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4라운드 경기는 공동 5위(14승15패)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동시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포인트가드의 맞대결로도 이목이 집중됐다. 바로 양동근과 박찬희다.

 박찬희(좌)와 매치업을 이룬 양동근

박찬희(좌)와 매치업을 이룬 양동근 ⓒ KBL


복귀한 '모비스의 심장' 양동근

경기 전 홈팀의 장내 아나운서는 암전이 된 가운데 선수들만 주목시켜서 소개를 한다. 일종의 기선제압인 셈이다. 그러한 아나운서가 양동근을 소개하는 문구는 '모비스의 심장'이다. 모기업이 현대 모비스임을 감안하면 모비스라는 자동차의 엔진은 곧 양동근이라는 멋드러진 비유법인 셈이다.

양동근은 모비스의 프렌차이즈 스타다. 2004~2005시즌부터 모비스에서 뛰기 시작한 양동근은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올 시즌 들어 11시즌째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매 시즌 꾸준한 소화능력이 그의 장점이었다면, 올 시즌 그가 치른 경기는 고작 네 경기다. 물론 이날 경기를 제외하고 아직 22경기나 남아있지만, 양동근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그의 부재는 분명 모비스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기나긴 공백끝에 복귀한 양동근은 왜 자신이 모비스의 심장인지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완치 않은 몸이지만, 복귀 이후 세 경기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그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귀전 이후 치른 주말 2연전 삼성과 동부를 모두 잡은 경기에서도 양동근의 활약은 발군이었다.

비록, KGC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패했으나 4쿼터 추격의 발판이 된 3점슛을 적중시키는 등 양동근은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중심에 나섰다. 모비스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배우가 양동근이라는 말도 결코 허언이 아닌 것이다.

 작전을 지시하는 양동근

작전을 지시하는 양동근 ⓒ KBL


강팀의 방점을 찍어주지 못하고 있는 박찬희 

"이제 우리는 강팀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도훈 감독이 외친 일성이다. 지난 시즌 비록 꼴지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유도훈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전자랜드는 꾸준하게 6강에 진출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챔프전에 진출한 경험이 없을 만큼 아직 최고의 자리에는 올라서지 못했다. 한때의 매각 위기를 딛고 선전하는 전자랜드 특유의 끈끈한 농구는 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왔지만 챔프전 무경험이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랬던 전자랜드가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강호라 자신할 이유가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 켈리와 특급 신인 강상재의 영입도 있었지만, 포인트 가드의 영입이 컸다. 유도훈 감독 체제 이후 좀처럼 걸출한 포인트가드가 없었던 전자랜드가 유망주 한희원을 내주고 KGC에서 박찬희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KGC의 우승에도 단단히 한 몫 했던 국가대표 박찬희 영입은 전자랜드에게는 강팀으로 가기 위한 화룡점정이었던 셈이다.

박찬희의 영입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더 큰 효과를 논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박찬희의 '슛'이다. 14일 경기 직전까지 29경기 개근을 한 박찬희의 평균 득점은 6.97점에 그친다. 어시스트는 6.5개로 매시즌 4개 초중반대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적이지만, 득점이 부진하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오리온 전도 그랬다. 한 점을 뒤진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박찬희가 던진 3점슛이 아쉽게 빗나가면서 팀은 76-78로 패했다. 충분히 2점을 노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오리온이 아예 박찬희에게 슛을 주는 작전을 구사했고, 마지막 찬스까지 박찬희에게 났으나 결과는 너무 잔인했다. 한 마디로 최근 전자랜드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사실 데뷔 시즌인 2010~11시즌(11.95점)을 제외하면 박찬희가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린 적은 없다. 그러나 "포인트가드는 슛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유재학 감독의 말처럼 박찬희의 공격력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작전을 지시하는 박찬희

작전을 지시하는 박찬희 ⓒ KBL


두 야전사령관의 만남의 결과는? 

이런 내막을 안고 있는 두 야전사령관이 14일 중요한 경기에서 맞붙었다. 모비스가 올 시즌 유독 전자랜드에게 3전 전패를 당했다는 부분, 유재학 감독과 유도훈 감독 모두 가드 출신에 연세대 선후배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경기였다. 두 감독은 개인보다는 팀을 중시하고, 패턴에 의한 시스템 농구와 수비를 중시한다.

이미 세 번을 패한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이나 네이트 존슨같은 주축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다가 팀에 복귀했기 때문에 우리는 1라운드 시작이나 다름 없다"며 "그래도 양동근이 오면서 숨통은 트인 것 같다"고 했다.

유도훈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의 맞대결은 양동근이 없거나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한 부분이 컸다"며 "양동근은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시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지완을 먼저 넣어서 수비로 기선을 제압하겠다"고 말했다. 두 팀 감독 모두 모든 플레이의 시작은 양동근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던 셈이다.

일단 기선 제압은 전자랜드가 했다. 박찬희 대신 수비가 좋은 김지완을 투입해서 양동근을 꽁꽁 묶었기 때문이다. 양동근은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1쿼터 종료 4분 54초를 남기고 김광철과 교체됐다.

박찬희는 2쿼터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모비스 역시 1쿼터를 절반 밖에 소화하지 못한 양동근을 넣어 맞불을 놨다. 양동근은 2쿼터 종료 1분 35초를 남기고 쫓아가는 3점포를 적중시켜 25-35로 점수차를 좁혔다. 1쿼터 6개의 3점슛이 모두 림을 외면하는 등 외곽 공격에서 고전하던 모비스의 숨통을 트이는 한 방이었다. 박찬희도 추격이 거세던 2쿼터 막판 빅터에게 골밑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주는 패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전반은 양동근이 3점,박찬희가 1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3쿼터 들어 양동근이 4점을 올리면서 경기 자체도 모비스의 추격이 매서웠다. 기어이 3쿼터 종료 3분 14초를 남기고, 로드의 득점으로 45-45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한때 16점차까지 뒤지던 경기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결국 4쿼터 두 선수의 활약에서 승부가 갈렸다.

양동근이 4쿼터에도 선발로 나온데 반해 박찬희는 김지완에게 자리를 내줬다. 공수에서 뭔가 눈에 띄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그나마 팀의 두 번째 작전타임을 사용한 4쿼터 3분 46초가 경과한 시점에서 정영삼과 함께 코트에 투입됐다. 김지완-정병국을 뺀 것도 승부처에서는 베테랑의 노련미를 믿어보자는 교체였다.

박찬희는 4쿼터 중반에 들어서야 첫 야투 득점에 성공하는 등 미들슛과 레이업 득점으로 팀의 59-60 추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4쿼터 종료 1분 20초를 남기고는 정영삼의 역전 3점슛을 연결시키는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자랜드가 3쿼터 중반 이후 끌려다니는 경기는 이 한 방으로 62-60으로 역전됐다. 그리고 4쿼터 종료 12.6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자유투까지 성공시켰다.

반면, 양동근은 곧바로 3점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아쉽게 림을 외면하며 팀의 패배를 바라봐야만 했다. 비록 6점에 그쳤지만, 4쿼터 결정적인 순간 5점을 올렸고, 8어시스트로 팀내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찬희에 대해 유도훈 감독이 경기 후 "정영삼과 박찬희 두 베테랑 가드의 활약이 승리로 팀을 이끈 것 같다"고 평했다.

결국 7점 6어시스트를 기록한 양동근이나 박찬희의 기록 차이는 크게 없었으나 집중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라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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