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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과 3일 이틀 교토 시내 북쪽에 있는 대덕사(일본 이름 : 다이토쿠지) 절을 찾았습니다. 이 절은 일찍이 일본 차도로 유명한 센 리큐(1522-1591-4)가 공을 들인 곳입니다. 특히 절 입구에 있는 삼문은 원래 1층이었으나 센 리큐가 돈을 내서 2층을 이어서 짓고, 금모각(金毛閣)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센리쿠의 목상이 놓여있다는 금모각 앞과 옆모습입니다. 이곳에는 임진왜란 때 한반도에서 가져온 16나한상도 있다고 합니다.
 센리쿠의 목상이 놓여있다는 금모각 앞과 옆모습입니다. 이곳에는 임진왜란 때 한반도에서 가져온 16나한상도 있다고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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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리큐가 대덕사 산문을 증축해주자, 대덕사 절에서는 그의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로 센 리큐의 목상을 만들어서 금모각 이층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이후 이 문을 지나는 자는 모두 센 리큐의 발 밑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권력을 쥔 도요토미 히데요시(1537.3-1598.9)가 이곳 대덕사 절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도요토미는 자신이 센리큐의 발 밑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개하여 센리큐에게 할복 자살을 명령했습니다. 그리하여 센리큐는 목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처럼 이곳 대덕사 절엔 일본 차도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센 리큐가 세운 금모각이 있고, 지금도 그의 죽음을 가져온 목상이 그 안에 있다고 합니다. 다만 출입이 금지되어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센리큐의 영향인지 대덕사 절 안에는 여러 곳에 차실이 있고, 차를 비롯하여 잘 꾸며진 정원이 많습니다. 

          대덕사 절 안 풍경입니다. 소나무가 교토 시내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고 있습니다.
 대덕사 절 안 풍경입니다. 소나무가 교토 시내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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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모각의 원래 이름은 삼문이었습니다. 삼문은 모든 것을 비워서 깨달음을 얻고, 바뀌는 모든 것에 마음 두지 않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버린다는 뜻입니다. 즉 삼문은 해탈 세가지 말합니다.

금모각은 원래 금모사자(金毛獅子)에서 왔습니다. 사자는 짐승의 왕으로 부처나 깨달음을 얻은 선승을 말합니다. 그래서 금모각을 지나는 사람은 부처의 설법을 듣고, 선승이 되어 깨달음을 모르는 사람을 구제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덕사 절은 일본 임제종대덕사파본산입니다. 대덕사 절만해도 교토 시내에 대략 30만평 넓이에 크고 작은 암자가 23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암자 23 곳 가운데 일부 공개되는 곳이 있어서 엿보았습니다.

           대덕사 절 안에 있는 서봉원 입구와 가레산스이 독좌정 정원입니다.
 대덕사 절 안에 있는 서봉원 입구와 가레산스이 독좌정 정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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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선종 사원으로 알려져서인지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이 절에 딸린 암자 구석구석, 여기 저기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가레이산스이 정원은 물 없이 돌이나 흰 모래 따위로 자연 풍경을 나타낸 정원 양식입니다.

일본의 가레산스이 정원은 주로 중국 송나라 그림에 나타난 자연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절 앞 마당에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선이나 차도에 관심 많았던 대덕사 암자에 많고, 교토를 비롯한 절에 많습니다. 일부 가정집에도 비슷하게 작은 정원을 꾸며놓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연 속에서 평안함을 느끼고 아름답게 여깁니다. 산이 있고 골짜기 사이로 물이 흐르고, 물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시간에 따라서 밝음과 어둠이 바뀌는 자연이야말로 우주 변화의 원리와 이치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선이 추구하는 마음의 평정, 차를 마시면서 차 맛 속에 깃들이 삶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진리라는 깨달음입니다. 가레이산스이 정원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바위와 흰모래 혹은 이끼와 나무 사이에서 선과 차도의 진리를 찾는 곳입니다.

           대덕사 절 서봉원 암자에 있는 차실 여경암 나가쿠구리 쪽문 앞입니다. 센 리쿠가 죽은 28일에만 문을 연다고 합니다.
 대덕사 절 서봉원 암자에 있는 차실 여경암 나가쿠구리 쪽문 앞입니다. 센 리쿠가 죽은 28일에만 문을 연다고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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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레이산스이 정원의 맛과 멋은 눈이 아닌 마음의 눈을 통해서 보아야 비로소 보입니다. 늘 보아온 산수화 그림 속 풍경을 한 눈으로 감상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정원입니다.

대덕사 절 안에는 크고 작은 암자가 23곳이나 있습니다. 여러 암자에는 제각기 정원을 꾸며 놓았습니다. 일부 센리큐와 관련된 차실도 남아있습니다. 다만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곳은 거의 없고, 특별히 공개되는 곳도 기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 절이나 암자는 대부분 스님과 스님 가족이 사는 곳이 많습니다. 일부 공개되는 곳은 스님 가족이 사는 공간과 절이 구분되는 큰 암자입니다. 그리고 공개 되는 곳은 입장료를 받거나 청소 등 관리 문제로 일부 지역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센리큐는 일본에서 차도의 성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할복 자살을 명받은 곳이니 센리쿠와 차도와 관련된 시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출입 제한으로 구석구석 볼 수 없어서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대덕사 절 암자 안에 꾸며놓은 차실과 신상 앞에 차를 제물로 차려놓았습니다. 차실 안흰 상자 안에는 차를 마실 때 쓰는 도구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대덕사 절 암자 안에 꾸며놓은 차실과 신상 앞에 차를 제물로 차려놓았습니다. 차실 안흰 상자 안에는 차를 마실 때 쓰는 도구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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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법> 교토 역 앞에서 대덕사행 버스(205 번)를 타고 갑니다.
참고 누리집> 대덕사(다이토쿠지) 절, http://www.rinnou.net/cont_03/07daitoku/, 2017.10.8.
이윤옥,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35462&section=sc4, 2017.10.8
참고 문헌> 존 카터 코벨, 김유경 옮김,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 2008』, 글을읽다, 2008.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대덕사 절, #다이토쿠지 절, #교토, #할복 자살, #센 리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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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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