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메이저리그 시즌도 이제 폐막을 위한 마지막 시리즈에 돌입한다. 바로 가을의 고전 마지막 라운드인 월드 시리즈다. 월드 시리즈는 포스트 시즌에서 토너먼트를 거쳐 각 리그의 챔피언에 오른 두 팀이 월드 챔피언 자리를 놓고 7전 4선승제의 결전을 치른다.

월드 시리즈에 올랐던 두 팀 모두 올 시즌 전반기에 큰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내셔널리그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전반기에만 61승 29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역대 구단 최다승인 116승 기록을 깰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마지막 9월에 11연패를 포함한 침체에 빠져서 기록 경신은 무산됐다. 그래도 다저스는 시즌 104승을 기록, 30팀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둬 포스트 시즌 홈 어드밴티지를 모두 가져왔다.

아메리칸리그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도 전반기 60승 29패로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22승으로 역대 아메리칸리그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는 바람에 1경기 차로 리그 1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인디언스를 리버스 스윕으로 꺾은 뉴욕 양키스와 7차전까지 혈투를 치르면서 월드 시리즈에 올랐다.

이번 월드 시리즈에는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투수들이 모두 3명이나 참가한다.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2011년과 2013년 그리고 2014년 3번에 걸쳐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1위 표를 만장일치로 싹쓸이함과 동시에 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애스트로스의 원투 펀치인 댈러스 카이클(2015년)과 저스틴 벌랜더(2011년)도 각각 1번 씩의 사이 영 상 수상 이력이 있다. 또한 벌랜더 역시 2011년에 1위 표를 만장일치로 싹쓸이했고 리그 MVP까지 동시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적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에서 사와무라 상을 수상했던 다르빗슈 유까지 참가하면서 진검 승부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유일한 월드 시리즈 등판 경험, 고개 숙인 벌랜더

이들 4명의 투수들 중 기존에 월드 시리즈 등판 경험이 있는 선수는 벌랜더 뿐이다. 벌랜더는 신인상을 수상했던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 월드 시리즈 경험이 있으며, 총 3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벌랜더의 월드 시리즈 등판 이력은 이전까지 포스트 시즌의 이력에 비해 다소 임팩트가 떨어진다. 통산 포스트 시즌 20경기 11승 5패 평균 자책점 3.00의 위력을 보인 벌랜더는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6승 무패 2.29,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5승 2패 2.57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드 시리즈로 성적을 한정하면 3전 전패 7.20으로 지친 모습이었다.

벌랜더는 2006년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여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했다. 풀 타임 첫 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메리카 파크에서 월드 시리즈 1차전 선발 등판의 중책을 맡았던 벌랜더는 5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8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얻어 맞으며 패전을 당했다(97구).

2006년 월드 시리즈는 2차전이 열리기로 했던 날 디트로이트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일정들이 하루 씩 밀렸다. 이로 인하여 벌랜더는 5일을 쉬고 5차전 원정 경기에 다시 선발로 등판했는데, 이 때는 그래도 조금 나아진 모습이었다. 벌랜더는 5차전에서 6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1자책) 패전을 당했다(101구). 이 경기에서의 패배로 2006년 월드 시리즈는 5차전에서 끝났다.

벌랜더는 2011년 사이 영 상과 MVP 수상 후 최고 전성기를 보내던 2012년에 다시 월드 시리즈에 등판할 기회를 얻었다. 2012년에 벌랜더는 디비전 시리즈 5차전 완봉승을 포함하여 이전까지 3경기에서 3전 전승 1.08로 에이스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AT&T 파크에서 열렸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월드 시리즈 1차전 원정 경기에서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5실점 패전을 당했다(98구). 놀랍게도 1차전 승리투수는 자이언츠 이적 이후 먹튀 취급을 받았던 배리 지토(은퇴)였다. 2012년 월드 시리즈는 지토를 포함하여 맷 케인, 매디슨 범가너, 팀 린스컴(스윙맨 활용) 등의 활약으로 인하여 4차전 만에 스윕으로 끝나고 말았다.

벌랜더의 입장에서는 과거 타이거즈에 있었을 시절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했던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개인 성적에 있어서도 만회할 기회가 온 셈이다. 애스트로스가 벌랜더를 영입한 이유도 창단 이래 첫 월드 챔피언 등극을 위한 우승 청부사의 영입이었던 만큼 벌랜더의 역할은 막중하다.

