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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공무원이 액비탱크에서 퍼낸 분뇨를 땅을 파고 부은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주민과 공무원이 액비탱크에서 퍼낸 분뇨를 땅을 파고 부은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 <무한정보>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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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갑자기 악취가 진동해 웬일인가 했더니 액비탱크에서 돼지 똥물이 논으로 흘러들고 있더라. 그런 논이 20만 평이나 된다. 주변 냇갈에 미꾸라지도 죽고 개구리가 뱃가죽을 허옇게 드러내고 뻗어 있는 걸 봤다.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해 넣은 우렁이까지 죽으면 큰일이다. 더구나 삼광벼는 질소질이 많으면 쓰러지는데 까딱 잘못하면 농사 망치게 생겼다."

 "저놈의 축사(양돈사)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여름엔 바람 쐬러 마당에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고약하다. 그동안 고발도 하고 별짓 다 했지만 소귀에 경읽기였다. 끗발이 보통 좋은 게 아니다."

"냇갈에 물장화 신고 들어가니 똥물을 얼마나 퍼냈는지 슬러지(시궁)가 허리까지 닿더라. 이번엔 뿌리 뽑아야 한다."

지난 15일 오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사1리 마을회관에 모인 성난 농민 10여 명은 "농사 다 망치게 생겼다"라며 목청을 높였다. 오목내(하천 이름) 옆 논 가운데 설치한 액비탱크(600톤 규모)에서 유출된 돼지분뇨가 하천을 통해 논으로 유입된 것.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액비탱크에서 유출된 분뇨에 대해 "누수 사고가 아닌 무단방류다. 과거에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규정한 뒤, 현장조사를 나온 예산군청 환경직 공무원에게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축사폐쇄"를 요구했다.

논농사를 짓는 박종서 전 군의원은 "액비탱크는 군에서 보조금을 줘서 설치했는데, 준공한 지 1년도 안 돼 샜다면 부실시공이다. 그것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향후 벼 도복(쓰러짐) 피해 발생시 대책을 촉구했다.

이성용 이장은 "샌 게 아니고 퍼낸 거다. 땅을 파고, 분뇨를 붓고, 흙으로 덮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주장한 뒤 "언제까지 축산업자 한 사람 살리자고 수백 명 농민이 고통을 받아야 하냐. 여기 농지 규모가 무려 25만 평이나 된다"며 개탄했다.

농민들의 말대로 액비탱크가 설치된 현장은 심각한 상황이다. 행정구역상 삽교 가리에 위치한 액비저장시설은 수년 전 설치한 탱크(400톤 규모)와 지난 3월에 예산군 보조금 3500만 원(총사업비 5100만 원)을 지원받아 준공한 탱크(600톤 규모)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600톤 규모의 탱크 주변 공지에서는 30여 미터나 되는 도랑을 굴착하고 돼지분뇨를 퍼부은 현장이 목격됐다. 액비탱크 주변은 악취가 진동해 잠시도 머물기 어려울 정도였다.

예산군청 환경과 담당 공무원은 "축주말로는 '한 차를 넣었는데 다 빠졌다(샜다)고 한다. 실제 얼마나 유출됐는지 아직 확인이 안 됐다. 지금 가축분뇨법 위반혐의로 조사 중이며, 검찰송치 절차를 밟겠다"면서 "현재 예산군 내에 액비탱크가 상당히 많이 설치됐는데, 언젠가 노후하면 유출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해당 실과에 더 이상 보조사업을 추진하지 말자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액비탱크 소유자인 축주 이아무개씨는 "9일 액비탱크에 문제가 생겨 분뇨가 샜다. 시공업체가 곧바로 와서 수리했는데 4일이나 걸렸다. 어쩔 수 없이 분뇨를 탱크 옆 땅에 도랑을 파고 퍼냈다"고 말했다.

유출된 분뇨의 양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농업피해 대책에 대해서는 "냇가로 흐른 분뇨량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농업피해는 탱크설비업체(이엔텍, 천안 입장 소재)가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했다. 또 하천 바닥에 슬러지가 쌓였으면 그것도 퍼내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돼지분뇨, #분뇨유출, #똥문, #액비탱크,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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