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7번째 내가 죽던 날 메인 포스터 7번째 내가 죽던 날 메인 포스터

▲ 7번째 내가 죽던 날 메인 포스터 7번째 내가 죽던 날 메인 포스터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1.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늘 할 일보다 내일 무엇을 할지에 대해 더 고민한다. 알 수 없는 내일을 대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불안한 마음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SF 장르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향하는 이야기들이 활용되는 지점도 바로 이런 심리 때문이다. 타임머신이 아니더라도 내일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타임루프(Time loop)라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타임루프는 동일한 기간을 반복하는 방식을 통해 특정 기간을 미리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 경우에는 지속적인 내일을 알 수는 없다. 특정 기간이라는 제한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 시기를 반복할 뿐이다. 더그 라이만 감독의 <에지 오브 투머로우>라는 작품에서도 활용된 바 있다. 타임루프라는 소재를 활용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지속되는 반복을 통해 주어진 조건을 찾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조건이 만족되는 순간 타임루프의 끝나지 않는 굴레 속에서 내일을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02.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 역시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매일 밤 12시 39분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 샘(조이 도이치 역)이 다음 날 아침에도, 그다음 날 아침에도 계속해서 똑같은 하루를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 처음에는 반복되는 하루가 샘에게 그저 놀랍고 신기한 일로 비치지만, 같은 하루가 수십 번 반복이 되니 그녀는 무력해지고 만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 것이다. 영화는 동일한 타임루프 소재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활용에 있어 조금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존의 작품들이 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주어진 조건을 해결하려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라이 루소 영 감독은 단순한 문제 해결을 통한 극복의 관점보다는 계속되는 하루를 받아들인 관점에서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7번째 내가 죽던 날 스틸컷 우정이 가장 소중한 줄 알았던 시절

▲ 7번째 내가 죽던 날 스틸컷 우정이 가장 소중한 줄 알았던 시절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03.
장르적으로는 정통 SF가 아닌 하이틴 무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철없는 10대 여자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벌어지는 일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타임루프는 그들의 이야기와 변화를 조금 더 극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그중에서도 샘의 친구인 린제이(할스톤 세이지 역) 무리와 그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줄리엣(엘레나 캠푸리스)의 대립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요소다. 영화의 결말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감독이 이 지점을 통해 타임루프의 특성과 따돌림을 당하는 이들의 마음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하루를 경험하던 샘은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전부 줄리엣을 괴롭히던 린제이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내 잘못이 아님에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의 억울함과 무게. 이 마음이 영화 속에서는 아무 잘못도 없이 그저 시기와 질투, 소문만으로 따돌림을 당해야 하는 줄리엣과 같은 아이들의 마음과 동일시 되는 것이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만난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나야말로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지긋지긋해."

이런 모습들을 통해 샘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린제이의 행동에 동조하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역시.

04.
감독이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방식 역시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타임루프 소재의 가장 약점은, 반복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같은 장면의 반복에 의한 집중력 저하와 흥미 감소다. 동일한 장면의 반복 속에서 이야기 역시 늘어진다. 이 지점을 라이 루소 영 감독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장면이 반복될수록 같은 장면의 길이는 점차 축약되고 있고 동일한 장면에서도 카메라의 시점을 달리하며 대사와 동선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다른 장면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이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이 활용하는 약간의 우연성 역시 흥미롭다. 샘은 자신들의 죽음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세 번째 같은 날이 반복되던 때 파티에 가지 말자고 친구들을 설득한다. 파티에 갔을 때의 일을 그녀가 이미 겪어 알고 있었던 탓이다. 물론 그들은 파티를 가지 않으면서 사고를 피했지만, 그 대신 따돌림을 당하던 줄리엣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을 피한 자신들을 대신해 줄리엣이 죽은 것 같이 느껴지지만, 이 장면이 실제로 영화 속에서 그렇게 활용되지는 않는다. 감독은 이 지점의 사실을 극대화시켜 전달하기 위해 그 전에 등장하는 두 번의 샘과 친구들의 사고 장면에서 이 사실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모를 뿐. 이런 연출들을 보면 확실히 장면을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 영리한 감독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일종의 반전이라고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장면을 주목하는 것 역시 이 작품의 숨은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7번째 내가 죽던 날 스틸컷 진짜 소중한 것들을 알아가기 시작한 샘.

▲ 7번째 내가 죽던 날 스틸컷 진짜 소중한 것들을 알아가기 시작한 샘.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05.
이 작품이 하이틴 무비라는 것과 타임루프 소재를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스스로의 삶을 되짚어보게 하는 역할도 한다. 켄트(로건 밀러)가 전해주는 쪽지에 쓰여있던 'this isn't you'라는 문구와 그의 방 안에서 발견한 'Become who you are'은 주인공 샘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계기로 활용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자신밖에 모르고 시기와 질투가 강했던 친구 린제이와 그 무리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기만 했던 친구 알리(신시 우 역)와 엘로디(메달리온 라히미 역) 속에서 점차 자신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샘이다. 실제로 수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를 생각해본다면, 하이틴 무비에서 언급할 수 있는 적절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네 자신이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샘의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말이다.

06.
사실 이 작품은 로렌 올리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기존에 원작이 있는 경우 작품은 수 많은 각색을 통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창조해 내거나, 원작에 최대한 가깝게 스크린으로 옮기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7번째 내가 죽던 날>의 경우에는 원작의 소설이 갖고 있던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 변화와 심리 묘사를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 대부분을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니 후자에 속할 것이다. 실제로도 영화는 반복되는 매일 속에서 진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어떤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주인공 샘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후반부의 엔딩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으나, 그 역시 샘이 어떤 내일을 만나게 될 것인지를 유추해 본다면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조영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joyjun7)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무비 7번째내가죽던날 넘버링무비 조이도이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