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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변호사가 토론자들과 발언 하고 있는 모습
 이진아 변호사가 토론자들과 발언 하고 있는 모습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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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와 함께 언론보도로 인한 개인 사생활도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진아 변호사는 지난 30일 저널리즘학연구소가 개최한 뉴스사용설명서 세미나에서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사생활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사생활 침해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면 소송을 통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만큼 개인의 사생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아 변호사가 몸담고 있는 언론인권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민간 단체로 언론 보도로 인한 인권침해 구제와 정보공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200여 명의 변호사, 언론학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변호사는 소송 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조정신청 건수는 총 3170여 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개인이 1190건(60.3%)으로 가장 많았다. 언론보도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2016년도 언론 관련 판결 분석보고서'에는 법원이 선고한 언론 관련 판결이 매체 기준 324건에 달한 것으로 나온다. 피소된 언론은 온라인 매체가 166건(51.2%)으로 가장 많았고, 방송사는 70건(21.6%)으로 뒤를 이었다. 일간지 신문은 52건(16%)이었다. 기사를 검증할 수 없는 1인 언론사가 즐비하고, 무분별한 '보도자료 베껴 쓰기', '따라 쓰기'가 조정신청 증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 인터넷 언론사는 특정인을 지속적으로 '종북 인사'로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언론인권센터는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허위보도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1천 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진아 변호사는 "사건을 접해보면 인터넷 언론사의 사생활 침해 보도가 눈에 띄게 많다"며 "인터넷은 전파성이 강한 만큼 제도적 장치가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 일기장 보도 등 사생활 침해 도 넘어

언론인권센터에 접수된 사건은 크게 사생활 및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으로 구분된다. 대부분 언론이 관행적으로 보도하면서 벌어진 사건으로 시정조치가 시급한 것들이다.

이 변호사는 언론보도로 발생한 대표적인 사생활 침해 유형으로 지난 2012년 발생한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들었다.

당시 언론은 피해자의 신체부위나 일기장 등 사건과 관련 없는 내용을 보도해 큰 논란을 낳았다. 심지어 기자들이 주거지를 촬영하면서 무단으로 피해자 집에 들어가 생필품을 촬영하는 일도 있었다. 피해자가 성폭행으로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한 결과 '2차 피해'를 낳은 꼴이 됐다.

이후 피해자와 가족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보도한 신문과 방송, 종편채널에 합계 7800만원을 배상하고 관련기사 일부를 삭제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폭력 보도 권고 기준을 마련할 정도로 이 사건은 언론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언론이 개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할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진아 변호사는 "언론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가해자의 범행 동기나 원인 등을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나 가족의 사적 영역에 대한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불필요한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진아 변호사는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관련 법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언론이 속보경쟁에 치우쳐 사생활 침해 등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언론인의 윤리교육이 시급하다"고 운을 뗀 뒤, "기자들이 인권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고 이를 보장한 언론사도 드물다"며 "재판으로 문제가 될 경우 그때서야 심각성을 인지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태그:#저널리즘학연구소, #뉴스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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