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심석희(앞)와 최민정이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심석희(앞)와 최민정이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이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개를 휩쓸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중국의 분노를 사게 만든 비매너 플레이와 방해 속에서도 대표팀은 오로지 깨끗한 실력으로 중국을 제압했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팀은 여자부에서 500m를 제외한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남자부도 1000m, 1500m에서 금빛 행진을 더했다.

 
팀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준 이정수-서이라

쇼트트랙은 첫날 1500m는 매우 순조롭게 출발했다. 여자부의 최민정(성남시청)과 남자부의 박세영(화성시청)이 각각 금메달을 따내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런데 둘째날 500m에서 예상대로 중국의 반칙작전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은 자신들의 주 종목인 500m만큼은 내주지 않기 위해 팀플레이와 함께 손을 쓰는 등 노골적인 반칙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그 정점은 여자 500m 결승에서 판커신(중국)이 보여줬다. 판커신은 마지막 바퀴에서 심석희(한국체대)에게 인코스로 추월을 허용하자, 급한 나머지 심석희의 오른쪽 다리를 고의로 잡았고, 이 때문에 가속을 받은 심석희의 스피드는 눈에 띄게 줄었다. 결국 뒤에 있던 장이제(중국)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차지했고, 심석희는 판커신과 함께 억울하게 실격되고 말았다. 중국 남자선수들 역시 손을 사용하는 등 거침없는(?) 반칙을 선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운명의 마지막날인 22일. 1000m와 계주가 동시에 열려 금메달이 4개가 걸려있는 빅매치데이였다. 한국선수들은 전날 중국에 대한 피해를 실력으로 되갚아 줬다. 특히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이정수(고양시청)와 서이라(화성시청)의 호흡이 눈부셨다. 두 선수는 한티엔위, 쉬홍지(이상 중국)과 치열한 자리싸움을 펼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좋았던 이정수가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이끌었고 2바퀴를 남기고 기습적으로 아웃코스를 통해 한티엔위를 추월했다.

쉬홍지는 뒤쪽에서 서이라만을 막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서이라의 인코스 추월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서이라 역시 아웃코스로 한티엔위와 이정수마저 추월해, 두 선수가 나란히 1, 2위로 나섰다. 마지막 한 바퀴에서 이정수는 서이라와 간격을 두고 한티엔위를 마킹하며 레이스를 유지했고 결국 두 선수가 모두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깔끔한 플레이의 완승이자, 쇼트트랙에서의 팀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두 선수는 환호하며 기쁨을 자축했고, 중국 선수들은 이내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결국 이정수와 서이라, 거기에 신다운(서울시청)까지 결승에 올랐고 세 선수는 선의의 경쟁을 하며 결국 서이라, 신다운, 이정수 순으로 나란히 들어왔다. 침체기에 빠졌던 남자 쇼트트랙이 중국의 어처구니없는 위협을 딛고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지난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서이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2.22

지난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서이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력에서 '완패' 중국 여자팀, '완승' 한국 여자팀

중국 쇼트트랙은 그동안 한국을 가장 위협하는 경쟁자 가운데 하나였다. 비록 경기운영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수차례 보여주긴 했지만 실력이 뛰어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특히 여자 쇼트트랙은 세대교체에 실패해 월드컵 국제대회에서 처참한 성적에 그쳤고, 항상 한국을 위협했던 계주에서조차 오히려 자기 꾀에 걸려 실격을 당하거나 예선탈락에 그치는 모습도 여러차례 있었다.

상황이 이렇고 상대측인 한국에 심석희와 최민정이란 양대산맥에 번번이 가로 막히자 이들은 실력이 아닌 더욱 노골적인 반칙을 들고 나왔다. 판커신은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1000 결승에서도 박승희(스포츠토토)를 잡아채고자 고의적으로 두 손을 뻗기도 했다. 발로 경기해야 하는 쇼트트랙에서 손이 난무하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심석희의 다리를 잡는 등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1000m와 3000m 계주에서 중국에게 단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았다. 1000m 준결승에서 최민정은 노도희(한국체대)와 함께 중국 선수 3명을 상대해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민정은 처음부터 선두에서 9바퀴를 모두 끄는 레이스를 펼쳤다. 판커신은 뒤에 있던 노도희만을 막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파이널 B조차 가지 못했다. 심석희 역시 준준결승에서 중국 선수 2명을 상대했는데, 아예 처음부터 선두에서 이끄는 레이스로 중국에 일말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마지막 3000m 계주 역시 그러했다. 5바퀴를 남기기 전까지 줄곧 1위로 레이스를 달렸다. 그러나 5바퀴를 남기고 노도희가 인코스 추월을 허용해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였던 최민정은 가볍게 아웃코스로 중국을 크게 앞질렀다. 중국은 최민정을 막고자 크게 탔지만, 최민정의 스피드가 워낙 빨랐고, 완전히 바깥쪽에서 나가던 상황이었기에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중국 선수는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체력과 스피드에서 모두 중국은 한국 선수들에게 완패했다.

평창 앞두고 여전히 보완해야 할 숙제는

이번 대회는 지난해 12월에 강릉에서 테스트이벤트로 치른 쇼트트랙 4차 월드컵과 더불어 평창 전초전으로 꼽힌 대회였다. 예상대로 중국과의 2파전으로 진행이 됐고 한국 선수들은 메달수나 기량으로 봤을 때나 모두 중국을 앞질렀다. 평창을 앞두고 단연 기대를 모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의 거침없는 반칙 플레이는 날이 갈수록 더욱 노골적으로 나오면서 우려도 커졌다. 아무리 실력이 압도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무작정 선수들을 위협한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손 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구제를 받기 어려운 결승에서 더욱 위협적으로 나오고 있다. 쇼트트랙에도 축구와 비슷한 옐로 카드와 레드 카드 제도가 있지만 이 카드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남자 선수들의 경우 여전히 계주에서 답답한 양상을 지우지 못했다. 남자 선수들의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나지만, 계주에서 가장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인 순간 스피드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국 남자선수들의 경우 계주에서 찰떡 호흡과 빠른 스피드로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남자계주는 중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평창에서 남자부는 1500m와 계주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남자계주는 무려 8개국(한국, 중국, 캐나다, 헝가리, 네덜란드, 러시아 등)이 경쟁하고 있을 만큼 춘추전국시대이다. 그만큼 쉽게 우승을 장담하기도 어렵고 결승에 진출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다. 따라서 남은 기간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야만 평창에서도 모두가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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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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