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 전에는 많은 전문가와 무수한 매체에서 시즌 판도를 예상해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여지없이 빗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다(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모 웹툰의 대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일까? 자신감 있게 예상하던 모습과는 달리 시즌 전 예상을 복기해 보는 이들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다.

2016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도 역시 각 구단별 최고의 상황(백일몽)과 최악의 상황(악몽)을 예측해 본 바 있다.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악몽을 접한 팀들도 있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달콤함을 누린 팀도 있었다. 케이비리포트에서 예상한 2016시즌 백일몽과 악몽이 어느 지점에서 적중했고 어디에서 빗나갔는지 팀별로 복기해보며 2016 프로야구를 마무리해도록 하자(연재 순서는 최종 순위 역순으로 진행) [편집자말]
두산 베어스 (정규시즌 1위/한국시리즈 우승)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일몽(10개 예상 중 2.5개? 적중) (관련 기사: 2016시즌 두산 베어스의 백일몽과 악몽)

[하나] 니느님이 보우덴하사 니퍼트와 보우덴이 선발 30승+ 를 합작한다.

-> 딩동댕동! 니느님이 보우덴하사, 니퍼트와 보우덴은 무려 40승을 합작했다. 더스틴 니퍼트는 22승 3패 ERA 2.95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MVP를 수상했으며, 마이클 보우덴은 18승 7패 ERA 3.80의 뛰어난 성적으로 니퍼트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이들은 다승 1~2위를 휩쓸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둘] 에반스는 우즈의 데뷔 시즌을 연상시킨다. (42홈런 OPS 1.013)

-> 반은 맞았다. 에반스는 올 시즌 타율 0.308에 24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 타율 0.305에 42홈런 103타점을 기록한 우즈와 단순 비교로는 18홈런 22타점 차이가 난다. 에반스가  데뷔 시즌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었던 우즈의 존재감을 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에반스가 두산 팬들에게 일정 부분 우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올 시즌 OPS(출루율+장타율) 0.975,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3.69로 외국인타자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승리기여도를 기준으로 보면 33홈런-120타점의 로사리오, 101득점-102타점의 히메네스보다 뛰어났던 셈. 무엇보다, 그는 데뷔 시즌의 우즈도 누리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함께 했다.

[셋] 노경은의 평균자책점이 올시즌도 반감! (2014 ERA 9.03 -> 2015 ERA 4.47 -> 2016 ERA ?)

-> 땡! 노경은은 올 시즌 6.85의 ERA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높아진 수치다. 그리고, 노경은은 올 시즌 두산에서 단 3경기에 출장한 뒤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넷] 부상에서 복귀한 김강률, 조승수가 리그 최강 불펜 듀오로 자리잡는다.

-> 땡! 김강률은 올 시즌 25경기에 출장해 2패 4홀드 ERA 5.14를 기록했으며, 조승수는 7경기에 나서 ERA 10.80의 성적을 올렸다. 둘은 각각 0.13, -0.28의 WAR을 기록하며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섯] 신인왕 경쟁이 예비역 3인방(김인태, 박세혁, 이우성)의 집안싸움이 된다.

-> 땡! 이들 예비역 3인방은 신인왕 경쟁과 거리가 먼 시즌을 보냈다. 김인태와 이우성은 각각 14경기와 2경기 출장에 그쳤으며, 박세혁은 백업포수로 87경기에 출장했지만 타율 0.209에 5홈런 23타점으로 썩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여섯] 홍성흔이 2014년으로 타임슬립한다. (20홈런 OPS 0.902)

-> 땡! 홍성흔은 올 시즌 17경기에 나서 타율 0.250, 홈런 없이 5타점에 그쳤다. 통산 2000안타, 200홈런, 1000타점을 달성했던 '레전드'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고, 결국 올 시즌 후 은퇴를 선언했다.

[일곱] 함덕주가 리그 최고 셋업맨으로 성장한다.

-> 땡! 함덕주는 올 시즌 15경기에 나서 고작 8 2/3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승, 패, 홀드, 세이브 없이 ERA 6.23. 지난 시즌(7승 2패 2세이브 16홀드)에 비해 크게 뒷걸음질 쳤다.

[여덟] 김재호가 유격수 골든글러브 2연패에 성공한다.

