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MBC <무한도전>은 충남 보령에 속한 작은 섬 녹도를 찾았다. 대부분 7080대 고령의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녹도에 3년 전 임찬희(8), 채희(5) 남매가 부모를 따라 이사를 왔고, 찬희를 위해 10년 전 폐교됐던 초등학교가 올해 다시 문을 열었다. <무한도전>이 녹도를 찾은 것은, 또래 친구가 없는 찬희·채희 남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같은 가족과 관련한 국가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에 걸맞는 특집이었다. 배우 서현진이 특별 게스트로 활약한 MBC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 편은 혼자 학교를 다녀야 하는 찬희뿐 아니라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고 녹도 마을 주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의 한 장면. ⓒ MBC


매회 큰 판을 벌이고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고자 했던 <무한도전>에서 실로 오랜만에 본 잔잔한 웃음이었다.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은 녹도 초등학교 출신 고향 토박이로서 각각 초등학교 교사(유재석), 보건소 간호사(박명수), 전식당 운영자(정준하), 경찰(하하), 우체국 집배원(양세형)으로 분했고, 서현진 역시 녹도 초등학교를 나온 일일 음악교사로 등장한다. 꽁트적 요소가 다분하긴 하지만, 일일 마을 청년으로 분한 <무한도전> 멤버들과 서현진은 빠른 시일 내에 녹도 주민들과 친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늦은 밤 잔치가 끝날 때쯤에는 마을 주민들에게 스스럼 없이 동화되어 간다.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었던 '어느멋진날'

오랜만에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 <무한도전>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그 동심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유재석, 서현진)이 있었고, 요즘 제일 잘 나가는 tvN <윤식당>을 패러디한 정준하의 '전식당'과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편지 전달 시간도 마련됐다. 나홀로 학교에 다니는 찬희를 위해 기획된 특집이라고 하나, 녹도에 거주하는 70~80대 노인들의 취향 저격도 소홀히 하지 않은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 편은 간만에 연령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다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방송이었다.

 지난 6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의 한 장면 ⓒ MBC


많고 많은 섬마을 중에서 <무한도전>이 녹도를 찾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 산간 지역의 학교들이 폐교돼 간다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찬희의 사례처럼 오래전 폐교됐던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뉴스거리로 인터넷상에서 잠시 회자하는 정도다.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있던 학교마저 폐교돼 도서 산간에 사는 학생들이 먼 거리에 위치한 학교까지 통학해야 하는 사연이 더 많이 들리는 대한민국에서 한 학생을 위해 다시 문을 연 학교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사라져가는 학교 이야기는 더는 산골, 섬마을에서만 벌어지는 쓸쓸한 현실이 아니다. 이미 대도시 내에서도 구도심에 위치한 학교가 문을 닫거나 신도시로 이전해가는 사례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불편은 자연스레 구도심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구 절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어린이의 웃음소리를 듣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녹도에 어린이는 부모를 따라, 이주한 찬희·채희 남매밖에 없다. 녹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부분의 청년은 부모만 남겨 놓고 더 나은 일자리와 생활 환경을 찾아 녹도를 떠났다. 그러다 보니 녹도에는 노인들만 남게 됐다. 정부의 각종 출산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도통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도 자꾸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고령의 인구만 밀집해서 살아가는 나라가 될 것이다.

 지난 6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의 한 장면 ⓒ MBC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서 다시 문을 연 녹도의 초등학교를 찾아간 <무한도전>은 구태여 이런 현상을 집중해서 주목하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들 속에 아이들은 단 두 명인 녹도의 풍경을 비교적 평화롭게 보여줄 뿐이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무한도전>이 여러 차례 비추어 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 편만큼은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시 내려놓고 녹도 마을 주민들에게 특별한 일상을 선물하고자 한다. 그 결과 방송에 함께한 녹도 마을 주민들은 물론, 주말 저녁 편안한 휴식을 원했던 시청자들의 기분을 흡족하게 만든다. 그리고 방송 말미 일찌감치 사전 투표에 참여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비추며, 선거에 참여해야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진리를 넌지시 일깨워 준다. 가정에 달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우리가 사는 현실까지 잠시 생각하게 하는 <무한도전>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무한도전 녹도 서현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