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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로이드 버전의 스마트폰에서 구글에 접속하여 'tilt', 또는 'askew'를 입력하면 비틀어진 화면이 나온다. 이외에도 크롬에는
라테파파(Latte papa)는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끌고, 다른 손에는 라테(커피)를 마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의 젊은 아빠를 말한다. 그들은 육아를 위해 휴직을 주저하지 않는다. 백신주사를 맞히기 위해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밥을 먹이고 트림하도록 토닥토닥 등을 쓰다듬어 주며, 잠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도시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20~30대인 덴마크 코펜하겐 길거리에서 라테파파를 쉽게 만날 수 있다. 2013년 9월 덴마크 정부는 적극적인 육아를 권장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법을 재정했다. 육아 휴직 기간 90일을 초과하면 하루에 100크로네(약 1만 7천원)를 더 지원해주는 정책이다.(190~191쪽)

<단어 따라 어원 따라 세계 문화 산책> 책표지.
 <단어 따라 어원 따라 세계 문화 산책> 책표지.
ⓒ 미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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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기간이 늘어나면 지원금을 더 준다? 그것도 하루 단위로? 매우 부러운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가능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이런 라테파파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지난 1월 2일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체포되면서 최근 며칠 덴마크가 입에 붙었다. 마침 <단어 따라 어원 따라 세계 문화 산책>(미래의 창 펴냄)란 책을 읽고 있던 터. 법으로 지정된 출산 휴가마저 눈치를 봐야만 하기도 한다는 우리의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달라 특히 인상 깊게 읽었다.

말은 그 시대와 그 시대 사람들의 많은 것들을 반영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의 육아에 대한 인식과 인구정책, 복지정책 그 한 면을 잘 말해주는 라테파파처럼 말이다.

책은 호주의 황무지를 뜻하는 '오지'를 시작으로 전깃줄에 매달려 있는 운동화를 뜻하는 자파토까지, 에스프레소, 스타벅스, 플라자, 마마, 파파, 모드, 앙팡 등과 같은 말들의 어원을 통해 세계 곳곳의 문화와 역사, 풍습, 트랜드 등을 들려준다.

책이 다루고 있는 단어들은 모두 외국에서 생겨난 것들. 하지만 스팸메일처럼 우리에게도 깊이 들어와 있는, 그래서 일상에서 흔하고 당연하게 쓰이지만 정작 그 어원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무언가 알아가는 재미가 유독 강했던 책읽기였다.

존슨탕(기자 주: 부대찌개에 미국인 이름을 붙인 것)에 들어가는 '스팸(spam)'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스팸메일은 호멜사의 상표명에서 따온 말로 과다한 광고를 빗대어 사용하게 되었다. 1937년 스팸이 출시된 후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신문지면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무차별적인 광고를 퍼부었다. 얼마나 심했던지 사람들은 '스팸'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급기야 영국 시트콤 '몬티 파이튼과 성배'에서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빗대어 '스팸'이란 단어를 모든 대화의 끝에 후렴구처럼 붙여 사용했다. 이후 쓸데없이 피곤하게 만드는 일에 '스팸'을 붙이게 되었다. 오늘날 쓸데없이 피곤하게 만드는 메일에 '스팸메일'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이유다. (171~172쪽)

어떤 책을 읽을까. '책은 직접 만져보고, 펼쳐진 부분을 읽는 등, 일종의 '선'을 보면서 어떤 책인가 판단하는 것이 좋다'는 쪽이다. 그런데 바쁜 일상을 되풀이하면서 인터넷 정보만으로 어떤 책인가 우선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때도 많다.

