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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봉수대에서 바라 본 인왕산의 모습. 능선을 따라 늘어선 서울성곽이 보인다. 왼쪽 뒤로 보이는 산은 북한산이다.
▲ 안산에서 본 인왕산 안산 봉수대에서 바라 본 인왕산의 모습. 능선을 따라 늘어선 서울성곽이 보인다. 왼쪽 뒤로 보이는 산은 북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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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스토리펀딩에서 <함께 걷는 서울트레킹>이라는 프로젝트를 12월 20일까지 진행합니다. 그 프로젝트 연재글을 알맞게 편집·수정하여 오마이뉴스에 기고할 예정입니다. 이번글은 3편입니다. - 기자 말

나를 설득 해봐요!

"이번에 또 펀딩하니까 한 번만 더 도와줘요!"

얼마 전 만난 지인과의 대화. 나는 능청스럽게 <함께 걷는 서울트레킹>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어차피 돈 벌려고 펀딩을 하는 건 아니었다. 지인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터라, 난 저렇게 능청을 떨면서 돈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냥 편안하게.

"전에 한 번 했었잖아요. 그거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야."
"한 번 했다고 두 번 못하라는 법 있어요. 그냥 하는 거지."
"어차피 인건비도 못 뽑을 거면서... 괜히 돈 냈다가 허무하게 공수표 되는 거 아니에요?"

"뭐 그러겠죠. 그런데 어차피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냥 하는 거지."
"팔자 좋네. 부러워 정말.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부럽기는... 뻔히 사정 알면서. 그리고 펀딩하면서 욕도 많이 먹는 거 알잖아요."

툭툭 말을 던지는 지인. 그걸 또 툭툭 맞받아치는 나. 지인과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었다. 저렇게 이야기를 해대도 지인은 속이 깊은 사람이다.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니까. 지난번에 행한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펀딩에도 거액(?)의 후원금을 내게 쥐어줬었다.

"자 그럼 내가 지갑을 또 열 수 있게 나를 설득해 봐요. 그냥 도와달라는 말은 사절합니다!"

나는 주변 사람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제3자도 설득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본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기본적인 취지에서부터, 다른 펀딩과의 차별성 등을 차례로 설명해나갔다. 본 펀딩의 사회적·공익적 역할 부분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까지 이야기를 해댔다.   

"잠깐, 전이나 비슷하네... 그건 그렇고 방금 말한 리워드 중심이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아, 리워드 중심이요. 리워드 중심 프로젝트라는 건..."

<함께 걷는 서울트레킹>은 기획할 때부터 리워드에 방점을 찍고 시작했다. 다른 프로젝트들이 에코백이나 도서 같은 현물을 리워드로 제공하지만 내 프로젝트는 '트레킹 초대' 식으로 리워드가 제공된다. 그렇게 리워드 트레킹이 5회가 제공되기에 창작자인 나는 후원자들을 5번 이상 만나게 된다.

확실히 다른 프로젝트들과는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이것을 두고 나는 리워드 중심 프로젝트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 부분은 앞선 1화에서도 언급을 했었다. 지인은 그때서야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쉽게 이야기를 하지. 뭘 그렇게 어려운 단어들 써가면서 말을 해요."
"음... 이게 어려운가요?"
"한마디로 자기 돈 만 원 내고, 트레킹에 참여를 한다는 거잖아요. 내 말이 맞죠?"
"맞아요. 딱 그 말이에요."

역시 날카로워! 그런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펀딩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날카로운 지적이 오히려 필요했다.

"리워드 중심이니, 뭐니 하는 어려운 말을 쓰지 말고, 해당 트레킹 코스의 매력에 대해서나 이야기를 해봐요."
"예... 매력이요?"

"그게 현실적이지. 백날 리워드 중심이니, 창작자와 후원자가 만난다느니 하는 소리하지 말고요. 뭐하러 그 구리구리한 얼굴을 보러 가겠어!"
"쩝..."

"처음 간다는 곳이 어디에요? 안산이라고 했나요?"
"네. 서대문 안산이요. 경기도 안산 말고."
"그럼 그 안산의 매력에 대해서 읊어 봐요."

