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행동은 사회운동의 가장 전통적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직접행동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조직하기 유용하고, 문제점이나 이슈를 널리 알리는데 효과적이며, 창의적인 직접행동은 재미있고 모두에게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직접행동은 무수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성공적인 직접행동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가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전쟁없는세상은 다양한 사례 연구 및 경험나누기, 연습활동들을 통해 직접행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성공적인 직접행동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접행동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고 싶은 분들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청해주세요. - 기자 말

직접행동은 지배 엘리트 계층에 대해 자기 이익을 반영하지 못하고 별다른 지렛대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또한, 직접행동은 도덕적이거나 정치적인 동기에서 공개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뜻한다.
- <직접행동> 에이프릴 카터

지난 글에서 국방위원장실 점거 직접행동이 어떤 면에서 실패였는지 왜 실패했는지를 살펴봤다. 이제부터는 성공적인 직접행동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명확한 목적과 구체적인 목표

직접행동은 명확하고 목적과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사실 직접행동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운동 캠페인, 혹은 사회 운동 영역 밖에 있는 인간사의 모든 정치적 행위가 다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의외로 목적이 없거나 목표가 추상적인 채 직접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캠페인의 경우에는 명확하고 목적, 정확한 목표가 없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달력식 사업일 때. 캠페인이 반복되다 보면 처음에 세웠던 목적과 목표는 희미해진 채 실무과정만 남게 된다. 캠페인을 수행하는 활동가들은 점점 목적도 목표도 없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관성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이럴 경우 당연하게도 사라진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목적과 목표를 위에서 결정하고 내리꽂는 경우다. 직접행동이 목적과 목표가 불명확할 때는 이런 이유일 때가 많다. 지난번 글에서 다룬 국회 국방위원장실 점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방식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전달하기에는 수월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직접행동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구성원들은 행동의 목적과 목표 모르거나 알더라도 정보로서 암기한 채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직접행동 과정은 무수한 돌발상황과 창조적 갈등이 발생하는데, 시키는 일만 하는 활동가가 이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건 무리다.

구성원들이 목적과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는 모든 구성원이 직접행동의 목적과 목표를 찾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다. 함께 토론하면서 합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직접행동의 목적과 목표가 개개인의 목적과 목표로 받아들여진다. 이 과정은 쉽게 간과되거나 시간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무시되기 일쑤다. 우리가 조직 내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사실은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공유하는 목적이나 목표가 부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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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병역거부 운동의 목표와 전략을 찾기 위한 워크숍.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병역거부 운동을 돌아보기 위해 워크숍을 열었다. 활동가마다 우리의 목표에 대해, 그리고 현재 병역거부운동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해가 달랐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 워크숍에서 우리는 서로 토론하며 공동의 목적과 목표를 설함께 정했고 이는 그 뒤 병역거부운동을 펼쳐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큰 단위의 캠페인 뿐만 아니라, 각각의 직접행동 또한 함께 목적과 목표를 찾는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직접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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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짊어지기 

국방위원장실 점거 직접행동 때 로비에서 경위들을 유인하는 역할은 누가 할지, 국방위원장실에 들어가는 역할을 각각 누가 할지를 조직의 지도부에서 결정해줬다. 덕분에 우리는 지난한 과정을 생략한 채 직접행동에 빠르게 착수할 수 있었다. 효율적으로 진행되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일까? 지도부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마주할 상황과 우리가 견뎌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연행은 되겠지만 다들 그냥 훈방조치 될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사건으로 벌금을 선고받았다. 직접행동에 나섰던 다른 사람들은 벌금이 얼마나 나왔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들은 기억이 없다. 대부분은 나처럼 훈방조치 될 거라는 조직 중앙을 말을 믿고 직접행동을 한 뒤,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했을 거다. 다행히도 내 벌금은 당시 우리 학교 총학생회에 간부로 일하던 과 선배가 나서서 해결해줬다.

나는 지금 연행을 각오한 직접행동, 혹은 벌금을 내야 하는 직접행동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과정이다. 직접행동으로 구속되거나 벌금을 내는 경우,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했더라도 후회를 할 수다. 만약 누군가 시켜서 한 일이었다면 아마도 후회를 넘어 원망을 하게 되고 결국 상처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상처 때문에 사회운동을 떠나는 경우도 여럿 봤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직접행동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각자가 책임질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직접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역할이 필요하다. 가장 앞장서서 직접행동에 나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언론을 담당하는 사람, 경찰을 담당하는 사람, 사진이나 영상을 기록하는 사람. 각자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역할을 찾는다면 모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직접행동에 임할 것이다.