 김재호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김재호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 단언할 순 없지만 기자들의 투표 성향 상 수상이 유력하다. 단 올 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 경쟁은 상당히 치열하다. 김재호는 올 시즌 타율 0.310에 7홈런 78타점으로 좋은 타격 성적을 올렸으며, 수비에서도 리그 최고의 면모를 보였으나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 잠실 20홈런 유격수 오지환,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김하성은 그의 유력한 경쟁자다.

[아홉] 곰들의 민간신앙, 성영훈이 6년만에 잠실 마운드에 오른다.

-> 땡! 성영훈은 올 시즌에도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5월 28일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며 5년 7개월만에 마운드에 오른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 그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 3경기에 등판해 1홀드 ERA 20.25를 기록했다.

[열] 타격기계가 돌아온다.

-> 기분좋은 땡! '타격 기계' 김현수는 KBO로 돌아오지 않았다. 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는 시즌 초 위기와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타율 0.302 6홈런 22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타격기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두산 타선은 리그 최강의 화력을 과시했다.

악몽(10개 예상 중 1개 적중)

[하나] 보우덴과 에반스는 젓가락질을 잘했다. 그뿐이었다.

-> 땡! 보우덴과 에반스는 젓가락질 뿐 아니라 야구도 잘했다. 이들은 니퍼트와 함께 놀라운 활약으로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둘] 니느님께서 올해도 정규시즌을 버리신다. (2015시즌 6승 5패 ERA 5.10)

-> 땡! 니느님께서는 올 시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니퍼트는 정규시즌 22승 3패 ERA 2.95를 기록했으며, 한국시리즈에서는 8이닝 무실점 쾌투로 두산의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셋] 오재일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백업을 전전한다.

-> 땡! 오재일은 올 시즌 당당히 주전으로 올라섰다. 그는 시즌 10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6에 27홈런 92타점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한국시리즈에서는 17타수 1안타 타율 0.059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부상이 없는 오재일은 정말 무서운 타자였다.

[넷] 노경은의 ERA가 2014년으로 회귀한다.

-> 땡! 노경은은 올 시즌 ERA 6.85를 기록했다. 2014시즌의 9.03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노경은은 시즌 도중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그의 ERA는 두산의 성적과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다섯] 이현승까지 바톤을 넘기는 것이 너무 힘겹다.

-> 땡! 과거 두산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정재훈이 이현승의 뒤를 받치며 중간다리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다. 그는 올 시즌 46경기에 등판해 23홀드 ERA 3.27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막강한 선발진과 정재훈-이현승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올 시즌 두산의 승리 공식이었다.

정재훈이 8월 3일 LG전에서 박용택의 타구에 팔을 맞아 전력에서 이탈한 이후 위기가 왔지만, 윤명준과 김성배, 그리고 군에서 복귀한 이용찬이 그의 빈 자리를 메우며 팀의 우승을 지켜냈다.

[여섯] 홍성흔이 KBO 최초로 통산 250병살을 달성한다. (2015시즌까지 227개)

-> 땡! 홍성흔은 올 시즌 3개의 병살타로 통산 230병살타를 기록했다. 올 시즌 단 17경기 45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에 병살타를 기록할 만한 상황 자체가 많이 없었다.

[일곱] 타선이 두점 베어스 시대로 돌아간다.

 올 시즌 두산은 무려 5명의 20홈런 타자를 배출하며 6점베어스의 위용을 과시했다. (2016시즌 경기 당 득점 6.49)

올 시즌 두산은 무려 5명의 20홈런 타자를 배출하며 6점베어스의 위용을 과시했다. (2016시즌 경기 당 득점 6.49) ⓒ 두산 베어스


-> 땡! 올 시즌 두산은 팀 타율 1위(0.298), 홈런 1위(183), 경기 당 득점 1위(6.49)를 기록하며 리그 최강의 타선을 구축했다. 김재환(37홈런 124타점), 오재일(27홈런 92타점), 박건우(20홈런 83타점) 등이 눈부신 발전을 보여줬고, 기존의 양의지(22홈런 66타점), 민병헌(16홈런 87타점), 김재호(7홈런 78타점) 역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24홈런 81타점)도 두산이 최강 타선을 구축하는데 한 몫을 거들었다.

[여덟] 유희관의 구속이 올라간다. 방어율도 올라간다.

