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리으미 연기 모습

김예리으미 연기 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현재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가 '피겨 유망주' 김예림(도장중)만큼 잘 어울리는 선수가 또 있을까.

김예림은 28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챌린지(2018 평창 동계올림픽 1차 선발전 및 2017-2018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의 여자 주니어 경기에서 김연아 이후 국내대회 최고 점수를 받으며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막바지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 해야만 했던 아픔을 딛고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김예림은 지난 시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해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하며 국제무대에서 그녀의 이름을 알렸다. 이어 지난 1월 종합선수권 대회에서는 임은수(한강중)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생애 첫 종합선수권 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동계체전 이후 발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예정됐던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만 것이다. 시즌 중 가장 큰 대회이자, 다시 한번 화려하게 날아오를 기회를 눈 앞에서 놓치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

날을 간 김예림은 결국 더욱 단단해져 돌아왔다. 올시즌 그녀가 선택한 곡은 쇼트프로그램은 'River Dance(리버 댄스)', 프리스케이팅은 'La La Land(라라랜드)'이다. 두 곡 모두 피겨스케이팅 대중들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곡. 여기에 김예림은 기술적으로도 초강수를 두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의 모든 점프를 후반부에 배치한 것이다.

현재 세계 피겨를 주름잡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러시아 국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점프를 후반부에 배치해 가산점을 되도록 많이 획득해 고득점을 노리는 전략이다. 그리하여 프로그램의 첫 시작은 대부분 스핀과 스텝으로 시작하고 점프를 나중에 수행한다. 실제로 현재 시니어 여자 피겨의 최강자로 꼽히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와 지난 3월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자였던 자기토바(러시아)도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은 다가오는 평창의 무대에 올 유력한 러시아 대표이기도 하다.

김예림은 비시즌 기간 동안 오히려 더욱 탄탄해진 모습이었고 이런 전략을 과감하게 실전에서 선보였다.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김예림은 스텝 시퀀스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양손 타노 점프로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어 더블악셀-트리플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도 성공하면서 연결 3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선보였다. 트리플루프와 스핀 한 개를 수행한 뒤에는 점프 4개를 연달아 뛴다. 그리고 마지막 과제인 레이백 스핀으로 경기를 마무리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김예림은 대부분의 트리플 점프를 타노(한 손을 들고 뛰는 점프자세)점프를 구사했는데, 심지어 양손을 모두 들고 뛰는 양손 타노 점프를 구사했다. 평소 타노 점프를 축이 곧고 아름답게 구사하는 것이 그녀의 장점이었는데, 이제는 후반부의 모든 점프에서도 이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어 더욱 놀라게 했다.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이 중요한 법. 김예림은 경기 후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점프를 후반에 배치한 이유는 가산점을 많이 받기 위해서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고 체력을 기르더니 적응했다. 부상을 입은 후엔 힘든 운동은 피하고, 복근과 허리 운동으로 체력을 끌어 올렸다"고 밝혔다.

단계별 맞춤 전략이 김예림에게 성공요인이 됐다. 또한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풍부해진 표정 연기도 눈에 띄었다. "(지난시즌 대회에 출전해 보니) 점프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표현력, 스피드, 관중들과의 호흡도 모두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표정 연기는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예림은 이번 선발전 우승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전체 7개 대회 중 두 개 대회를 골라서 나갈 수 있다. 김예림은 앞쪽 대회보다는 뒤쪽 대회에 출전해 남은 기간 더욱 보완해 선발전에서처럼 완벽한 연기를 펼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예림은 "부상으로 아직 준비가 덜 된 부분이 있는데, 남은 기간 좀 더 보완하고 싶고 대회는 뒤쪽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이러한 기세가 이어지니 이제는 200점대 점수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 김연아를 제외하고 한국 여자피겨 선수가 국내 및 국제대회에서 200점대를 기록한 적은 없다. 김예림은 "솔직히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오늘 클린을 한 것이 매우 기분이 좋다. 쇼트와 프리를 모두 다 클린 한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방심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욕심을 내진 않을 것이다"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시즌 모든 날개를 펼치지 못했던 김예림. 부상으로 더욱 단단해진 김예림은 이제 더욱 높이 날아 오를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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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김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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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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