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모터스와 FC서울의 경기. 후반전 전북 이동국이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모터스와 FC서울의 경기. 후반전 전북 이동국이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38세 노장 공격수' 이동국이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국은 올시즌 16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 중이며 전반기 막판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면서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이동국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4골만 더 기록하면 한국축구 역사상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통산 200골 고지를 밟게 된다. 도움도 현재 68개를 기록중이라 첫 '70(득점)-70(도움) 클럽' 가입까지 2개만을 남겨뒀다.

이동국은 올시즌 에두·김신욱 등 쟁쟁한 팀동료들과 함께 출전시간을 나누면서 꾸준하게 출장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정된 기회 속에서도 선발이든 조커든 나올 때마다 제몫을 해주고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도 "이동국의 기량이나 체력은 전성기와 큰 차이가 없다"며 극찬할 정도다.

이동국의 맹활약이 이어지면서 자연히 대표팀 복귀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동국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서는 출범 초기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으나 부상으로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출전이 불발된 이후로는 지난 3년 가까이 더 이상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표팀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 최전방 공격수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행의 운명이 걸린 이란-우즈벡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신 감독은 최근 노장들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동국도 충분히 대표팀 선수로 뽑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신 감독이 특정 선수의 실명까지 직접 거론하며 발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동국이 처음이다.

당시만 해도 신 감독의 발언은 나이나 경력과 상관 없이 "모든 선수에게 대표팀의 문이 열려있다"는 상징적인 의미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당시만 해도 최고령 필드플레이어이자 올시즌 출전기회도 들쭉날쭉하던 이동국이 대표팀 복귀 가능성은 적어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신 감독의 발언이 나온 직후 이동국이 연이어 맹활약을 펼치면서 '립서비스'같았던 발언이 어느새 '말이 씨가 될수 있는' 묘한 상황으로 바뀌게 됐다. 내일이면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급 선수가 대표팀 발탁 여부를 놓고 이슈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동국의 남다른 가치를 증명한다.

현실적으로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나 그에 따른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일단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 옵션이다. 현재 대표팀의 가장 취약 포지션 중 하나가 바로 최전방 공격수다.

슈틸리케호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된 이정협·지동원·김신욱 등이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주전경쟁이 무주공산이 됐다. 최종예선들어 대표팀은 8경기에서 11골을 넣었는데 이중 최전방 공격수가 직접 올린 득점은 황희찬이 지난 카타르전에서 기록한 단 1골이 전부다.

이동국은 A매치 103경기에서 33골을 넣었다. 현역 한국 선수 중 A매치 최다득점 기록이다. 월드컵 무대에서 비운의 이미지 때문에 저평가를 받았지만, 적어도 아시아 무대에서 이동국만큼 검증된 활약을 펼친 토종 공격수도 없다. 비교적 약점으로 평가받던 연계능력도 나이를 먹으며 원숙해졌다. 주전으로 풀타임은 아니더라도 조커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최근 전북에서 이동국이 후반 교체 투입되자마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해낸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재 대표팀 내에 차두리의 은퇴와 곽태휘의 노쇠화 이후로 중심을 잡아줄 30대 이상 베테랑이 부족하다는 것도 고려할 만한 부분이다. 이동국은 위로는 김남일-차두리 코치에서 아래로는 기성용-손흥민 등 현재 대표팀의 주축들과 모두 현역 생활을 경험한 몇 안 되는 선수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하며 리더로서의 역할도 기대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최고령 국가대표로서 베테랑 선수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실력만 있으면 언제든 충분히 대표팀을 꿈꿀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빅매치에서 강한 인상 못 남긴 이동국

하지만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에 대하여 신중한 반응도 적지 않다. 이동국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보여주는 편차에 대한 괴리감이 유난히 큰 선수로도 자주 거론된다. 이런 현상은 30대 이후로 두드러지는데, 지금보다 더 젊었던 4년 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당시 이동국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 주전 공격수로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도 최종예선 7경기 1골이라는 실망스러운 모습에 그쳤다.

이동국이 최근 몇 년간 A매치에 넣은 골은 대부분 평가전이었고 중요한 월드컵 본선이나 최종예선같은 빅매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이 없다. 무언가 보여줘야한다는 부담이 큰 대표팀에서 소속팀만큼 실력 발휘가 안 된다는 평가도 있다.

과연 이동국을 대체할 만한 공격수가 정말 없느냐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사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 공격수들의 득점력 빈곤은 개인 기량보다도 전술의 문제가 더 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슈틸리케나 홍명보 감독의 전술에서 원톱은 득점에 치중하기보다는 수비를 끌어들이는 '미끼' 역할을 하며 연계능력이나 수비가담같은 역할을 더 주문받았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대표팀은 현재 손흥민-황희찬같이 유럽무대에서도 검증받은 공격자원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김신욱이나 양동현처럼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있는 젊은 공격수들도 많다. 조커의 역할을 감안한다고 해도 염기훈-이근호 등 공격수와 2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들이 풍부하다. 신 감독이 추구하는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에 이동국같은 노장이 과연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다.

이동국 본인을 위해서도 굳이 대표팀에 다시 불려가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도 있다. 이동국은 그간 대표팀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많은 비난과 상처에 시달렸던 선수다. 어느덧 베테랑이 되어 전북과 K리그의 전설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부담이 큰 대표팀에 불려갔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공연히 또다른 상처를 안게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차피 이동국이 이번 대표팀에 발탁된다고 해도 내년 월드컵 본선 출전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동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선수라면 대표팀에 대한 열망은 은퇴 때까지 간직하고 있어야한다'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표팀 발탁에 대한 크게 미련을 두지않는 듯 초연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택권을 쥔 신태용 감독은 과연 이동국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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