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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한 여중이 만들어 전체 학생들에게 나눠 준 통신문.
 천안 한 여중이 만들어 전체 학생들에게 나눠 준 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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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교가 대설특보가 내려 빙판길인데도 방학 중 학생들을 동원해 교무실 등을 청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이 '학교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원 "운동장에 눈도 쓸라"

12일, 충남 천안 A여중과 이 학교 학부모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10일 오전 9시 30분 겨울방학 중인데도 1학년 한 개 반 학생 전체를 학교로 불렀다. 학교에 나온 17명의 학생들이 주로 한 일은 교무실과 행정실 청소, 쓰레기 통 비우기 등이었다. 이 학교 한 교원은 학생들에게 '운동장에 눈도 쓸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회피해 눈을 쓴 학생은 없었다고 한다.

이 학교는 청소용역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방학 중에는 근무하지 않는다. 이 학교가 만든 '휴가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문서를 살펴보니, 이 학교는 방학 기간에 학급별로 돌아가며 한 개 반 학생들 전체를 학교로 불렀다. 담임교사가 출근하는 날을 '학급 등교일'로 정한 것이다. 모이는 장소는 '중앙현관 앞'이었다.

그런데 이 날은 이 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렸다. 기상청은 이날 새벽부터 충남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학생들이 집을 나서기 시작한 이날 오전 8시 40분 현재 천안지역엔 9cm의 눈이 내렸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다시 한파주의보가 예고됐다. 기상청 국가기상종합정보 사이트에서 확인한 결과다.

이날 학생을 차에 태워 등교시킨 학부모 B씨는 "한파가 몰려온 엄동설한에, 그것도 대설특보가 내렸는데도 교무실 청소시키느라 어린 학생들을 동원한 학교가 제 정신이냐"면서 "빙판에 쭉쭉 미끄러지는 차에 아이를 태우고 학교에 가면서 온갖 생각이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안 한 여자중학교 교장이 겨울방학 직전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천안 한 여자중학교 교장이 겨울방학 직전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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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심 아무개 교장은 방학 직전인 지난 해 12월 29일자로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겨울철 (학생들의) 빙상사고 예방에 힘을 기울여주시기 바란다"고 학부모들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교장 "상담 위한 것, 의무 등교 아냐"

심 교장은 대설특보 속 학생들 동원에 대해 "학생들이 교무실 등을 청소한 것은 맞지만, 학생들 등교는 청소가 목적이 아니라 담임교사가 아이들 얼굴을 보며 상담도 하려는 취지였다"면서 "의무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기상특보 상황에서는 방학 중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학교는 학생 등교일에 정식 상담 프로그램을 운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시간에 걸친 등교시간 상당 부분을 어른들 활동 장소 청소하는 데 쓰도록 한 셈이다.

그러면서 심 교장은 "당일 '운동장 눈을 쓸라'고 한 교원의 말은 농담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방학 중 학생 등교'는 과거엔 '방학 중 청소당번'이란 이름으로 전국 상당수 학교에서 실시됐다. 하지만, 교사들도 방학 중 근무가 자율화되면서 학생 동원 청소는 상당수 학교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 학교는 교사들을 방학 중에 번갈아 학교에 나오게 하면서 학생들까지 동원한 것이다.


태그:#한파 속 학생동원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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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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