뮤지컬일 경우 노래 실력까지 담보해야 한다.

최근 공연 중인 연극 <도둑맞은 책> 역시 이런 미덕을 고루 갖춘 작품 중 하나다. 2014년 초연 이후 올해로 세 번째 무대 위에 오른 해당 작품이 강조하는 덕목이 바로 긴장감이다. 천만 관객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납치 사건을 소재로 벌어지는 100분여의 스릴러로 요약될 수 있는 줄거리지만 이야기 흐름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인기 작가 서동윤(송영창, 박호산)과 그를 감금한 작가 지망생 조영락(박용우, 조상웅)의 이야기를 골격으로 가상 시나리오 한 편이 이어지는 액자구조기 때문이다.

과감한 시도들

'도둑맞은 책' 송영창-박용우, 소름돋는 케미 2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도둑맞은 책> 프레스콜에서 배우 송영창과 박용우가 열연을 하고 있다. 유성동 감독의 동명 영화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 <도둑맞은 책>은 슬럼프에 빠진 시나리오 작가가 천재적인 제자의 시나리오를 훔친 뒤 납치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스릴러 연극으로 '2011 대한민국스트리공모대전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1일부터 25일까지 공연.

▲ 송영창-박용우, 소름돋는 케미 지난 2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도둑맞은 책> 프레스콜에서 배우 송영창과 박용우가 열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현재와 가상을 오가는 설정이기에 무대 위에서 두 배우는 서로 다른 감정을 오가야 한다. 이를테면 감금된 서동윤은 조영락의 지시에 따라 한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풀려날 수 있는데 해당 역의 배우는 그 가상 시나리오 안에선 철저히 갑의 위치에 있는 작가로 분한다. 조영락 역의 배우는 그 반대의 위치를 오고 가다가도 각종 부수적 인물, 이를테면 조영락을 수사하는 형사라든지 가상 시나리오 안 묘령의 여인 등 서로 다른 캐릭터를 소화해야 한다.

2인극, 그리고 이런 설정은 곧 배우의 역량을 제대로 드러내는 하나의 시험 무대로 작용한다. 어설픈 연기력이라면 사실 넘기 힘든 장벽이기도 하다. 지난 공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더블 캐스팅에선 영화배우 연기와 뮤지컬 배우 연기를 나눠서 맛볼 수 있다는 점. 송영창과 박용우, 그리고 박호산과 조상웅이 각기 다른 무대를 꾸민다는 게 흥미롭다.

또 하나 무대 중앙 칠판을 투사하는 웹툰이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상 시나리오의 흐름에서 함께 등장하는 웹툰은 사건 진행을 시각적으로 관객에게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무대 공연에 특화된 관객 입장에서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재미가 있는 연극에서 이런 웹툰은 자칫 그걸 제한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둑맞은 책>의 주된 정서는 복수심이다. 그러니까 서동윤의 부도덕한 행위로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는 조영락이 이 모든 일을 꾸미는데, 평정심과 흥분을 오가는 조영락의 모습에서 섬뜩함을 느낄 법하다.

배우들의 도전

'도둑맞은 책' 박용우 2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도둑맞은 책> 프레스콜에서 배우 박용우가 열연을 하고 있다. 유성동 감독의 동명 영화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 <도둑맞은 책>은 슬럼프에 빠진 시나리오 작가가 천재적인 제자의 시나리오를 훔친 뒤 납치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스릴러 연극으로 '2011 대한민국스트리공모대전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1일부터 25일까지 공연.

▲ <도둑맞은 책> 박용우 연극 무대에 처음으로 도전한 박용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그는 이후로도 연극 무대에 꾸준히 참여할 의지를 밝혔다. ⓒ 이정민


공연을 관람했던 지난 17일은 마침 송영창과 박용우가 나선 극이었다. 송영창이야 무대와 영화를 오가며 관객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 배우이다. 그간 코미디와 멜로 영화 등에서 활약하며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는 박용우가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특히 궁금증이 컸던 상황이었다. 이번 극을 연출한 변정주 감독이 먼저 출연을 제안한 배우가 바로 박용우였다는 사실.

카메라 프레임에 주로 익숙하던 영화배우가 전신을 통해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신선했다. 소극장에서 100분간 감정을 끌어올렸다가 가라앉히기를 반복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숙연함마저 느껴진다. 또한, 스릴러라지만 두 배우의 좋은 호흡으로 긴장이 풀리는 지점에선 종종 객석의 가벼운 웃음이 들리기도 했다. 심각할 때는 심각하게, 유머가 녹아있는 장면은 적절하게 그 맛을 살렸다는 뜻이다.

공연 이후 배우 박용우를 만날 수 있었다.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진 듯 "2년에 한 작품씩은 꼭 해나가고 싶다"며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일 첫 회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관객이 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아무래도 잘생긴 배우들이 나와서 아닐까"라며 박용우가 채지 있게 분석했다.

연극 <도둑맞은 책>은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 스릴러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을 선택해도 후회 없을 것이다.

'도둑맞은 책' 송영창-박용우, 소름돋는 케미 2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도둑맞은 책> 프레스콜에서 배우 송영창과 박용우가 열연을 하고 있다. 유성동 감독의 동명 영화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 <도둑맞은 책>은 슬럼프에 빠진 시나리오 작가가 천재적인 제자의 시나리오를 훔친 뒤 납치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스릴러 연극으로 '2011 대한민국스트리공모대전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1일부터 25일까지 공연.

▲ <도둑맞은 책>의 매력 유성동 감독의 동명 영화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 <도둑맞은 책>은 슬럼프에 빠진 시나리오 작가가 천재적인 제자의 시나리오를 훔친 뒤 납치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스릴러 연극으로 '2011 대한민국스트리공모대전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1일부터 25일까지 공연.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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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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