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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사진)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앞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문제삼아 '달력 소각'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엄마부대 주옥순, 초등생 통일 그림 달력 소각 요구 자유한국당 김재경, 이종명 의원, 디지털소통 부위원장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사진)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앞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문제삼아 '달력 소각' '은행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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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지금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도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2018년 1월 1일 한국당 신년인사회 중

새해벽두부터 색깔론이다. 민요 <각설이 타령>의 한 대목처럼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초등학생이 그린 우리은행 2018년 탁상 달력 그림이 정국의 화두가 됐다. 심지어 지난 3일에는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 등 50여 명이 우리은행 본점에 달려가 "아이의 그림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우리은행을 규탄"했다.

하지만 정작 그림을 정치 도구로 이용한 이들은 자유한국당이다. 홍준표 대표가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라면서 곧바로 "금년 선거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그런 선거가 될 것이다"라고 규정했고, 이에 따라 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색깔론은 한국 보수정당이 늘 챙기는 단골 메뉴다. 특히 선거가 있는 해에는 색깔론이 상한가를 치는 경향이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북한이 없었다면 보수는 어떻게 선거를 치렀겠나"(2017년 4월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 당시)라고 놓은 일침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자유한국당(새누리당, 한나라당 포함)이 냉전시대의 산물이라 여겨지는 색깔론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분류해봤다.

[기승전'북한'] "북한이 날 비난, 근데 노무현도... 앵무새"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사진은 2002년 12월 11일 의정부 중앙로 앞에서 거리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사진은 2002년 12월 11일 의정부 중앙로 앞에서 거리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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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전적인 색깔론이다. 선거 직전이라든가, 말문이 막혔을 때 등 주로 긴박한 상황에서 등장한다. 팩트체크를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북한과 상대방의 연결고리를 제시하다가 결국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① 북한과 비슷한 말을 했어, 너 북한이지? : "2002년 12월 14일 북한의 조평통 서기국은 저 이회창을 '동족을 해치는 전쟁론자'라고 맹비난했다. 바로 그 다음날인 12월 15일 노무현 후보는 마치 북한과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말로 저를 비난했다. 정권 연장이 아무리 절박하다 하더라도 북한의 음해와 모략을 앵무새처럼 외워서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 후보다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가."

대선 3일 전인 2002년 12월 16일 이회창 후보가 던진 색깔론이다. 당시 민주당은 "조평통 주장을 따른 게 아니라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알렉산드로 만소로프박사의 발표를 인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② 한국 선거에 개입하는 북한? : "이완구 충남도지사 후보가 유세에서 '북한이 열린우리당을 찍으라고 했다'고 했다." -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2006년 5월 24일 선거대책위원회 때 김 원내대표의 주장이었다. 당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이완구 후보는 5월 23일 계룡시 유세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③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제일 먼저 만나러 간다 한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대북정책을 정하는 대통령은 김정은이다.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치는 것이다."

2017년 4월 18일 경상남도 선거 유세 당시 나온 발언이다. 홍 대표의 이런 관점은 선거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문재인 정부가 화답한 걸 두고 "대북 구걸, 역사의 죄인"이라 평가했다.

[아니면 말고] "김일성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

2012년 3월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합동기자회견 및 합동유세 당시 모습.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서로에게 상대당을 상징하는 스카프를 메어준 뒤 손을 잡고 있다.
 2012년 3월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합동기자회견 및 합동유세 당시 모습.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서로에게 상대당을 상징하는 스카프를 메어준 뒤 손을 잡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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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고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이야기 혹은 거짓말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공격을 입은 대상이 반박을 해도, 계속 확대 재생산 된다.

① 재벌 돈 모아 좌파 단체에 준다 : "언론 보도를 보면 '아름다운 재단'이 2008년도 같은 경우 촛불사태를 주도했던 좌파 시민단체에 지원한 돈이 50억 원가량 된다. 시민들로부터 또는 재벌로부터 돈을 모아서 좌파 시민단체나 자기들하고 취향이 맞는 시민단체에만 임의로 돈을 배분하고, 보육비나 양육비까지 줬다는 제보도 있는 것을 봤다."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2011년 10월 2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2011년 재보선 당시 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박빙인 상황에서 나온 색깔론이다. 이 발언은 선거를 5일 남기고 나왔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홍준표 대표는 "말은 안 하지만 북한과 뜻이 통한다"는 등 다른 형태의 공격을 시전했다.

