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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대한승마협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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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승마선수 정유라씨 존재를 몰랐다던 삼성 쪽 주장과 엇갈리는 증언이 또다시 나왔다.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20차 공판에는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출석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승마협회장일 때 실무를 처리하며 최씨 측근 박원오씨와 삼성 사이를 연결했던 인물이다.

이날 김 전 전무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에야 최순실 모녀의 실체를 알았다'던 이 부회장 등 삼성관계자들 말과 어긋나는 진술을 유지했다. 첫 번째는 정유라씨 출산 문제였다.

국정농단 의혹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15일 첫 독대 때 이 부회장에게 정씨를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25일 두 번째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지원이 부족하다"며 화를 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특검 조사 때 "그해 6월 24일 박상진 전 사장이 '삼성은 준비가 됐는데 정씨가 최근 출산해 지원을 못 하고 있다더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물론 박 전 사장은 아니라고 말한다.

삼성은 '정유라 출산' 언제 알았나

김종찬 전 전무는 박 전 사장보다 먼저 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영국 전 삼성전자 상무에 관해 진술했다. 이 전 상무는 회사 지시로 2014년 말 승마협회 일을 맡았을 때부터 정유라씨 존재를 알았다고 의심받는다.

김 전 상무는 29일 "2015년 5월쯤 이 전 상무가 '정유라가 애를 낳았냐'고 물어본 적 있다"며 "독일 훈련 중으로 알아서 아니라고 했더니 더 질문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정씨 출산을) 알고 물어본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쯤에야 언론 보도로 알았다는 이 전 상무 주장과 반대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2015년 7월 23일 박 전 사장이 독일 체류 중이던 박원오씨 연락처를 문의한 것도 이상했다. 김 전 전무는 "박 전 사장이 박씨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이유는 모르는데, 저는 박 전 사장이나 이영국 전 상무에게 박씨가 독일에 갔단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 지시를 받은 박 전 사장이 독일에서 정유라씨를 돕는 박원오씨에게 연락하려고 했다'는 특검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 증언이었다.

김 전 전무는 삼성이 정씨 때문에 승마훈련을 지원하는 줄 몰랐다. 그는 "2015년 8월 25일 박원오씨와 프랑크푸르트를 갈 때 '삼성과 승마협회 선수지원계약을 한다'고 들었다"며 "정유라를 꼬집어서 얘기하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015년 12월 박씨에게 "삼성에서 왜 정유라를 지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묻자 이런 대답을 들었다.

"삼성이라고 딱 얘기한 건 아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도움을 줘서 그렇다고 하더라. 자기가 최순실한테 들었다고 했다."

"공주승마 얘기에 '정유라는 실세 딸' 소문 퍼져"

김 전 전무는 예전부터 정씨가 정윤회‧최순실씨 부부 딸인 사실을 알았지만, 판정시비가 붙은 2013년 상주 승마대회부터 그들의 영향력이 알려졌다고 증언했다. 이어 "안민석 의원이 2014년 4월 (정씨의 국가대표 선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공주승마' 얘기를 했을 때 정윤회씨가 진짜 박근혜 정부 실세인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승마계에서도 알았다, 짧으면 30분, 길면 3일 안에 소문이 퍼진다"고 했다. 박상진 전 사장과 이영국 전 상무가 승마협회 임원을 맡은 즈음에도 이미 알려졌던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전무는 자신이 2014년 12월 17일 승마협회 송년회에 정유라씨가 불참하도록 만들었다는 이영국 전 상무 진술도 반박했다. 특검은 이 전 상무가 정씨 불참 사실을 장충기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고한 문자를 근거로 '삼성은 원래부터 정씨를 알았다'고 한다. 이 전 상무는 지난 17일 법정에 나와 "김종찬 전 전무가 조치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해 들은 김 전 전무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의 핵심인물, 정유라씨는 곧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날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5월 30일 정씨를 데리고 덴마크 코펜하겐공항에서 출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을 거쳐 다음날 오후 3시 5분쯤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그의 송환을 위해 검사 1명과 범죄인 인도 담당 사무관 1명, 수사관 3명을 덴마크로 보냈다. 정씨는 이미 법원의 체포영장이 나온 상태라 곧바로 구금될 예정이다.


태그:#정유라, #최순실, #이재용,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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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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