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어깨 부상에서 벗어나 시즌을 치를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6월 23일(이하 한국 시각) 뉴욕 메츠 전 등판에서의 실점도 피홈런 2개로 인하여 이뤄졌다는 점은 승패와는 관계 없이 류현진에게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숙제로 남았지만 말이다.

사실 류현진은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에서 적용되는 경제적 논리로 보면 다소 불합리한 경쟁 환경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사수하며 올 시즌을 치르고 있음은 매 경기 승패에 관계 없이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부진한 성적에도 계속 기회 얻는 힐, 불똥은 류현진과 마에다에게

현재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입지가 불안한 선발투수는 3명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좌)와 젊은 투수 알렉스 우드(좌) 그리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이후 복귀해 안착 과정을 넘어 풀 시즌을 치르고 있는 브랜든 맥카시(우)는 1~2경기 부진하다고 당장 밀려날 가능성이 적을 정도로 입지가 안정적이다.

코칭 스태프들이 선발 로테이션 잔류 여부를 매번 고심하고 있는 선수는 류현진(좌)과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우) 그리고 베테랑 투수 리치 힐(좌)이다. 이들 중 성적만 보면 류현진이 이닝과 평균 자책점 등에서 다른 두 선수보다 앞선 지표를 보이고 있다.

3명 중 경쟁에서 가장 뒤쳐진 선수는 힐이다. 올 시즌 9경기에 등판하여 4승 3패 평균 자책점 4.73을 기록하고 있는데, 메이저리그 최초로 개막 9경기 연속 5이닝 이하를 기록하는 바람에 고작 40이닝 소화에 그치고 있다. 경기 당 평균으로 환산했을 때 선발투수의 최소 요건인 5이닝도 채우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선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력만으로 판단했을 때 당장 선발 로테이션 대신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선수는 힐이다. 실제로 힐은 풀 타임 선발투수로 30경기 이상 꾸준히 등판했던 시즌이 2007년 1번 밖에 없을 정도로(195이닝) 선발투수로서의 경력이 거의 없는 선수다(통산 230경기 중 103선발).

하지만 불똥은 류현진과 마에다에게 튀고 있다. 류현진도 그렇고, 마에다도 그렇고 각자 국적을 갖고 있는 고국 프로리그에서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어느 정도 검증을 완료한 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온 선수들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가 부족하여 서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고액 연봉 수령하는 힐, 프로 스포츠 경제 논리로 인해 더 많은 기회 얻어

사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다저스 구단 프런트의 선수 투자 현황 때문이기도 하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에도 이닝 소화에 있어서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었던 노장 선수 힐에게 무려 3년 4800만 달러의 FA 대박 계약을 안겼다(1980년생).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에,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팀에서는 어떻게든 써 먹을 수밖에 없다. 만일 비싼 연봉을 준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만 전력에서 뺀다면, 구단 프런트는 그 선수에게 잘못된 투자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이러한 점은 프로 스포츠에서도 흔하며, 선수 뿐만 아니라 감독이나 구단 프런트도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저스 구단 수뇌부는 적지 않은 투자를 한 힐이 언젠가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고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들 중에서 선수 연봉 지출에 가장 많은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이 부문 1위로, 올해 다저스는 선수 연봉 지급에만 무려 2억 2555만 3087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다저스를 빼면 올해 선수 연봉으로 2억 달러를 쓰는 팀은 아무도 없다.

사실 다저스는 1986년을 마지막으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 월드 챔피언 등극을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우승 전력을 위해 FA 시장에서 계속 선수들을 긁어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승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포스트 시즌에서 중도 하차하는 현상이 매년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다저스는 월드 챔피언이 아니면 실패한 시즌이라는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다.

불합리한 경쟁, 이를 극복하고 버티는 것이 진정한 실력

다행히 다저스는 올 시즌이 끝나면 팀 연봉을 어느 정도 줄일 기회를 얻게 된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7월 논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 시한 때 우승을 위한 거물급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지는 않다. 외야수 칼 크로포드와 안드레 이디어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장기간 지급되던 연봉을 줄일 수 있다.

다저스는 올해에도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선수에게 지불하는 연봉만 해도 무려 1060만 덜러나 된다. 다만 그러한 페이롤을 줄일 기회가 되기 전까지는 일단 기존의 선수들 중에서 활용하여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다저스 선발진을 살펴보면, 올 시즌을 끝으로 FA를 취득하는 선발투수가 없다. 굳이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는 선수까지 따지자면 우드가 있지만, 에이스 커쇼보다 이닝은 짧아도 더 큰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는 우드를 다저스가 쉽게 놓을 리는 없다.

사실 프로 스포츠에서 경쟁은 완전히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뤄지지는 못한다. 비슷한 실력의 선수가 있을 때 몸값이 높은 선수가 경쟁에서 우위를 얻거나, 기존에 팀에서 검증을 끝낸 선수를 우선적으로 기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만큼 급격한 변화를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버티는 선수가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 과거에 박찬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한 뒤 2경기 만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었다가 다시 풀 타임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는 데에 무려 2년이 걸렸으며, 추신수 역시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같은 포지션에 베테랑 선수들이 확고하게 있다는 이유로 인해 결국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되었다.

그러나 박찬호와 추신수는 결국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고,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선수들이다. 어찌 보면 어깨 부상으로 2년 동안 자리를 비웠던 류현진은 처음 다저스에 왔을 때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극복하고 넘어서면 류현진은 그 만큼 더 좋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앞으로 꾸준히 등판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이는 류현진이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과거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응원하며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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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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