애스트로스의 에이스 카이클, 첫 경험 중압감 극복이 관건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카이클은 이전까지 포스트 시즌 6경기에 출전(5선발)했다. 카이클이 6경기 동안 올렸던 성적은 4승 1패 평균 자책점 2.59였다. 2015년에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하여 위력을 떨쳤다. 5차전에서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카이클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틀 휴식 후 구원 등판이었다.

2017년 포스트 시즌에서도 카이클은 애스트로스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은 지켰다. 시리즈 기선 제압에 중요한 1차전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비록 5차전에서 4실점 패전을 당했지만, 상대 팀 양키스가 홈 경기에 굉장히 강했고 팀 타선이 원정에서 침묵했던 탓이었다.

카이클과 벌랜더가 원투 펀치를 이루고 있는 애스트로스의 선발진은 원투 펀치에 있어서는 막강할지 모르지만, 3선발과 4선발이 다저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한 차례 구원 등판한 벌랜더의 활약으로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냈지만, 이 때문에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원정에서 치른 3차전과 4차전에서 양키스에게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애스트로스가 월드 시리즈에서도 3선발과 4선발을 믿고 등판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에서 보여줬던 모습 덕분이었다. 3차전 선발투수였던 찰리 모튼과 4차전 선발투수였던 랜스 맥컬러스는 7차전에서 각각 5이닝과 4이닝을 나눠 맡으며 양키스의 타선을 도합 3피안타 2볼넷으로 철저히 봉쇄한 덕분에 다른 구원투수들이 모두 쉴 수 있었다.

게다가 애스트로스는 비록 3차전에서 패했지만, 3차전에서도 콜린 맥휴가 롱 릴리프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주면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보통 7차전 혈투를 치르면 내일이 없는 듯한 불펜 기용이 있을 법도 한데,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애스트로스의 불펜 소모가 컸던 경기는 4차전과 5차전 뿐이었다.

덕분에 애스트로스는 월드 시리즈에서도 7차전까지 총력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카이클과 벌랜더가 등판하게 될 4경기에서는 두 선수가 긴 이닝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3차전과 4차전에서 모튼과 맥컬러스가 조기에 무너지더라도 그 동안 아껴뒀던 불펜을 쏟아 부을 수 있다.

월드 시리즈 첫 등판을 앞두고 있는 카이클로서는 적어도 본인이 등판하는 경기에서 6~7이닝 정도를 책임져야 한다. 다만 카이클이 큰 경기 경험에 있어서는 벌랜더나 커쇼보다도 적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 역시 벌랜더가 그랬듯이 월드 시리즈에서의 중압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월드 챔피언 빼고 모든 걸 이룬 커쇼, 우려 요소는 피홈런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는 과거 샌디 쿠팩스 이래 다저스에서 배출한 최고의 왼손 투수다. 쿠팩스는 짧은 전성기를 보내는 동안 사이 영 상과 월드 챔피언 모든 것을 이뤘던 에이스였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이 조금만 더 빨리 도입되었더라면 더 큰 업적을 이룰 수도 있는 투수였다.

커쇼가 태어났던 1988년에 다저스는 마지막으로 월드 챔피언에 올랐고, 2008년에 데뷔한 커쇼는 소속 팀 다저스를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 진출로 이끌었다. 다만 커쇼가 다저스 전체를 이끈 것이라기보다 커쇼는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앞뒤에서 골고루 터져 준 타선과 시리즈를 치를수록 더 완벽해지는 불펜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 시대 메이저리그 정상급 에이스들 중에서 커쇼는 유난히 큰 경기에서 약한 투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한 적도 3번이나 있었을 정도로 에이스로서의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었으니 포스트 시즌에서 매번 부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커쇼는 그 부진했던 몇 경기에서 임팩트가 너무 컸다. 특히 2013년 NLCS 6차전과 2014년 NLDS 1차전 2경기의 임팩트가 너무 컸다. 2013년에 커쇼는 처음 3경기에서 도합 1자책으로 호투했다가 NLCS 6차전에서만 4이닝 7실점이라는 충격적인 부진으로 패했다. 2014년 NLDS 1차전에서는 넉넉한 득점 지원을 받고도 7회에만 6점을 내주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커쇼는 3경기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3.63을 기록하고 있다. 분명 정규 시즌 커리어에 비하면 만족할 성적은 아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악몽을 안고 있는 커쇼임을 감안하면 그나마 조금은 나아졌다.

