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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 김지형 위원장(가운데)이 이희진 대변인(오른쪽), 이윤석 부대변인과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 3차 회의결과를 발표 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 김지형 위원장(가운데)이 이희진 대변인(오른쪽), 이윤석 부대변인과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 3차 회의결과를 발표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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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4일 오후 3시 37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지 50일이 됐고, 오는 16일에는 시민대표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치권의 정략과 무책임, 일부 언론의 왜곡과 편가르기, 원전 업계의 물량공세와 마타도어, 공론화위원회의 관리 능력과 의지 부족이 뒤엉키면서 정상적 운영이 일찌감치 불가능해졌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공론화 절차를 진행해봐야 '숙의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취지를 살리기는 난망하고, 공론화의 결과 역시 사회에 수용될 가능성이 없다. 정략과 이기주의에 오염된 공론화, 폄훼와 반칙으로 얼룩진 공론화는 하나마나한 절차로 전락했다.

공론화 절차에 숨은 정치권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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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책임이 큰 집단은 정치권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검토'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조차 '신규 원전 건설 지양' 공약을 내걸고 선거 운동을 벌이던 것이 겨우 4개월 전이다.

그런데 이들 야당들은 '신고리 5,6호기 중단은 에너지 대란', '공론화 절차는 불법 절차' 등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공론화에 침을 뱉었고, 참여하는 이들을 모욕해 왔다.

오직 정부에 대한 비난과 정쟁을 촉발시키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면서, 공론화 절차를 난장판을 만들었다. 네 달 전 자신들이 발표했던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들의 행태에 정치인의 양식은 최소한도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공약했고, 안철수.심상정 후보와 함께 환경단체들과 협약도 체결했다. 6월 19일 고리 1호기 폐쇄행사에서는 '신규원전 중단과 노후원전 퇴출을 뼈대로 한 탈핵선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여당은 중립을 지키겠다면서 모든 발언과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자신들의 공약인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한 노력을 중단하고, 백지화를 위한 모든 활동을 탈핵단체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정당'이란 자신들의 가치를 걸고 국민의 선택을 추구하며, 권력을 통해 이를 실현하는 집단'인데, 공론화 절차에 숨어 무책임한 쇼를 하고 있다.

핵발전 확대 선수로 뛰는 정부기관들

한국수력원자력노조, 전국전력노조, 원자력연료노조, 원자력연구소노조 등 조합원들이 7월 18일 오후 서울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한수원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의결을 규탄했다.
▲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의결 규탄하는 원전 관련 노조원들 한국수력원자력노조, 전국전력노조, 원자력연료노조, 원자력연구소노조 등 조합원들이 7월 18일 오후 서울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한수원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의결을 규탄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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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들의 거짓 왜곡 보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 '탈원전은 경제 재앙', '탈원전 대만 블랙아웃' 같은 황당한 거짓 기사들로 공포를 조장해 왔다.

'공론화 여론조사에 참여하자'는 환경단체들의 활동을 여론 조작이라 공격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에서의 문제점을 부풀리면서 노골적으로 원전을 홍보하고 있다. 공론화를 방해하기 위해 담당팀까지 구성해 하루에도 여러 꼭지씩의 기사를 써 온 이들의 행위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 기관들의 탈법도 심각하다. 공정성을 위해 중단하겠다던 광고를 계속하고, 길거리와 집회에서 한수원 명의의 판촉물을 배포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백화점 상품권 등을 내걸고 원전 안전 홍보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한수원과 국책연구소의 전문가들이 직접 '신고리 건설재개' 홍보물을 만들고, 토론회에 나와 핵발전 확대의 선수로 뛰고 있다. 무한대의 자원과 인력을 앞세워 눈치보지 않고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편 한수원노조와 지역 주민들은 공론화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시민참여대표단의 토론을 거쳐 공론화위가 공사 중단을 결정할 경우에는 공론화 절차와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결국 원전 확대 세력들은 공론화 절차 안팎에 걸쳐 폭주하면서, 어떤 결론이든 자신들 멋대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불합리한 정글... 이런 공론화는 중단해야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할 공론화위원회의 태도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에겐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정당, 언론, 국책기관, 한수원 등의 물량 공세와 비양심적인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수원 등의 불법적 물량공세, 정당과 언론들의 이념공세를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찬반양측이 오랜 논의 끝에 합의한 토론 자료집 구성 원칙(총 분량과 목차 개수만 규정. 기타 내용은 자율)을 뒤집거나, 자료집 도입부를 한수원의 논리로 작성하거나, 시민행동이 작성한 토론 자료집의 상당 부분을 삭제하라는 등 불공평한 조치들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에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로 공론화 절차가 시작된 탓에, 국민들은 지금의 공론화를 정부와 이에 저항하는 원자력 업계의 대립으로 이해해 왔다. 언론들도 그렇게 보도해 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빠져나간 상태고, 한수원과 국책기관들, 보수 야당들과 언론들, 한수원노조와 지역 주민들에 맞서 탈핵 단체와 시민들이 고립무원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핵 운동 측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관변의 의심을 받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구도다.

이런 불합리한 정글에서 무슨 공론화를 하며, 무슨 숙의민주주의를 꽃 피우겠는가? 이런 편파적인 운동장의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 어찌 정의로울 것이며, 경기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 어찌 아름다운 일일 수 있나? 이런 공론화를 추진하는 것은 미래의 언젠가 실험하게 될지 모르는 제대로된 공론화의 가능성조차 막아버리는 나쁜 행위가 될지 모른다.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탈핵 한국을 합리적으로 달성하고자 인내해왔던 탈핵 운동은 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다. 시민행동은 내일(15일) 대표자회의를 갖고 향후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인데, 어느 것이 차악인지를 골라야 하는 고약한 상황이 안타깝다.

하여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기준과 절차를 획기적으로 복원하지 않는다면, 이런 공론화는 중단하는 게 옳다. 탈원전의 높은 국민 염원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신고리 5,6호기 추진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공론화는 중단해야 한다.

알립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백화점 상품권 등을 내걸고 원전 안전 홍보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는 염형철 시민기자의 주장에 대해 원자력 안전 기술원에서는 14일 <오마이뉴스>에 "지난 11일부터 원자력안전정보공개포털 소문내기 이벤트를 하고 있다"며 "원자력 안전을 홍보하는 내용이 아니라, 국민 알권리를 위해 원자력안전정보공개포털을 알리기 위한 이벤트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염형철 시민기자는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의 공동상황실장이며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입니다



태그:#신고리 5,6호기, #탈핵,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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