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랜>의 한 장면. 선관위가 선거 때마다 활용 중인 전자개표기. 우리는 이 개표기를 계속 신뢰할 수 있을까.

<더 플랜>의 한 장면. 선관위가 선거 때마다 활용 중인 전자개표기. 우리는 이 개표기를 계속 신뢰할 수 있을까. ⓒ 프로젝트 부


'1.5'는 <더 플랜>이 내세운 스모킹 건이다. 지난 대선 개표에 문제가 있었다는 심증에 확증을 주는 숫자다. 전자 개표 분류기에서 정상적으로 개표된 것과 미분류로 처리돼 수개표한 후보자의 득표 비율은 비슷하지 않았다. 미분류 투표용지는 거의 모든 개표소에서 항상 박근혜 후보가 평균 1.5배 앞서 있었다. 통계학자마저 한 사람이 번개를 두 번 맞을 확률이라고 했던가?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은 그간 소문으로만 돌던 개표 조작 이야기가 단순한 낭설이 아니라며 근거를 제시한다. '투표에서는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는 옛날 선거판 이야기가 지난 대선에서 진행됐고 여전히 계속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더 플랜>은 상당히 치밀하게 만들어졌다. 의혹과 의문을 제기하면 전문가들이 정밀하게 분석해 해설과 해명을 하고 그런데도 해소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고 파 들어가는 식이다. 긴박감 있게 전개되는 구성은 흥미를 배가시킨다. 막연한 추측이나 주장을 내세웠다면 인정받기 어려웠을 주장은 구체적 자료와 수치를 제시하는 순간 힘을 얻는다. 지난 대선 개표 방송을 촘촘히 분석한 결과다.

개표 결과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결과가 먼저 개표방송에 공개된 개표소는 2000곳이 넘는다. 심한 곳은 개표함을 열고 있는 과정에서 초반 결과가 언론에 먼저 보도된 경우도 있었다. 초반 개표 결과를 토대로 방송사들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지만, 개표가 역순으로 시작됐다면 앞서는 사람은 문재인 후보였다. 그만큼 후반으로 갈수록 문 후보의 득표율이 앞서며 격차를 좁혔다.

그렇다고 <더 플랜>이 지난 대선의 개표과정 전체를 검증하자고 강조하는 영화는 아니다. 대선 투표용지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원인을 조사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 플랜>은 개표과정에서 해킹을 통한 어떤 프로그램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해킹을 당했을 경우 오류가 나거나 개표결과가 조작될 수 있었다는 의심은 가벼이 볼 수 없을 만큼 합리적이다. 전문가를 통해 여러 검증 단계를 거치며 반론으로 나올 수 있는 주장을 무력화시킨다.

이렇게 문제 많은 개표 시스템에서 투표에 담긴 민의가 왜곡될 수 있으므로 이를 막자는 게 취지다. 검표원들이나 개표 참관인들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빠르게 진행되는 개표 과정과 특정한 프로그램이 작동할 경우 오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자칫 모두가 들러리에 불과할 수 있단다. 제작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시각이다.

조작 가능한 기계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의 한 장면. 19대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개봉하게 된 이 작품은, 과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의 한 장면. 19대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개봉하게 된 이 작품은, 과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을까. ⓒ 프로젝트 부


19대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개봉하는 것이나, 공식 개봉에 앞서 온라인에 풀겠다는 것도 이런 마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교수가 지난여름 18대 대선에서 찾아낸 특정한 숫자를 갖고 논문을 작성해 발표한 뒤에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그만큼 영화의 주장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더 플랜>이 제시하고자 하는 방향은 개표 과정의 투명화와 신뢰성이다. "기계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주장을 "조작이 가능한 기계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전문가의 주장으로 반박한다. 전자 투개표가 수개표로 바뀐 외국의 사례는 개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방편으로서 제시된다.

<더 플랜>은 한 편의 스릴러 영화로 봐도 손색없을 만큼 긴박하게 전개된다. 전자 개표기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전개되는 구성은 초반부터 시선을 빨아들인다. 흥미로운 소재를 재밌게 버무려내면서 영화 저널리즘을 구현한다. 민의를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개표 시스템을 믿을 수 없다는 <더 플랜>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다큐멘터리가 매우 설득력 있고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4년에 걸친 집요한 취재와 꼼꼼한 자료 수집, 전문가들을 동원한 검증 등과 함께 중앙선관위가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도 합리적 의심을 더 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이 통계학적으로 철저히 기획된 선거였다"는 김어준 총수의 말은 영화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19대 대선에서 우리는 민의를 도둑맞지 않을 수 있을까? 개표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 불안과 의구심으로 뒤바뀐다. 제도와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투표의 민의와 개표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19대 대선도 개표가 위험하다! 선거를 앞두고 <더 플랜>이 주는 경고다.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 포스터. 이 영화의 경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 포스터. 이 영화의 경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 프로젝트 부



더 플랜 김어준 19대 대선 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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