어떤 책인가 파악하는데 목차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책의 목차는 목차만으로 책을 판단하는데 좀 많이 미흡할지도 모르겠다. 목차에 내세운 단어만으로 파악이 쉽지 않은, 주제 단어와 관련된 참 많은 단어들의 어원과 얽혀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스팸메일을 다룬 것은 '164 name 네임: 이름에 숨겨진 비밀'편. 스팸메일을 비롯하여 ▲뛰어난 작곡가를 '튠스미스', 문필가를 '워드스미스'라 부르는 것처럼 서양에서 스미스라는 이름이 대장장이와 장인을 뜻하는 말이 된 사연은? ▲영화나 동화에 등장하는 대장장이가 난쟁이나 꼽추로 그려지는 이유 ▲이름만으로 조상의 직업을 알 수 있다? ▲'디어 존 레터(Dear John Letter)'는 어떻게 이혼 요구서나 이별 통지서를 통칭하는 말이 됐을까? ▲존(John)이 '크래퍼'와 함께 화장실을 뜻하는 말이 되기도 한 사건? ▲식스팩(six-pack)은 여섯 개들이 캔맥주를 말한다? ▲<톰과 제리> 주인공 톰과 제리는 시대에 따라 존재가 달라진다? 등, 많고 많은 것들을 말이다.

그래서 '단어 하나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이렇게 많나? 다 풀어 썼을까. 두 저자(이재명·정문훈 공저)는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알게 됐을까? 다음편도 쓰면 좋겠다. 궁금한 것들도, 감탄도 많았던 책읽기였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숨겨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이스터에그(Easter Egg)'라고 한다. 구글, 크롬, 파이어폭스 등 웹브라우저, 알집이나 안드로이드와 같은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그리고 블라자드와 같은 게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는 부활절이 되면 달걀을 미리  집안 구석구석, 또는 정원에 숨겨둔 데서 비롯되었다.

미디어 재생프로그램인 '곰 플레이어'의 경우, '프로그램 정보'에서 곰 발바닥 모양을 두 번 누르면 '총알 피하기 게임'이 나타난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버전의 스마트폰에서 구글에 접속하여 'tilt', 또는 'askew'를 입력하면 비틀어진 화면이 나온다. 이외에도 크롬에는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공룡게임도 숨겨져 있다. 오동작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개발자가 일부러 심어놓은 것이다. 이스터에그는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네이버에 '포기할까 말까"를 검색하면 상단에 "포기하지 마세요(Don't give up)"라는 메시지가 뜬다. "살까 말까"를 검색하면….(128쪽)

솔직히, 어떤 책인가? 목차를 훑으며 받은 첫인상은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읽힐 가능성이 높은, 외국어 관련 이런저런 상식과 지식을 정리한 책'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추측을 무색하게 했다. 이스터에그처럼 스마트폰 또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로워 할 이야기들도 많은, 그래서 누군가에게든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폭넓은 독자층이 가능할 그런 책이었기 때문이다.

'달콤쌉싸름하면서 매콤한 초콜릿 소스를 요리에? 젊은 사람들에게 꽤나 잘 먹히겠는걸!'
'부부가 육아와 가사를 분담하는 시대인 만큼 이런 육아용품들 뜨겠네!'
'구매 목록과 관련된 음식 레시피를 영수증에 넣어줘 성공한 슈퍼마켓?'

아마도 운 좋게 이 책을 이미 읽은 사람들 중에는 이런 생각과 감탄을 했을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나처럼 관련 일을 하는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누군가 책을 통해 읽은 것들을 토대로 신제품 아이디어를 구상할지도 모르겠다.

책 읽기를 성공의 필수 조건 중 하나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공하려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 이유 중 하나는 성공과 연결되는 아이디어를 책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특히 사회 초년생들에게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단어 따라 어원 따라 세계 문화 산책>이재명 | 정문훈 (지은이) | 미래의창 | 2016-03-02 ㅣ정가 13,800원



세계 문화 산책 - 단어 따라 어원 따라

이재명.정문훈 지음, 미래의창(2016)


태그:#스팸메일, #존슨탕, #이스터에그, #라테파파, #단어 따라 어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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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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