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류현진이 어깨와 팔꿈치 부상에서 벗어나 풀 타임 선발 로테이션에 다시 합류한 가운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선발진의 초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선발투수 자원은 넘쳐나는데, 제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투수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뿐이다.

커쇼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모두 고전하고 있다. 선발승의 최소 요건인 5이닝을 채우는 것도 힘겨워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는 모습은 다저스 벤치의 일상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개막 1개월도 안 되어 부상자까지 발생하며 운영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1경기 3피홈런 충격 극복한 커쇼, 에이스는 에이스

2008년에 데뷔하여 2009년부터 본격적인 풀 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커쇼는 데뷔 시즌인 2008년(4.26)을 제외하고 평균 자책점이 3.00 이상인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풀 타임을 치른 이래 가장 높았던 평균 자책점이 2010년의 2.91이었다. 그 다음 해부터 커쇼는 무려 3번의 리그 사이 영 상과 1번의 MVP를 수상하는 등 본격적인 정상 궤도를 달렸다.

2017년 개막전에서도 커쇼는 홈런 하나를 허용하긴 했지만, 큰 위기 없이 1자책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두 번째 등판인 쿠어스 필드 원정 경기에서 무려 3개의 피홈런을 맞으며 무너졌다. 바로 전날 어깨 부상으로 사실상 2년을 쉬었던 류현진이 1피홈런 2실점 경기를 치렀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커쇼는 한 경기의 충격으로 쉽게 부진에 빠지지 않는 투수였다. 3번째 등판이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 경기는 한때 자신의 동료였던 잭 그레인키와의 대결이었다. 그레인키가 부진하면서 라이벌의 맞대결은 싱겁게 끝났지만, 커쇼는 9회초에 실점하며 8.1이닝 1실점으로 아쉽게 완봉승을 놓쳤을 정도였다.

커쇼의 다음 등판은 4월 20일(한국시각)로 예정되어 있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바로 다음날 경기에 등판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지만, 커쇼가 등판하는 다음 날은 다저스의 이동일로 경기가 없다. 이후 다저스는 피닉스, 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원정 7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부진에 빠진 마에다, 또 손가락 물집 터진 힐

일본인 오른손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는 지난 시즌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유일하게 풀 타임을 던진 선수였다. 에이스 커쇼마저 허리 디스크 증세로 인하여 몇 달을 쉬었기 때문에 지난 시즌 다저스에서 3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한 선수가 마에다뿐이었다.

마에다는 지난 시즌 32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6승 11패 평균 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비록 이닝이 175.2이닝으로 규정 이닝을 살짝 넘겼을 정도였지만, 커쇼가 시즌 중반 이탈한 상태에서 꿋꿋하게 버텨내며 정규 시즌에서는 실질적인 에이스였다.

그런데 올 시즌 출발이 심상치 않다. 첫 등판에서 3실점, 두 번째 등판에서 4실점하면서 간신히 5이닝을 던졌던 마에다는 세 번째 등판에서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3번의 등판에서 모두 피홈런이 있었으며, 마에다의 3경기 성적은 1승 1패 평균 자책점 7.07이다.

당초 마에다는 다저스와 8년 계약을 맺을 때 연봉 보장 금액은 2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히로시마 도요 카프 시절 많이 던진 탓에 팔꿈치 상태가 확실하게 건강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장 금액이 내려갔고, 인센티브가 많이 붙었던 탓이었다.

마에다가 시즌 초반 3경기에서 연속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저스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2년 전 오른손 투수 브랜든 맥카시가 4년 계약을 맺은 뒤 부진했던 4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며 수술대에 누웠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후반에 다저스에 왔던 베테랑 왼손 투수 리치 힐은 사실 지난 해에도 손가락 물집으로 인하여 부상자 명단을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힐은 다저스에서도 정상적인 선발 등판 간격을 소화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이번 시즌에 또 발생하고 있다. 힐은 올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5이닝만 던지고 손가락 물집으로 인해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부상자 명단에서 해제되자마자 다시 등판했는데, 이 경기에서 손가락이 또 말썽을 일으키면서 3이닝만 던지고 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힐의 주무기는 낙차 큰 커브이며, 속구와 커브 위주의 피칭을 하다가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문제는 힐이 던지는 커브 그립이 힐의 손가락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0년생의 노장 힐은 점차 손에 땀이 더 많이 나면서 피부가 약해지고 있음을 털어놨고, 문제는 다저스가 이런 힐에게 무려 3년 재계약을 안겨줬다는 사실이다.

큰 부상에서 회복한 맥카시와 류현진, 정상 궤도 진입은 시간이 더 필요

브랜든 맥카시(우)와 류현진(좌)은 둘 다 큰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다. 맥카시는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다시 선발로 복귀했고, 류현진은 어깨 관절경 수술과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실질적으로 올해부터 로테이션에 복귀했다.