안산 봉수대 전망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 근처에 연세대가 위치해 있어 유학생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 봉수대 안산 봉수대 전망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 근처에 연세대가 위치해 있어 유학생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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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와 다크 투어리즘

안산 역사트레킹은 서대문 형무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시다시피 서대문 형무소는 일제에 항거했던 독립 운동가들이 일제의 혹독한 탄압으로 인해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독립운동가들만 시련을 당했던 것은 아니다. 작고한 김근태 의원 같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분들도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런 아픈 역사 때문인지 서대문 형무소는 다트 투어리즘(dark tourism)의 대표적인 장소로 손꼽힌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이나 학살, 천연재해 등을 당한 곳을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즉 다크 투어리즘은 아픈 기억을 가진 지역을 탐방함으로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로 착안된 테마여행 방식인데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만약 당신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동남아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했다면 다크 투어리즘 여행을 행했다고 볼 수 있다.  

다크 투어리즘을 확대해보면, 서울도 곳곳이 다 그 탐방지에 속할 수가 있다. 조선총독부가 들어섰던 경복궁, 한국전쟁 중에 폭파가 됐던 한강철교 등등... 서울만 그러겠는가. 전국이 다 다크 투어리즘 천지다. 5·18 민주화운동, 충북 영동 노근리 학살 등등... 동학농민군이 몰살을 당한 공주 우금치도 다크 투어리즘의 최적지일 것이다.

안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서대문 형무소.
▲ 서대문 형무소 안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서대문 형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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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과 인왕산

그렇게 서대문형무소를 지나 본격적인 안산 역사트레킹이 시작된다. 안산(鞍山)은 그 형태가 말 위에 올려놓은 안장과 비슷하다 하여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鞍'는 '안장안'자다.

안산은 인왕산과 무악(毋岳)재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지금은 통일로가 놓여 있는 무악재는 무학재로도 불린다. 이처럼 한끝의 차이는 왜 나타났을까? '무악'이나 '무학'이나 똑같아 보이는데.

조선이 개국할 즈음에 천도 예정지로 거론된 곳은 한양, 계룡산, 안산 세 곳이었다. 당시 경기도 관찰사 하륜은 안산 주산론을 펼치며 안산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었다. 이에 이성계는 실제로 안산 남쪽 부근을 도읍지로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안산의 남쪽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이유로 안산 주산론은 폐기되고, 무학대사의 의견에 따라 북악산 남쪽이 도읍지로 결정된다. 이런 이유로 무악재가 무학재로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한편 무악재는 말안장 같은 안산 기슭을 따라 넘는 고개라고 하여 길마재라고도 불렸다.

나는 이전에 안산 역사트레킹을 리딩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인왕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인왕산이 아닌 이곳 안산입니다. 저기 보세요. 정상부 능선 따라 이어진 서울 성곽의 윤곽을요."

괜한 말이 아니다. 안산 정상부에 올라서면 봉수대와 함께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인왕산의 모습은 좀 색다른 멋이 있다. 통상적으로 바라보는 경복궁 방면의 인왕산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봉수대에서 인왕산을 바라보면 어떻게 이 산이 내사산(內四山:작은서울)과 외사산(外四山:큰서울) 속에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그 때문에 나는 이런 멘트를 덧붙였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나 산이나 비슷한 거 같아요.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봐야 제대로 냉철하게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안산 봉수대 전망대의 또 다른 매력은 한강 너머로 보이는 낙조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한강이 시원하게 보이는데 그 한강에 붉은 기운이 감돌 때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안산의 명소인 메타세쿼이아 숲 탐방도 꼭 해야 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시원스럽게 뻗어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눈이 다 상쾌해진다.

봉수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
▲ 안산 봉수대 봉수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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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들을 들은 지인이 입을 열었다.

"음... 가볼만 한 거 같긴 한데요."
"진짜 가보면 말로 들은 것보다 더 좋아요."
"그런가..."

헤어질 시간이 됐다.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지인이 나를 불러 세웠다.

"아참 각 코스들 다 1만 보 이상 걷죠?"
"당연하죠."
"그럼 운동이 꽤 되겠네요."
"그럼요. 아주 많이 됩니다. 스트레칭도 쭉쭉 하고."
"리워드로 모이는 사람이 전부 다 합치면 75명이 된다고 했죠?"
"네 맞아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지인이 내게 미소를 보이며 말을 했다.

"그럼 공익성은 있네요. 그냥 놀고먹는 펀딩이 아니었네. 그 많은 사람들 1만 보 이상 운동시켜주니까요."
"맞아요. 이제야 제 펀딩을 좀 이해를 해주시네!"
"잘하면 보건복지부에서 상 받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좋죠. 상금도 빵빵하게 주면 더 좋고. 그럼 제가 한 턱을...!"

덧붙이는 글 | 길 위의 인문학 역사트레킹

http://blog.daum.net/artpunk



태그:#안산역사트레킹, #서울역사트레킹, #안산봉수대, #무악재, #인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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