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공감각이 많이 들어간 음악 스타일로 하고 싶어서 날개로 지었는데, 날개 하니까 주변에서 '어, 이상의 날개?' 그러더라고요. 어감이 괜찮더라고요. 사람들이 바로 기억을 잘하고 잊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문정민)

이상(理想), 이상(以上), 이상(異常), 이상(李箱)의 중의적 뜻을 가진 밴드 이상의 날개는 경영학을 전공했으나 밴드 활동과 공연기획에만 열중한 얼터너티브 세대 문정민(기타·보컬)이 2011년에 만든 팀이다. 음악 스타일의 고민과 시행착오, 멤버의 변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현재 경찰인 김동원(기타), 어린 시절 박남정을 좋아하면서 음악을 듣기 시작한 하태진(베이스), 밴드 '사일런트 아이'에서 드럼을 친 이충훈(드럼)이 뜻과 기운을 합쳐 지난 9월 첫 정규음반 <의식의 흐름>을 발표했다.

"곡 작업을 하면서 가장 짜릿한 신 내림 순간"(김동원)을 체험한 곡 '검은 바다', "이상의 날개 음악 스타일의 최초 시작점"(문정민)인 곡 '의식의 흐름'을 포함한 열 곡을 소속사 석기시대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두 장의 CD에 담았다.

"인연"(문정민)과 "사랑"(하태진)을 우주, 대자연과의 교감으로 풀어낸 "비를 부르는 밴드"(이충훈) 이상의 날개를 만났다. 그들은 리더 문정민을 믿고 한 번 날아보고 있었다. 내년에는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싶다고.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석기시대 연습실에서 그들을 만났다.

비 오는 날과 잘 어울리는 밴드

 밴드 '이상의날개' 프로필 이미지.

밴드 '이상의날개' 프로필 이미지. ⓒ 석기시대


- 비가 오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충훈 "저희 음악이 비 오는 날과 어울리는 음악이라서 좋네요."
정민 "예전에 프로필 사진 찍을 때 비가 와서 뜻하지 않게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적이 있어요."
충훈 "비를 몰고 오는 밴드죠."

- 무대에 오르기 전에 마음은 어떤가요?
태진 "저 같은 경우에는 설렘보다는 긴장감을 많이 느끼고 초조한 느낌이에요. 다른 멤버들은 공연을 많이 해서인지 '그냥 하면 되지' 이런 식이죠."
정민 "충훈이는 즐기는 스타일이죠."
충훈 "아무 생각 없이 하면 되지."
정민 "일반적인 공연은 합주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하고 있어요."

- 멤버들은 시인 이상을 좋아하나요?
정민 "작품에 호기심이 있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웃음) 약간 팬이지 완전 팬은 아닌데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요. '이상 시인의 팬이냐? 존경하고 추종하냐?' 질문을 받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 팀 이름 짓고 광팬이 된 것도 아닌가요?
정민 "네. (웃음)"

- 첫 음반 <의식의 흐름>을 발표했는데 어떤가요?
충훈 "그냥 뭐, 또 하나의 제 자식이 나온 기분? (웃음)"
태진 "처음 작품이 나와서 감회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와요. 이를 계기로 활동도 많이 하고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동원 "빨리 음반을 내야 하는 책임감과 쫓기는 감이 있었는데, 발매되고 나니까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가벼운 후련함이 있어요. 존재감 없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웃음)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고요. 제 기준으로는 많이 좋아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민 "시행착오도 있었고 우여곡절도 많았고 긴 시간 동안 작업한 것도 있어서 그런 마음이 좀 있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후련하죠. 음반 들으면 잘못한 부분들만 자꾸 들려서 아쉬움이 있는데, 뭐 어떤 작품이든 항상 끝나면 후련함과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한번 해봤으니까 다른 음반에서는 그런 부분을 보완하면 될 것 같다 생각해요."

- 곡의 길이가 7분이 넘어요. '공'은 10분이 넘고요. 2 CD로 제작할 때 고민이 있었나요?
정민 "2 CD로 할 생각은 없었는데, 긴 곡만 담고자 하는 것은 구상했었어요. 대표님이 들어보더니 두 장으로 내라고 하더라고요. 추리려다가 다 낸 거죠. (웃음)"

- 작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요?
정민 "조금씩 다른데요. 누군가가 초안을 가져오면 스케치 단계에서 이상의 날개 색채를 넣을 수 있게 방향성을 잡아요. 각자의 플레이나 실력의 한도 내에서 연주하죠. 어느 부분은 살리고 없애고 정리하는 식으로 해요."

- 곡 '눈'에 참여한 여성 보컬은 누구인가요?
정민 "싱어송라이터 한유미씨인데요. 목소리에 개성이 있었어요. 홍대에서 활동하는 어떤 뮤지션보다 보이스가 와 닿았죠. 처음에는 제가 불렀는데, '여자가 불렀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동의를 해서 한유미 씨에게 요청했죠. 동원이가 만들어온 초안과 코드를 딱 들었을 때 그 싱어송라이터 보이스 색채가 떠올랐어요."

이상한 사람들의 밴드

 1집 <의식의 흐름> 앨범 재킷 이미지.

1집 <의식의 흐름> 앨범 재킷 이미지. ⓒ 석기시대


- 충훈씨는 밴드 '사일런트 아이'에서도 드럼을 치고 있나요?
충훈 "작년 초에 그만두었어요."
정민 "저희 중에서는 홍대에서 가장 많이 활동했죠. 충훈이가 처음 저희 팀에 올 때 사일런트 아이에 있었다 해서, '이런 드러머가 우리 팀에 들어온단 말이야? 대박인데!' 했죠."