그러나 커쇼는 분명 정규 시즌에서 보여줬던 그 임팩트를 포스트 시즌에서는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포스트 시즌에서 커쇼는 3경기에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홈런이 6개나 될 정도로 매번 불안했다. 3경기 실점 과정이 모두 홈런이었고,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는 7회에만 홈런 2개를 연달아 허용하고 교체될 정도였다.

커쇼는 2013년과 2016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일리미네이션 게임에 선발로 등판하여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소속 팀 다저스가 시리즈에서 패하고 시즌을 마감하는 경기에서 팀의 위기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다저스의 시리즈 승리를 확정짓는 경기의 승리투수 이름에 커쇼가 있었다. 이를 통해 커쇼는 월드 시리즈라는 더 큰 무대에 올라 그 동안 자신에게 붙었던 가을 새가슴 수식어를 스스로 떼어 낼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 동안은 팀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왔다면, 이제 커쇼가 동료들에게 그 도움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에서 오르지 못한 정상, 다르빗슈의 숙원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는 커쇼가 데뷔하기도 전인 2007년에 일본인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와무라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7년과 2009년 소속 팀이었던 니혼햄 파이터스는 퍼시픽 리그 챔피언까지는 올랐지만 재팬 시리즈 챔피언까지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출전하여 마쓰자카 다이스케(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일본 대표팀의 우승을 견인했던 다르빗슈는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결국 포스팅 시스템에서는 창단 이래 월드 챔피언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다르빗슈를 영입하게 됐다.

2010년과 2011년 단 두 차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차지했던 레인저스는 다르빗슈를 영입하여 월드 챔피언에 도전했고, 다르빗슈도 포스트 시즌에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다르빗슈는 2012년과 2016년 각각 단 1경기에만 등판하여 모두 패전을 당했다. 2012년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었고, 2016년은 디비전 시리즈였다. 2015년에는 토미 존 서저리를 받느라 1년을 쉬었기에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2017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게 되는 다르빗슈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다저스로 이적하게 됐다. 다저스 역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기 위해 다르빗슈를 영입하게 됐다.

사실 다르빗슈는 다저스에 이적한 이후 9경기에서 4승 3패 3.44로 그렇게 뛰어나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적 후 다소 부진에 빠졌지만,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함께 투구 폼을 조율한 뒤 마지막 3경기에서 19.1이닝 1자책을 기록하면서 포스트 시즌 예열을 마쳤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 2경기에서 보여줬던 다르빗슈의 모습은 에이스 커쇼보다도 더 훌륭했다. 다르빗슈는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 각각 등판하여 2전 전승 평균 자책점 1.59로 다저스의 기대에 크게 부응했다.

다르빗슈에 대한 다저스의 기대는 월드 시리즈에서도 크다. 다저스는 에이스 커쇼가 1차전과 5차전에 등판하며, 홈 경기에서 강했던 리치 힐이 2차전과 6차전에 각각 등판한다. 다저스가 다르빗슈에게 거는 기대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애스트로스를 상대했던 경험(올 시즌 2경기 1승 1패 3.00)으로, 다르빗슈는 3차전과 7차전을 맡을 예정이다.

이렇듯 벌랜더와 카이클, 그리고 커쇼와 다르빗슈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카이클과 커쇼는 팀의 에이스로서, 벌랜더와 다르빗슈는 우승을 위해 팀에 합류한 이적생으로서 월드 시리즈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됐다.

커쇼와 카이클은 1차전과 5차전에서 서로 맞붙게 되었고, 벌랜더와 다르빗슈는 서로 다른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던지게 됐다. 이들이 월드 시리즈에서 남기게 될 명승부는 10월 25일(한국 시각)부터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들이 월드 시리즈 역사에 어떠한 명승부를 남기게 될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월드시리즈 클레이튼커쇼 저스틴벌랜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