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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예전엔 '메이드 인 차이나' '짝퉁'이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났겠지만, 최근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차기 최고강대국 후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이런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다소 거창하고, 앞으로 1학기 동안 북경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즐거운 에피소드와 성장하는 중국 속 사람들의 사는 모습, 더 나아가 사회, 문화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각자 가진 사회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 기자말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중국 가장 서쪽 위구르의 풍경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중국 가장 서쪽 위구르의 풍경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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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 친구들끼리 단체로 여행을 가겠습니다. 소요 시간은 기차로 7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선생님의 학교 단체 여행 계획 발표가 끝났다. 같은 반 친구들의 반응은 "7시간? 그 정도면 뭐 괜찮네" 한다. 어느덧 중국 생활 몇 달 했다고 나 또한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7시간의 기차 시간이 익숙해져 가고 있다.

7시간 걸려서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북경의 옆옆 도시인 불교의 메카, 산시성. 서울에서 경기도 이천 혹은 경기도 광주 정도 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는 시간이 시간인 만큼 여행 계획도 독특했다. 오후 9시에 모여 기차를 타고 밤새 가서 아침에 도착하겠다는 것이었다.

여행 계획도 너무 빡빡했고, 먹는 것도 이슬람 친구들 때문에 무슬림 식당으로 정해져 아쉬움이 많았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침대 기차'다.

중국은 딱딱한 의자와 푹신한 의자, 딱딱한 침대와 푹신한 침대 등 다양한 기차 종류가 있고, 속도, 가격 모두 가지각색이다. 특히 돌아올 땐 최근 상용화된 고속 열차를 이용했는데 의자도 푹신하고 뒤로 많이 젖혀질 뿐만 아니라 침대 기차 7시간과 달리 같은 거리를 2시간 50분 만에 돌아왔다. 2시간 50분이면 최근 강릉, 속초를 가는 시간보다 오래 걸리지만, 중국에서의 이 시간은 마치 어린 시절 제트기를 타고 우주를 간다고 생각했을 때의 황홀한 기분과 같았다.

7시간이어도 침대 기차였기에 같은 반 친구들 모두 전혀 불평이 없었고, 오히려 밤에 기차에서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 굉장히 설렜다. 외국을 나가보면 알겠지만, 한국은 러시아보다도 유명한 '술의 나라'로 통한다.

산시성 안의 멋진 풍경
 산시성 안의 멋진 풍경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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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식 때문인지 친구들은 기차에서 나와 술 마실 생각에 굉장히 설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우리가 우리나라 술을 준비할게, 너가 마시고 평가해봐" 이런 식이었다. 소주도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친구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넉넉한 소주, 맥주를 사 갔고, 함께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침대 기차는 3층 침대로 구성되어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늘 위층 침대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3층 친구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3층 침대는 가장 가격이 싼 거로 유명했고, 타보니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올라가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올라가면 내려올 엄두가 쉽사리 나지 않는 굉장히 불편한 구조였다. 모든 층의 높이가 굉장히 좁았기 때문에 침대는 그저 누워서 자는 곳일 뿐 일어나면 몸이 사방으로 꺾였고, 3층인 친구들은 후회하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용감한 프랑스 친구들

같은 반 프랑스 친구들은 '신장 위구르'(중국의가장 서쪽에 있는 지역으로 러시아나 키르기스스탄과 국경 인접지역일 뿐만 아니라 외모도 서양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겨 중국 내 연예인들도 위구르족 출신이 많다. 종교도 이슬람을 믿고 있다)를 다녀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고, 친구들은 정말로 실행에 옮겼다.

기차 시간은 장장 '39시간'. 북경에서 가장 먼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9시간도 나름대로 중간 속도의 괜찮은 기차를 선택한 것이었다. 친구들은 '토요일 낮'에 출발했고, '월요일 아침'이 되고 나서야 도착했다는 연락을 해왔다.

최근 북경의 날씨가 너무 추워 호되게 고생하고 있지만, 프랑스 친구들의 말로는 자신들이 갔던 10월 말에 이미 위구르의 날씨는 지금 북경 날씨였다고 하니 그런 사실을 떠올리며 조금이나마 따뜻한 곳에 있다는 위로를 하고 있다.

북경은 수도이다 보니 정말 다양한 지역의 중국 친구들이 오고 각각의 사연도 재미있다. 4시간 정도로 가까운 지역에서 온 친구들은 고향에 갈래면 갈 순 있지만 자주 가기 때문에 명절임에도 귀찮다는 이유로 가질 않는가 하면, 가장 남서쪽 베트남과 붙어있는 운남성에서 온 친구는 고향에 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

운남성의 경우 가보고 싶어 중국 기차 앱을 깔고 확인해본 결과 가장 싼, 젖혀지지 않는 딱딱하고 느린 기차를 탈 경우 '45시간'이 적혀 있었다. 중국의 남쪽에 가고 싶을 경우 비행기나 고속 열차를 타야 하지만, 그 가격은 한국이나 일본에 가는 것과 맞먹기 때문에 명절이 아니면 마음먹기 쉽지 않다.

나 또한 추운 북경을 피해 남쪽 여행을 알아봤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에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45시간 동안 딱딱한 기차를 타며 내 엉덩이와 허리 건강을 기차에 바쳐야만 갈 수 있다.

하지만 유교 문화권,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임에도 그 미묘한 문화 차이는 생각보다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점을 느낀 후 나의 모험심은 활활 타올랐다.

북경을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사소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내 사고의 틀이 넓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있고, 이러한 경험은 그 어디서도 얻지 못하는 값진 경험이다. 중국은 위구르족처럼 다양한 문화, 기후를 가진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기 때문에 돈이 없어 허리가 아플지라도 다양한 지역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태그:#중국, #북경, #위구르, #여행, #침대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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