-> 딩동댕! 유희관의 속구 평균구속은 지난 시즌 127.2km/h에서 올 시즌 128.3km/h로 소폭 상승했다. 더불어 ERA 역시 지난 시즌의 3.94에서 올 시즌 4.41로 상승했다. 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185 2/3이닝을 소화하고 15승을 거두며 두산 '판타스틱 4' 일원으로 힘을 보탰다.

[아홉] 한국시리즈 우승 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징크스가 이어진다.

-> 땡! 두산은 올 시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이뤄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열] 모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해진다. 그리고....

-> 땡! 두산의 경영난은 완벽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1년전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 2016 시즌 결산과 향후 전망

 두산은 팀 내 최고 타자이던 김현수의 부재 속에 2016시즌을 시작했다.

두산은 팀 내 최고 타자이던 김현수의 부재 속에 2016시즌을 시작했다. ⓒ 두산 베어스


두산은 2015 시즌 기적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내며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올 시즌에 임했다. 하지만 올 시즌 두산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다수 매체와 팬들이 예상한 '우승후보 0순위'는 두산이 아닌 NC 다이노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과 NC의 스토브리그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두산이 타율 0.326에 28홈런 121타점을 기록한 김현수를 떠나보낸 것과는 반대로, NC는 타율 0.321에 26홈런 116타점을 기록한 박석민을 품에 안았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성적에서 NC가 앞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력 유출이 있었던 두산보다는 약점 보강에 성공한 NC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이런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두산은 4월 한 달간 무려 0.736의 승률을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선두로 치고 나갔다. 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은 4월에만 15승 1패를 합작했고, 이현승은 블론세이브 없이 1승 6세이브로 뒷문을 걸어 잠갔다. 우려됐던 셋업맨 보직은 돌아온 정재훈이 맡아 7홀드를 기록했다. 타선 역시 오재일의 눈부신 발전을 중심으로 경기당 무려 5.71득점을 뽑아냈다.

이후에도 탄탄대로는 계속됐다. 두산은 전반기 내내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8월 초 정재훈이 팔뚝 골절로 이탈한 이후 위기가 찾아오며 NC에게 잠시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이내 안정감을 되찾고 9연승을 달려 NC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두산은 이후에도 질주를 거듭했고, 결국 정규시즌이 무려 7경기가 남은 상태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두산 타자 5인의 올시즌 주요 성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두산 타자 5인의 올시즌 주요 성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별다른 위기조차 없는 완벽한 우승. 두산은 정규시즌에만 무려 93승을 거두며 KBO 역사상 한 시즌 최다승을 거둔 팀으로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15승 투수 4명(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을 배출해 최초의 '15승 쿼텟'을 이뤄냈으며, 역대 5번째로 20홈런 타자 5명(김재환, 오재일, 에반스, 양의지, 박건우)을 배출했다. 그야말로 KBO 역사상 최강의 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두산의 정규시즌은 '대성공'이었다.

이어진 한국시리즈에서의 모습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두산은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4차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한국시리즈를 만들어냈다. 4경기 20득점을 만들어내는 동안 두산이 허용한 실점은 단 2점뿐. 니퍼트(8이닝 무실점)-장원준(8 2/3이닝 1실점)-보우덴(7 2/3이닝 무실점)-유희관(5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판타스틱 4'는 한국시리즈에서 한층 더 강력한 모습으로 두산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팀 역사상 첫 연속 우승을 달성한 두산은 이제 왕조 구축에 도전한다. (출처: 프로야구 야매카툰 ' 두산왕조와 달의 눈물'편  중)

팀 역사상 첫 연속 우승을 달성한 두산은 이제 왕조 구축에 도전한다. (출처: 프로야구 야매카툰 ' 두산왕조와 달의 눈물'편 중)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다음 시즌의 전망 역시 밝다. 두산은 이미 FA 김재호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외국인선수 3인방과도 재계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 부임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듬해 통합우승을 만들어낸 김태형 감독과도 총액 20억원에 3년 재계약을 맺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올 시즌 압도적인 투타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다음 시즌을 맞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신인 OB 베어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연속 우승은 이번이 처음인 두산 베어스, 과연 두산은 다음 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이어갈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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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계민호 기자, 정리: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기록 사용 및 후원 문의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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