맥카시는 수술 후 복귀하여 지난 시즌 10경기에 등판(9선발)하여 2승 3패 평균 자책점 4.95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기록들 중에서 맥카시가 5이닝을 넘긴 경기는 5경기뿐이었다. 장기 부상에서 복귀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고, 맥카시는 그에 따른 시행 착오를 겪었다.

일단 맥카시는 올 시즌 3경기 등판에서 모두 5이닝을 넘기기는 했다. 첫 번째 등판과 두 번째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를 기록했고, 세 번째 등판에서도 5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세 번째 등판에서도 4회까지 실점이 없다가 5회에만 2점을 내주면서 교체되었고, 결국 그 경기에서도 다저스는 불펜의 과부하로 패했다.

팔꿈치보다 회복이 더딘 어깨에 수술을 받았던 류현진은 좀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범경기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시범경기에서 공을 그렇게 많이 던지지는 않았다. 시범경기보다 더 많은 공을 던져야 하는 정규 시즌에서는 이닝을 늘려가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류현진은 복귀전 치고 까다로운 여건에서 처음 2경기를 치렀다. 첫 번째 경기는 투수들이 가장 싫어 한다는 쿠어스 필드에서 던졌고, 두 번째 경기도 외야수들이 수비하기 힘들다는 리글리 필드에서 던졌다. 류현진은 시즌 3번째 경기인 19일 경기가 되어서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던질 예정이다.

과부하 걸린 다저스 불펜, 류현진에게도 부담

4월 18일까지 기준으로 다저스의 팀 평균 자책점은 2.86으로 메이저리그 30개 팀들 중에서 2위다(1위는 작년과 정반대로 탈바꿈한 미네소타 트윈스). 그나마 이 성적은 1.46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다저스의 불펜 덕분이다(전체 3위).

선발투수들만 놓고 보면 다저스의 평균 자책점은 3.80에 불과하다(전체 15위). 그나마 커쇼와 맥카시의 평균 자책점이 낮아서 4점을 넘지 않았을 뿐이지, 마에다나 힐의 현 상태를 감안하면 다저스의 평균 자책점은 더 올라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저스 선발진의 이닝 소화 능력은 30개 팀들 중 공동 16위에 불과하다(73.1이닝). 반면 불펜은 1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음에도 벌써 49.1이닝이나 던졌다(5위). 게다가 최근 3경기에서도 다저스 불펜은 사흘 연속 과부하에 시달려야 했다.

디백스와의 홈 4연전에서 다저스는 첫 경기만 커쇼가 완투에 가까운 피칭을 했기 때문에 1명만 등판했을 뿐이다. 나머지 3경기에서는 선발투수들이 4이닝, 3이닝, 5이닝만 던졌기 때문에 다른 투수들에게 남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과제가 떨어졌다.

그나마 마에다가 무너졌던 날은 선발도 가능한 왼손 투수 알렉스 우드가 롱 릴리프로 등판하여 3.1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다른 투수들의 부담이 덜했다. 문제는 이 경기에서도 두 명의 투수가 각각 한 타자만 상대하는 바람에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1.1이닝을 던졌다.

힐이 3이닝만 던지고 손가락 때문에 내려가자, 다저스는 무려 5명의 구원투수를 투입해야 했다. 역시 선발 요원이었던 로스 스트리플링이 롱 릴리프로 2.1이닝을 던지기는 했다. 그러나 남은 4명의 투수가 나머지 4이닝을 던지는 과부하가 일어났다.

18일 경기에서도 다저스는 그랜트 데이튼과 크리스 해처, 루이스 아빌란이 구원 등판했다. 이들 중 해처가 2.2이닝을 던지면서 그나마 롱 릴리프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 최근 3경기를 감안했을 때, 19일에 등판하는 류현진을 구원할 수 있는 투수들은 크게 줄어든다.

왼손 타자 스페셜리스트 아빌란은 3일 연투를 했기 때문에 하루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으며, 역시 왼손 투수 데이튼도 이틀 연투를 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세르지오 로모와 페드로 바에즈만 18일 경기에서 하루를 쉬었다.

롱 릴리프로 멀티 이닝을 던진 스트리플링과 해처는 투구수가 많기 때문에 적어도 이틀이나 사흘은 쉬어야 한다. 역시 롱 릴리프로 던졌던 우드는 손가락 물집 재발로 부상자 명단에 들어간 힐의 자리를 대신하여 선발로 투입될 예정이라 류현진의 뒤를 도와줄 수 없다.

힐이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면서 대신 25인 로스터에 합류한 선수는 투수가 아닌 야수 롭 세게딘이다. 어쩌면 19일 경기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에 마땅히 바꿀 투수가 없어서 투수를 교체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19일에 등판하는 류현진이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보다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개인의 입지를 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팀 전체의 투수 운영을 위해서 류현진의 호투가 절실하다. 19일 오전에 등판하게 될 류현진의 투구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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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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