- 정민씨는 로크아츠앤뮤직 대표인데, 설립한 계기가 있을까요?
정민 "이상의 날개를 만들어서 활동할 때 레이블이 있어야 한다 해서 만들었어요. 그때 소속사가 생길지는 몰랐거든요. '나중에 좋은 후배라도 있으면 같이 뭉쳐서 하면 좋겠다' 했는데 '지금 내 코가 석 자인데 누굴 신경 쓰지'(웃음) 힘들게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석기시대 대표님이 섭외해주셨어요."

- 지금은 석기시대 레이블 소속인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정민 "그때는 제가 다 알아서 해야 하니까 제 돈이 들어갔지만 여기서는 대표님이 다 지원해주세요. 저희가 단독적으로 2 CD를 내고 1년 동안 녹음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죠. 이런 퀄리티에 이렇게 길게 녹음도 못 했어요. 타협하면서 했을 것 같은데 석기시대에서 마음껏 하라고 열심히 최대한 지원을 해주셨어요."

- 동원씨는 경찰이라고 했는데, 음악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있나요?
동원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담은 없죠."
정민 "경찰이 되고 나서 악기하고 앰프를 엄청 사들여요. 역시 돈이 좋아요. (웃음)"
태진 "술도 잘 사줘요."

- 이상의 날개 블로그에 음반 발매까지 응원하고 기다려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는데요. 멤버들에게 전하고 싶은 감사도 있을 것 같아요.
태진 "정민이 형은 항상 츤데레 스타일이어서 속마음과 달리 말이 그렇게 나올 때가 있어서 서운할 때도 있지만, 생각이 깊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해요. 충훈이 형은 작년에 왔는데 크게 벗어나는 것 없이 잘해주셔서 고맙고요. 동원이는 막내인데 불만이 많아도 잘 따라줘서 고마워요."
정민 "중대한 시기에 드러머 충훈이가 왔어요. 대표님도 말씀하지만, 천군만마를 얻었어요. 멤버들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걱정은 많이 했거든요. 음반이 엎어지는 것까지도 감수했고요. 밴드는 한 명이 잘해서는 절대 잘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조건 융합하고 멤버가 각자의 역할을 잘 담당했을 때 비로소 잘되는 거죠."

- 태진씨에게도 한 마디 해주세요.
동원 "팀 내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 중간에서 태진이 형이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해줘요."

추상화와 풍경화를 반반 섞은 듯


- 음반에 대해 자평하면 어떤가요?

동원 "추상화와 풍경화를 반반 섞어놓은 느낌이랄까? 풍경화는 풍경화인데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딜레이, 리버브 공감각적인 이펙트 효과를 사용해서 자연의 큰 힘, 아름다움, 아련함을 공감각으로 그려낸 추상적 풍경화라고 생각해요."
정민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추억과 우주, 관념, 의식. 별것이 다 있지만, 다 인연에 대한 것이죠. 이 친구들을 만난 것도 인연이고, 그 인연으로 인연의 음악을 만들고, 또 팬들과 만나는 것도 인연이죠. 우주 안에 인연이 다 얽혀져 있죠. 지구가 태양계 안에서 태양을 도는 것도 인연 같고 모든 게 섭리 안에서 계획되어 있어요. 우연이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 같은 것. 모든 게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고 전부 순환하면서 인연이 돌고 돈다죠."
충훈 "시간을 갖고 들어봐야 음반의 맛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극적인 음악보다는 오랜 시간 집중해서 들어봐야죠. 고기 같은 것? 오래 씹을수록 맛있으니까요."
태진 "사랑에 대한 노래입니다."

- 긴 노래인데 무대에서 보면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동원 "핸드폰을 많이 보죠. (웃음)"
정민 "귀로 듣는 것과 라이브로 듣는 느낌이 다르거든요. 라이브는 더 와 닿는 게 있어요. 음원으로 듣는 것은 정갈하게, 예쁘장하게 갇히는 게 있어서요."
동원 "장치들을 많이 넣어요. 음악이 조용히 진행되다가 갑자기 빵 터지면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다가 '뭐야?'하죠. (웃음)"

- 각 파트별 연주가 돋보이는 곡이 있다면 소개해주겠어요.
충훈 "'망각'이요. 그나마 드럼이 화려하게 나오는 곡이죠."
정민 "애착이 가는 곡이 '붉은 하늘'이요. 주제가 와 닿는 부분이 있어요. 붉은 하늘을 썼을 때 신해철 형님이 돌아가셔서 갑자기 그 생각이 얹히더라고요."
태진 "모든 곡이 잔잔하게 베이스가 깔려 있어서 딱히 어느 한 곡이 그렇지는 않은데, '오월' 곡이 대비가 커서 인상적이에요."
동원 "이상의 날개를 준비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기억이 있는 '검은 바다'요."

- 2017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있나요?
정민 "수상에 대한 기대는 아니고요. 이상의 날개를 만들기 전에 우연히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무대를 보니 가슴이 막 그런 게 있더라고요. '언제 나는 음악 생활하면서 저 무대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이 있었는데 아무리 음악을 만들어도 저 스스로가 '이런 음악으로 명함을 내밀 수 있겠나?'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어쨌든 우리나라 음악사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생각으로 음반을 준비한 것도 있어요. '사람들에게 많이 안 팔려도 가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다' 상까지는 기대를 못 해요. 저희보다 쟁쟁한 분들이 음반을 많이 내서요. 소박하게 노미네이트만 되어도 기대 이상이 아닐까 해요."

- 쟁쟁한 라이벌은 누구인가요?
정민 "너무 많죠. 라이벌이 아니고 존경하고 저희보다 잘하는 팀이죠. '잠비나이', '못', '넬', '뷰렛', '줄리아 드림'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1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상의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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