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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꽃분이'는 정규직일까요? 비정규직일까요? 돌고래를 여성직장인으로 의인화 시켜 그녀의 노동 일상을 알아봤습니다. -기자 말

4월 15일 오후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점프 시범을 보이고 있는 돌고래 장꽃분
▲ 돌고래 쇼 4월 15일 오후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점프 시범을 보이고 있는 돌고래 장꽃분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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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이야기입니다. 이곳에서는 올해 2월 일본에서 수입된 돌고래가 5일 만에 폐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감옥살이 같은 돌고래들의 삶에 크게 분노한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쇼' 폐지와 돌고래의 방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고래생태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돌고래를 이용한 '쇼' 아닌 '쇼'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 일부는  돌고래를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로 지역경제가 살아나기 때문에 '돌고래 쇼'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취업과 노후생활을 걱정하지만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들은 이런 고민 없이 살 수 있어 서로가 "윈윈"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입니다.

과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들은 인간이 생각하는 만큼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아 이곳에서 살고 있는 19세 암컷 돌고래 '장꽃분'이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여성 직장인으로 의인화하고 그녀의 일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로 노동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녀는 어디에 속할까요?

돌고래 장꽃분 씨의 이력서
   
2009년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개관과 함께 발급된 장꽃분 씨의 고래주민등록증
▲ 돌고래 장꽃분의 주민등록증 2009년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개관과 함께 발급된 장꽃분 씨의 고래주민등록증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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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장꽃분' 2009년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으로 이주. 주민등록증 발급됨
   나이 : 19세(추정)
   성별 : 여(♀)
   직업 : 돌고래 쇼 공연 배우
   주소 :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고래로 244
   고향 : 태평양
   결혼유무 : 유  
   가족관계 : 남편 : 고아롱(16세) 3살 연하남, 장생포생태체험관에서 함께 근무
                  자녀 : 2 (사망) - 2014년 첫 아들, 3일 만에 돌연사
                                      - 2015년 둘째(성별, 이름 없음)를 분만, 역시 돌연사
                  처제 : 고다롱(16), 고아롱의 여동생, 2009년 함께 입사한 직장동료


장꽃분 씨의 업무
    직장 :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직책 : 2009년부터 근무. 8년 차
   근무시간 : 주  51시간 (6일 근무)
                  (1일 8시간 30분 근무 – 개관 시간 09:30, 폐관시간 18:00)
   근무형태 : 현장직
   업무 : - 고래생태설명회 시범 (재롱부리기, 점프 쇼) 하루 3회(30분씩)
            - 해저터널 순회공연 수시


휴식 및 휴일 보장은?
    점심시간 : 별도로 없음
   휴무일 : 대체휴무 실시 (매주 월요일 – 월 4일)
   법정공휴일 : 2017년 기준 68일 중  66일 근무 (설, 추석 당일만 휴무)
   연차 : 없음


임금 및 수당은 어떻게?
    임금 : 없음
   상여금 : 없음
   퇴직금 : 없음
   법정수당: 없음 (연장근로, 주휴, 특근, 연차, 산전후휴가,휴업수당 ×)
   비법정수당 : 없음 (직책, 직무, 근속, 생활, 휴일근무수당 ×)


복지 혜택
    식대 : 제공 - 1일 4회, 주로 냉동생선
   숙소 : 제공 – 수족관 (가로 16m, 세로 12m, 수심 5m, 해수량 1020t)
   건강검진 : 수시 (회사 내규에 따름)
   의료비 : 지급 (회사 내규에 따름)


수족관에 갇힌 채 노예처럼 노동착취 당하는 꽃분씨

요약해 보면 장꽃분 씨는 체험관 2층 수족관에서 하루 3회 진행되는 고래생태설명회의 시범조교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직장 상사의 지시(조련사의 호각과 손짓)를 받고 업무를 진행합니다.

설명회가 끝나면 틈틈이 쉬면서 1층의 해저터널을 찾은 관람객을 위해 수족관을 돌아다니며 수시로 순회공연을 합니다. 가끔은 설명회가 끝나도 뒤늦게 온 관람객의 요구가 있을 경우 초과근무를 하면서 점프 시범을 보여야 합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근무가 계속되고, 연차도 없습니다. 5월 1일 노동절을 비롯해 올해 68일 정도 되는 법정공휴일은 거의 쉬지를 못합니다.

돌고래 장꽃분 씨는 고래생태설명회가 끝나도 해저터널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수족관을 이리저리 쏘다녀야 한다. 점심시간이 별도로 없어 휴식을 요령껏 챙겨야 한다.
▲ 휴식도 없이 이어지는 노동 돌고래 장꽃분 씨는 고래생태설명회가 끝나도 해저터널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수족관을 이리저리 쏘다녀야 한다. 점심시간이 별도로 없어 휴식을 요령껏 챙겨야 한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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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임금은 받지 못합니다. 수당도 없습니다. 주 51시간에 이르는 근로시간에 비해 주어지는 것은 식대와 숙소, 건강검진, 의료비 정도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데, 장꽃분 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형태는 정규직도, 비정규직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았습니까? 예. 맞습니다. 한 지적장애인이 19년 동안 무일푼 강제노역에 시달린 청주의 '축사노예' 사건과 앞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신안 염전의 현대판 노예 사건이 떠오릅니다. 또 사극에서 등장하는 불쌍한 노비들의 모습도 연상이 됩니다. 노예와 노비 가진 공통점은 모두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평생동안 노동력을 착취당한다는 것입니다.

동물원의 사자와 '꽃분이'의 차이도 바로 '노동' 여부에 있습니다. 동물원 사자와 기린,곰 등은 우리에 갇혀 있지만 관람객에게 '쇼'(노동)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쇼에 동원되는 동물은 많습니다만 그런 행위는 동물학대 범주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선진국일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농촌에서 기르는 소와 말의 노동은 어떠하냐고요? 이미 가축화된 동물에 대해서는 동물복지사육과 관련한 법 제정 등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습니다. 단, 가축이라도 동물학대는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포획되기 전 돌고래 장꽃분 씨는 고향인 태평양에서 일한 만큼 신선한 먹이를 먹고 유유자적 푸른 바다를 여행할 수 있었던 자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감옥살이도 모자라 노동력까지 착취당하는 비운을 겪고 있습니다.

4년 동안 서울수족관에서 돌고래 쇼에 강제동원 되었다가 2013년 고향인 제주바다로 되돌아 간 '제돌이'처럼 장꽃분 씨도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장꽃분 씨는 올해 19세로 주민등록증도 있지만 아쉽게도 5월 9일 대선에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투표권이 있다면 아마도 한국 내에 갇혀있는 돌고래 60여 마리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줄 후보에게 투표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뉴스행동에 17일 자에 함께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울산 고래, #고래박물관, #돌고래 쇼, #고래생태체험관, #울산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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