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중해서 봤네요. 광주 5·18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를 본 50대 여성이 한 말이다. 이 여성과 함께 온, 5·18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한 고등학생은 "광주민주항쟁을 검색해서 다시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13일 저녁 창원CGV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영화 배급사가 개봉에 앞서 시사회를 열었고, 영화관과 '대관 협약'을 맺은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조합원 가족들이 함께 하도록 한 것이다.

객석은 빈 자리가 없이 꽉 찼다. 현장 노동자들이 조끼를 입고 동료나 가족들의 손을 잡고 모처럼 문화생활을 즐겼다. 1980년 5월의 광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표정은 진지했다.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영화 <택시운전사> 한 장면.

영화 <택시운전사> 한 장면. ⓒ 쇼박스


<택시운전사>는 서울의 소시민 가장이 바라본 80년 5월을 담았다. 배우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김만섭,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유해진이 광주 택시기사 황태술, 류준열이 대학생 구재식 역을 맡았다.

영화 첫 도입부에는 많이 웃었다. 만섭은 부인 없이 딸을 혼자 키우고, 집주인한테 월세 독촉에 시달리며, 만산의 임신부를 병원에 태워주고 돈을 다음에 받기로 하며 '순산하라'는 응원을 해주는, 정감 있는 아저씨였다.

만섭은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피터를 태우고 길을 나선다. 택시운전사는 힌츠페터가 왜 광주에 가는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핸들을 잡았다.

영화 초반부에 있던 '웃음'은 점점 '긴장감'으로 변했다. 택시가 광주로 향하면서 관객들도 따라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영화 속으로, 80년 광주 속으로 몰입해 들어갔다.

광주로 들어가는 모든 길은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 택시 운전수와 기사는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비즈니스' 때문이라며 검문하는 군인들을 속여 겨우 광주로 들어간다.

이들은 트럭을 타고 가던 청년들 속에서 구재식을 만나 '통역'으로 동행하고, 힌츠페터는 트럭에 오른다. 만섭은 트럭을 따라가지 않고 택시를 돌렸다가 다시 병원에서 힌츠페터와 마주친 뒤 멱살이 잡히기도 한다. 카메라 장비가 택시에 실려 있었고, 만섭이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광주는 전화도 끊기면서 외부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만섭은 서울에 있는 11살 딸이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 못한다. 힌츠페터는 만섭이 돈 때문에 그런다고 '오해'했다가 나중에 재식한테 내막을 듣고는 '미안'해 한다.

광주 분위기는 험악했다. 군인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을 때리고, 급기야 총질도 해댄다. 기자를 태워다준 평범한 시민 만섭은 결국 광주민주항쟁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된다.

시민들은 용감했고 의리가 있다. 주유소 직원은 환자를 실어 나르는 택시라며 기름을 공짜로 주고, 시위 현장에서 주먹밥을 나눠 먹기도 한다. 나중에 만섭은 광주에서 얻어먹은 주먹밥 맛을 잊지 못한다.

힌츠페터의 취재 사실을 안 군인들이 그들을 뒤쫓는다. 이들이 쫓고 쫓기는 과정이 묘사되고 당시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모습도 등장하며 영화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영화는 80년 5월의 광주를 외국 기자와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보여준다. 택시운전사 만섭의 감정이 30년도 훌쩍 지난 지금도 잘 전달된다.

"이름 없는 시민들의 소소한 역할"

 영화 <택시 운전사> 한 장면.

영화 <택시 운전사> 한 장면. ⓒ 쇼박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다양한 반응이다. 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는 웃음이 많았는데, 나중에 '울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관객들은 송강호가 모는 택시를 타고 웃다가 울었던 것이다.

최영주 노무사는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봤다. 보통사람의 눈으로 그 때 광주를 보여 주고 있다. 광주항쟁에 대해 잘 모르는 청소년들이 보더라도 이해될 수 있도록 해놓았다"며 "특히 이름 없는 시민들이 광주항쟁 속에서 소소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말했다.

한 노동자는 "이전에 나온 영화 <화려한 휴가>를 봤던 적이 있다. 그 영화도 좋았지만,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본 광주를 다루어 더 빨려 들어간다"고 했다.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본 하미순(52)씨는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는데, 중반으로 갈수록 너무 긴장되고 진지했다.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이 집중해서 봤다. 나중에 울었다"며 "특히 송강호의 평범하고 푸근한 연기가 돋보였다. 개봉하면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평범한 시민에 주목한 관객들이 많았다. 정영민(45)씨는 "광주항쟁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현대사다. 영화는 평범한 시민들이 '불의'나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고 저항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름 없는 사람들에 주목한 영화라 본다"고 했다.

이장규(54)씨는 "최근 본 영화 가운데 으뜸이다. 이야기 흐름과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며 "개봉하면 고등학생과 대학생인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택시운전사 광주민주항쟁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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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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