② 언제 봤을까, 김일성 초상화 앞 눈물 : "(통합진보당은)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하고 회의를 시작하는 분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목표다." - 조윤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2012년 3월 26일)

2012년 총선의 화두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였다. 당시 새누리당의 색깔론은 통합진보당을 향했다. 통합진보당 내 경기동부연합 논란을 부각시켜 야권연대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③ 확인불가 여론조사 : "최근 여론조사 기관에 있는 제 선배들, 동료들, 후배들한테 들은 바에 의하면, 놀라지 말라. 전체 국민 가운데 거의 10%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고, 또 10%는 호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감도 아닌, 그저 그런 싫을 것도 좋을 것도 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둘이 합하면 20%다. 그리고 그 20%가 확고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다." -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2004년 1월 5일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새해벽두부터 나온 색깔론이다. '내가 아는 사람한테 들었는데'라는 식으로 근거 없는 수치를 제시했다. 2017년 현재 정치 지형을 오염시키고 있는 '가짜뉴스'의 조상이라 할 법하다. 

[허를 찔러라] "야당이 적화통일을 대비한다"... 뭐라고요?

지난 2014년 8월 1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직전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의 등에 업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지난 2014년 8월 1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직전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의 등에 업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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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좌파'와는 관련이 없는 이슈인 것처럼 보이지만, '종북좌파'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경우다. 뜬금없이 뒤통수 때리는 격이다.

① 적화통일의 수순? : "야당(새정치연합)이 도대체 왜 이렇게 좌편향 교육을 기어코 시키려고 우기는지 생각해본다. 언젠가는 북한 체제로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됐을 때를 대비해 남한에서 자라난 우리 어린이들에게 미리 그런 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2015년 10월 28일,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하는 세력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정교과서의 역사왜곡 문제는 가렸다.

② 이러다 우리 애들 친북 되겠다 :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사학법을 거부한 것은 목적과 의도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적은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친북·반미의 이념을 주입시키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2005년 12월 9일 기자회견)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노무현 정부와 전교조 등을 향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일성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자유민주주의를 관점을 제시했다.

[우린 망한다] "대한민국 빨갛게 빨갛게... 우리가 싸우자"

김무성 의원. 사진은 지난 2011년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당시 모습.
 김무성 의원. 사진은 지난 2011년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당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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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당선하면 자유시장경제가 흔들려서 빨갱이 세상이 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주로 반공교육을 받은 장년층·노년층의 공포와 혐오감을 자극한다. 때에 따라서는 '적화세상을 막기 위해 항전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까지 퍼트린다.

① 수도 서울이 위험하다 : "2004년 노무현 대통령께서 당시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보안법 철회에 앞장섰던 사람. 종북·친북주의자들이 최근 인터넷에서 설치는 것을 보면서 박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 - 유승민 새누리당 최고위원(2011년 10월 2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2011년 재보선 직전에 나온 말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의 색깔론은 점잖은 수준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박원순 후보가 당선하면) 서울 행정이 마비되고, 광화문광장은 반미 아지트가 되며, 서울의 안보가 무너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한국 역사상 최장 기간 서울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② 대한민국이 빨개진다 : "진보 이데올로기에 빠져 그게 진보인지, 종북인지 구분 못하는 세태를 틈타 부산부터 빨갛게 물들여 결국 대한민국 전체를 빨갛게 물들이겠다는 것을 우리가 막아내야 한다. 지금 이 사회에는 진보의 탈을 쓴 종북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동지 여러분! 우리가 맞서 싸워서 이겨야 한다." -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2012년 1월 4일 부산시당 신년하례회)

2012년 새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문재인-문성근-김정길을 부산에 출마시키겠다는 계획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때 '낙동강 전선'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은 2017년 12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 빨간 넥타이에 빨간 니트... '레드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은 2017년 12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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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의 색깔론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만 해도 색깔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일 홍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와 만난 자리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서니까 SBS도 빼앗기고"라고, 김종필 전 총리에게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헌을 '좌파 사회주의'로 설명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시장 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개헌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이명박) "북한의 빨간 사람들이 이미 반을 점령하고 있는 우리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김종필)라는 대답을 이끌어냈다. 새해를 맞아 여야는 지방선거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앞으로 선거판에서 어떤 형태의 색깔론이 얼마만큼 기승을 부릴지 지켜보자.


태그:#자유한국당, #새누리당, #색깔론,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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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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