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사령탑 선발권을 가진 기술위원장에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선임되면서 자연히 후임 대표팀 감독 인선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축구협회는 26일 이용수 전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기술위원장에 김호곤 부회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신임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조만간 슈틸리케 전 감독의 경질로 공석이 된 대표팀 감독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김 위원장의 등장으로 향후 대표팀 개편의 방향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김 위원장은 축구협회 주류에서도 보수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감독 선임 문제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차기감독은 외국인보다는 국내 감독을 찾는게 낫다는 의견도 분명히 피력했다. 전임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차기 감독이 사실상 국내파로 압축되면서 후임 감독 후보들의 면면도 뚜렷해졌다.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신태용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등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재로서 우선순위는 역시 허정무 부총재다.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이라는 뚜렷한 업적을 세운 허 부총재는 국내파 감독으로서는 대표팀에서 최대의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박지성-이영표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선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안목, 풍부한 대표팀 경험에서 오는 선수단 장악과 관리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난바 있다. 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낮다는게 약점이다. 전술적으로 단조롭고 지루한 축구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무엇보다 2012년 K리그 인천 사령탑에 물러난지 벌써 5년이나 된 것도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허 부총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축구협회 부회장이자 대표팀 단장을 맡았을만큼 전통적으로 친 축협 인사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협회가 김호곤 기술위원장을 선임한 것도 허정무 부총재 와의 조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 수뇌부가 지나치게 올드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 만일 허정무 부총재가 차기감독으로 선임될 경우, 대표팀은 김호곤 위원장-허정무 감독-정해성 코치에 이르기까지 평균 60세를 넘기는 '할배' 라인업이 꾸려지게 된다.

물론 나이가 선입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최근 리더십의 화두인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이나 현장감각 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허정무 부총재와 김호곤 기술위원장, 정해성 코치 모두 현장을 떠난 지 꽤 오래된 인물들이다.  과거의 실적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하지만 과연 최근 4~5년간 급변하는 세계축구의 흐름이나 한국축구의 시대적 변화를 이끌기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축구협회가 과감한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도 아직은 열려있다. 허 부총재가 아니라면 젊은 감독들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 최근 지도력을 인정받은 40대 이하의 소장파 감독중에서 현재 맡은 팀이 없는 인물로는 신태용 감독이나 최용수 감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신태용 감독은 최근까지 A대표팀 코치를 역임한 바 있고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의 지휘봉을 두루 잡으며 대표팀 사정에 누구보다 밝다는 강점이 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새로운 대표팀 감독의 요건으로 '소통 '을 언급했는데, 신세대 선수들과의 친화력하면 누구보다 먼저 떠오를 인물이 바로 신감독이다.

최용수 감독 역시 선수단을 사로잡는 소통 능력에 일가견이 있다. K리그 FC 서울과 중국 장쑤 감독을 역임하며 다루기 어려운 스타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증명한 바 있다. 신태용과 최용수 모두 최근까지 감독직을 수행하며 현장 감각이 살아났고 현재 맡은 팀도 없어서 당장 대표팀에 부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약점도 뚜렷하다.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 아시아예선 준우승-리우올림픽 8강, U20월드컵 16강 등 모두 실패는 아니지만 성공이라고 하기에도 2% 부족한 성적표를 거듭했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승부사 기질이 돋보이지만 반면 안정감이 떨어지는 수비전술이나 지나친 설레발은 '앙날의 검'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신태용 감독의 연령대별 대표팀 경험을 살리는 차원에서 A대표팀보다는 23세 이하 대표팀을 다시 맡겨서 2018년 아시안게임이나 2020 도쿄올림픽을 노려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용수 감독은 역시 대표팀에서의 지도 경험이 전무하다는게 단점이다. 최근 경질된 중국 장쑤에서는 호화멤버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신태용-최용수 모두 아직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40대의 젊은 지도자들이라는 점에서, 단두대 매치나 다름없는 A대표팀에 지금당장 투입하여 소모시키기보다는 좀더 보호해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만일 현직 감독까지 후보를 확대한다면 K리그에서 활약중인 감독들이 전격적으로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아무래도 국내 선수 파악이 가장 용이한데다 현장감 면에서도 현직 감독만큼 확실한 인물들은 없다는 장점이 뚜렷하다. 하지만 2012년 최강희 전북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작용도 적지않은데다 한국축구의 위기때마다 반복되는 'K리그 감독 빼가기'에 대한 팬들의 시선도 부정적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K리그내에 유력한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될만큼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없다는 것도 확률이 낮게 평가되는 이유다.

축구협회로서도 새 감독의 역할에 대하여 확실한 비전과 연속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일단 새 감독을 이란-우즈벡전까지 월드컵 최종예선 통과라는 목표로 한정된 임시 감독으로 기용하고, 본선에서는 외국인이나 아예 새로운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길지, 아니면 본선까지 계속 대표팀을 맡길지 분명한 기준을 먼저 밝혀야한다.

절충안도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신태용이나 최용수같은 젊은 감독들을 A팀 코치로 불러들여 경험을 쌓게해주는 것이다. 만일 허정무 부총재가 차기 감독이 된다고 할 경우, 그에게 부족한 현장 감각이나 전술적인 부분을 상호 보완해줄수 있고 젊은 지도자들에게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위한 코치 수업이 될수 있다. 아직 젊은 지도자들이기에 다시 코치를 맡는 것도 무리가 없을뿐더러 자연스럽게 2~3년뒤에 감독직의 세대교체를 기약할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축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는 지금, 한 사람의 능력과 지혜라도 더 모아야할 시기다. 현재 차기 감독 대표팀 후보중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이 없고 저마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는 점에서도 일종의 집단지도체제가 그나마 대안이 될수 있는 방법이다. 복고와 미래의 신구조화를 통하여 국내 지도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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