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란 아성이 사라지자, 수목 드라마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과장>의 후속 작품으로 전작의 아우라에 힘입은 <추리의 여왕>은 첫 회 11.2%(닐슨)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코믹 스릴러'라는 이질적인 장르의 문제였을까, 2회만에 9.5%로 1위의 자리를 <사임당, 빛의 일기>(아래 <사임당>)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영애와 송승헌의 결합이라는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내리 <김과장>에게 고전했던 <사임당>은 야심차게 1위(닐슨 전국 기준 9.6%)로 올랐다.  하지만 2위인 <추리의 여왕>과는 0.1% 차이, 더구나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추리의 여왕>이 우세한 편이다. (<추리의 여왕> 10.0% - <사임당> 9.3%, 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 아직은 누구의 손이 올라갈 만한 형편이 아닌 상황. 그럼에도 <추리의 여왕>과 <사임당>의 혼전이 반가운 이유는 권상우, 송승헌이라는 두 배우가 모처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으며 건재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의 대표적 스타 송승헌과 권상우


송승헌은 1997년 <그대 그리고 나>를 통해 잘생긴 신인으로 얼굴을 알린 후 1999년 <해피 투게더>에 이어 2000년 <가을 동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대표적 청춘스타가 된 배우다. 이후 <여름 향기>(2003), <에덴의 동쪽>(2008), <마이 프린세스>(2011) 등을 통해 무난하게 유명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닥터 진>(2012), <남자가 사랑할 때>(2013)에 이르러 그의 스타성은 정체 혹은 하락세를 맞았다.

권상우 역시 2001년 <맛있는 청혼>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천국의 계단>(2003), <슬픈 연가>(2005)로 역시나 명실상부 당대 최고의 스타가 됐다. 영화에서 부진했던 송승헌과 달리, 권상우는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시작으로, <신부수업>(2004), <말죽거리 잔혹사>, <청춘 만화>(2006)를 통해 영화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청춘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송승헌과 함께 했던 영화 <숙명>(2008)과 드라마 <못된 사랑>(2007)을 지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0년대 최고의 '잘생김'을 연기했던 두 배우 권상우와 송승헌. 두 배우는 '청춘'의 대명사였지만, 안타깝게도 그 '청춘'의 싱그러움을 넘어선 연기로 자신을 증명해 내는 데 실패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2003년 대종상 영화제 남자 신인상에 <말죽거리 잔혹사>로 2004년 대종상 영화제로 남자 인기상을 수상했지만 권상우는 오랫동안 개그의 소재로 회자될 만큼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사 처리의 어색함과 미숙함이란 논란을 넘어서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짙은 눈썹, 우수 어린 연기의 대명사였던 송승헌 역시, 트레이드 마크인 '분위기'만을 되풀이하는 경직된 연기로 점점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랬던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 아직 최종 결과물이 나온 것도, 비록 확고한 시청률로 보상받고 있지도 않지만,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돌아온 권상우와 송승헌의 복귀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다. 여전히 권상우의 발음은 귀에 걸리고, 송승헌은 예의 잘생김만을 연기하지만. 또 '구관이 명관'까지는 아니지만, '구관 나름의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익숙한 '오빠들'


<대장금> 신화의 주인공인 이영애의 '13년만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던 <사임당>, 막상 뚜껑을 연 드라마는 배우 이영애의 미모 이상 설득시키지 못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는 집중력을 분산시켰고, 무엇보다 현모양처라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선입관이 강한 사임당에 대한 '역사'를 넘어서다 못해, 역사를 내버린 듯한 이야기는 공감도를 떨어뜨렸다. 그런 와중에 송승헌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선판 개츠비'라는 제작진의 설명처럼, 이미 결혼해 아이들까지 둔 첫사랑 사임당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왕족이라는 '낭만적 설정'은 모처럼 돌아온 이 잘생긴 배우를 한껏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송승헌이 등장하지 않은 현대가 차라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물론 말도 되지 않지만, 여전히 헌신적인 이겸은 볼만하다는 것이 최근 <사임당>에 대한 복수의 평가다.

오랜 칩거 후에 송승헌은 가장 자신하는 '헌신적인 순정남'의 모습으로 호평을 받고, 권상우 역시 검사나 의사 등 어려운 대사 처리가 필요없는 '소탈한 형사'로 돌아와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서동서 폭력 2팀 형사, 직감과 본응으로 수사하는 일명 마약 탐지견, '개같은' 형사. 폭력 시비로 관할 파출소로 좌천될 만큼 수사 과정에서 물불을 안가리는 하완승 캐릭터로 권상우는 '스타'로 각광받던 시절 잘 하던, 힘을 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사연을 떠올리며 눈에 맺힌 눈물 또한 감성 배우 권상우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다.

모처럼 돌아온 송승헌과 권상우는 가장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모처럼 보니 신선하다. 잘생긴 송승헌과 털털한 권상우의 매력이 제대로 살아나는 모습이 반갑기 까지 하다. 그들이 전보다 더 연기를 잘 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어울리는 작품에서 그들이 잘 하는 걸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한때 대중들의 마음을 흔든 그들이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 지나간 시절로 밀쳐지는 것보다 가끔 '우리의 오빠'로 그 존재감을 증명해 주는 것,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