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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암에 걸린 채 일해 온 50대 수도검침원이 끝내 숨을 거두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자치단체와 민간위탁도급 계약을 맺고 일해 온 그의 죽음 소식에 동료들은 '정규직 전환'과 '제도개선'을 바라고 있다.

수도검침원 이아무개(57)씨는 지난 25일 오후 사망했다. 이씨는 2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과 함께 살아 왔다. 3살 때 아버지를 여읜 아들은 성인이 되어 군대까지 다녀 왔다.

이씨가 수도검침 일을 시작한 때는 15년 전부터. 매년 창원시와 민간위탁도급 계약을 맺었고, 1년마다 갱신해 왔다.

이씨는 사직서를 써 놓았지만 창원시에 끝내 접수하지 못했다. 그가 써 놓았던 사직서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2018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사직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라 되어 있었고, 제출일을 '3월 26일'로 해 놓았다.

이 사직서는 동료 검침원이 받아서 갖고 있다가 이날 낼 예정이었다.

동료 검침원은 "우리는 4대 보험도 없고, 퇴직금도 없으며 병가를 쓸 수 있는 아무런 제도가 없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대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유족도 안타까워한다. 이씨의 오빠는 "3년 전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고, 일하러 다닌다기에 괜찮은 줄 알았다. 얼마 전에 소화가 잘 안 된다며 병원을 다시 찾았다가 암이 전이가 많이 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동생이 수도검침원으로 일한다기에 무기계약직인 줄 알았다. 처음 발병은 일과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픈데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계속 일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들어 보니 안타깝다. 점검해야 하는 물량도 있다 보니 그런 것 같고,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도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오빠는 "수도검침원은 근로자 지위도 인정받지 못하고, 건강검진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며 "동생은 그렇게 되었지만, 다른 수도검침원이라도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상하수도 계량기 수도검침원 이아무개씨가 창원시에 내려고 써놓았던 '사직서'다. 3년 전부터 암을 앓아온 이씨는 지난 25일 오후 사망했다.
 상하수도 계량기 수도검침원 이아무개씨가 창원시에 내려고 써놓았던 '사직서'다. 3년 전부터 암을 앓아온 이씨는 지난 25일 오후 사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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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수도검침은 전기요금·KBS수신료와 함께 징수되다 지금은 분리되었다. 전국 지자체의 수도검침원 운영 형태는 다양하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일용직, 계약직, 무기계약직(정규직), 공무직을 두기도 하는데, 창원시는 민간위탁도급계약 방식이다.

민간위탁도급계약은 4대보험 혜택이 없는, 수탁자(검침원)는 이른바 개별사업자인 셈이다. 이씨가 아파도 창원시 해당 부서에서는 그런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수도검침원은 담당구역 내 상수도(지하수) 계량기를 검침하고, 요금고지와 체납독촉 등을 하며, 계량기 작동 이상 유무를 확인해 통지하고, 수누 파악 등의 업무를 한다.

이씨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동료 검침원들은 그의 업무를 나눠 대신해 주려고 했지만, 이 또한 계약조건 때문에 할 수 없었다.

'창원시 상하수도 계량기 검침 등의 민간위탁 도급계약 관리 규정'에 보면, '수용가와 담합하여 임의조정 검침한 경우'거나 '3개월 이상 수급사무를 처리하지 못할 만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계약해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씨를 비롯한 수도검침원들은 최근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들은 수도검침원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경종 일반노조 중부경남지부장은 "검침원들은 4대보험은 물론 직장건강검진 대상도 아니고, 개별 보험 가입해야 한다"며 "이씨는 아파서 병원에 실려 갈 때까지 일을 한 셈이고, 그동안 아픈데도 병가도 쓸 수 없었던 상황"이라 말했다.

일반노조는 "수도검침원은 창원시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 그렇다면 당연히 노동자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창원시는 검침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개별 사업자라는 것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이씨에 대해 "몇 달 전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은 들었지만 구체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몰랐고, 근래 알았다"며 "계약이 안 될까 싶어 건강 상태를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 입원했다길래 오늘 병문안 갈 예정이었다"며 "검침원의 경우 상해사망보험에 가입을 해 놓았지만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은 창원시 수도검침원들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은 창원시 수도검침원들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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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수도검침원, #창원시, #민간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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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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