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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하면 떠오르는 것은 '나로우주센터'나 '우주 항공의 메카'정도다. 하지만 이 지역이 국내 최대의 커피 생산지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국내에서 재배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커피가 지난 2009년부터 이곳 고흥에서 꾸준히 생산됐고 이제는 엄연한 커피 주산지다.

커피마을에서 생산한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카페.
 커피마을에서 생산한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카페.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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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의 커피마을을 찾았다. 마을 언덕에는 비닐하우스로 만든 2500평의 커피나무 농장이 있다. 언덕의 정상에는 이곳에서 생산한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아담한 카페가 있다. 이곳은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열매를 이용하여 만든 커피와 수입산 블랜딩 커피의 맛을 함께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커피를 두 잔 주문했다(왼쪽이 국내산, 오른쪽은 수입산 블랜딩).

처음 접한 국내산 커피의 맛은 수입 커피에 비해 향과 맛에서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동안 전문점 수입 커피 맛에 입맛이 길든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도 그윽하고 부드러운 맛은 국내산이 더 우월했다.

맛과 향을 비교하기 위해 커피마을에서 생산한 커피콩으로 만든 커피(왼쪽)와 수입산 커피를 블랜딩한 커피를 함께 주문했다. 국내산 커피의 맛은 수입에 비해 향과 맛에서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그윽하고 부드러운 맛은 훨씬 더 우월했다.
 맛과 향을 비교하기 위해 커피마을에서 생산한 커피콩으로 만든 커피(왼쪽)와 수입산 커피를 블랜딩한 커피를 함께 주문했다. 국내산 커피의 맛은 수입에 비해 향과 맛에서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그윽하고 부드러운 맛은 훨씬 더 우월했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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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한여름에 꽃을 피워서 해가 바뀌는 봄에 수확을 한다.씨앗에서 묘목을 거쳐 재스민향을 풍기는 커피 꽃을 피우기까지 약 4년이 걸린다. 설명으로는 부족해 직접 커피나무를 키우는 농장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개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연휴 기간 많은 사람이 방문하면서 몰래 열매를 따가거나 가지를 손상하는 일들이 발생했다는 것. 다행히 농장주인 주동일 씨의 허락으로 11년생 커피나무의 열매가 익어가는 비닐하우스 3개 동 내부를 견학할 수 있었다.

사실 불모지와 다름없던 고흥에서 그윽한 커피 향을 솔솔 풍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국내 원조 커피 농부인 주 씨 덕분이었다. 지난 2009년, 전북 익산에서 키우던 커피나무 묘목을 가져와 몇 년간의 시험재배를 통해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됐다.

주 씨는 "커피나무는 기후만 맞으면 다른 작목에 비해 해충에도 강하고 재배가 쉬운 편인데, 고흥이 최적지였다"며 "6년 동안 꾸준히 농사를 확대해 지금은 2500평 정도로 키웠다"고 말했다. 주 씨는 인근에 폐교를 개조한 '커피사관학교'에서 바리스타교육과 체험농장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곳은 아들 범준 씨가 운영하고 있다.

국내 원조 커피 농부인 주동일 씨가 11년생 커피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원조 커피 농부인 주동일 씨가 11년생 커피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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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찾은 비닐하우스 3개 동에는 수천 그루의 11년생 커피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천정에서 자동으로 분사되는 물을 맞으며 성인의 키보다 훨씬 더 크게 자란 커피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의 크기는 강낭콩 크기 정도였다. 이 열매를 따서 껍질을 벗기면 우리가 흔히 보는 커피콩이 들어있다고 한다.

성인의 키보다 훨씬 더 크게 자란 11년생 커피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의 크기는 강낭콩 크기 정도였다.
 성인의 키보다 훨씬 더 크게 자란 11년생 커피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의 크기는 강낭콩 크기 정도였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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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방문객만 1500명에 달했다는 이곳은 특별한 홍보도 없이 평일에도 꾸준히 수십 명이 방문하고 있다. 주 씨는 "커피마을을 방문하는 분들이 이 지역에서 지출하는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까지 고려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귀농인의 야심에 찬 도전이 평범한 농촌 마을을 커피 향이 풍기는 예쁜 마을로 만들었다. 이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체계적인 견학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는 일은 지자체의 몫이다.

커피마을 언덕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만든 2500평의 커피나무 농장.
 커피마을 언덕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만든 2500평의 커피나무 농장.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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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커피, #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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