실행계획은 직접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결정해야

이때 조직이 할 일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법률적인 정보와 행동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 행동이 끼칠 영향에 대한 예측 등 많은 정보를 알려주어 활동가들이 판단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만약 구성원들이 모두 연행되는 부담을 지기 원하지 않는다면 연행되지 않을 안전한 직접행동을 짜야 한다. 꼭 연행이 되어야지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딘가를 봉쇄하거나 공권력의 부당한 직행을 막기 위한 직접행동은 아무래도 연행이나 위험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사람들이 아무도 연행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면 아쉽더라도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운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아주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바, 지금 당장 하나의 직접행동을 못 했다고 그 운동이 망하지 않고 반대로 하나의 직접행동에 성공했다고 사회운동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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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아덱스 저항행동 전, 참가자들이 어떤 직접행동을 어떻게 할지 정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실행계획, 행동원칙을 함께 정했기 때문에 행동에 나선 구성원 모두 더욱 책임감을 갖고 직접행동에 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원래 누가 시킨 것보다 스스로 정한 일에 책임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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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직접행동의 모든 상황에서 늘 모든 사람이 결정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묶는 숙소 앞에서 기습 시위를 하는 경우, 경찰들이 저쪽에서 달려오기 시작했는데 다 같이 모여서 의견을 나눌 여유는 없을 것이다. 이럴 때는 직접행동을 하기 전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돌발상황에서 판단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겨 그 사람의 판단대로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

다만 그 판단을 맡길 사람을 사전에 정하는 절차만큼은 모든 사람이 참여한 상황에서 민주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개개인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책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참가자가 너무 많은 경우 모든 사람이 함께 토론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는 소그룹에서 각자를 대표할 사람을 뽑아서 간접적으로 전체의 결정에 함께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소그룹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는 그룹원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 찾기 

사회운동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의미에 충실한 나머지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하는 것이다. 이는 직접행동을 수행할 때도 자주 저지르는 실수다. 성공적인 직접행동을 위해서는 방법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먼저 직접행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어떤 이슈를 널리 알리는 게 목적인 직접행동과,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을 막기 위한 직접행동은 당연하게도 전혀 다른 방법을 취해야 한다. 이슈를 널리 알리는 일도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인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목적인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고 당장 일어나는 일을 막기 위한 직접행동 또한 좀 더 구체적인 목표에 따라 다른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적당한 방법을 찾을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직접행동의 목표만이 아니다. 직접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의 상황이나 조건, 해당 이슈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그밖에 예측 가능한 돌발변수 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방법을 찾을 때 고려해야 할 두 번째 항목은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 우리의 목적과 일치하는 지이다. 사회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 모든 곳에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걸 늘 명심해야 한다. 사회운동이 선택하는 모든 방법은 궁극적인 목표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당장의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비민주적인 방법, 폭력적인 방법, 비윤리적인 방법을 선택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 직접행동이 꼭 합법적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법은 오히려 목적 달성에 해가 된다는 뜻이고, 긴 시선으로 보자면 결국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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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반 당시 장애인 이동권 투쟁. 적절한 직접행동 방식은 직접행동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목적 달성을 가로막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보고서 ― 버스를 타자!> 중 한 장면. 지배적인 권력(혹은 기득권)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어 직접헹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든다. 장애인 이동권 연대의 버스타기 투쟁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무엇을 위한 투쟁인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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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행동을 위해 필요한 훈련과 연습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직접행동 또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과정이 중요하다. 때로는 우연한 사건으로 사회운동이 촉발되는 경우도 있지만, 우연한 사건을 특별한 계기로 만드는 것 자체가 준비된 이들의 특별한 능력이다.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도화선이 된 로자 파크스의 행동은 돌발적이었지만, 로자 파크스가 흑인 민권운동 활동가이며 동료들과 함께 흑인 민권운동을 잘하기 위해 직접행동을 끊임없이 준비하고 기획하고 연습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떤 식으로 직접행동을 할지, 그렇게 행동에 나섰을 경우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이며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좋은지 함께 토론해서 결정하고 결정된 것을 부단히 연습했다. 극렬한 인종주의자들이 활동가들에게 모욕과 폭력을 행사할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훈련하고, 직접행동 와중에 주도적인 활동가가 잡혀가면 그 뒤에는 어떻게 대응할지를 미리 준비했다.

우리는 종종 현실적인 문제들-너무 많은 일, 너무 바쁜 활동가들 등등-을 핑계 삼아 직접행동을 위한 준비들, 훈련과 연습을 게을리한 채 직접행동에 나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직접행동 시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 함께 목적과 목표를 찾아가는 연습,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한 연구를 평소에 꾸준히 해나간다면, 실제 직접행동 시에 맞닥뜨릴 상황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직접행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한다면 직접행동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간과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준비와 노력 없이는 성공이 없다는 인간 세상의 보편적인 원리다. 직접행동과 사회운동도 이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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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평화캠프 때 진행한 봉쇄 직접행동 시뮬레이션. 당연하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직접행동도 많은 연습과 훈련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연습과 훈련은 직접행동 준비 과정, 실행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일들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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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성공적인 직접행동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살펴봤다. 물론 직접행동의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이 글에서 정리한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며, 위에서 이야기하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더라도 직접행동이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노력한 뒤 실패하는 것이 아무런 노력도 없는 실패보다 더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남겨준다.

사회운동이 단 한 번의 성공적인 직접행동으로 궁극적인 목표가 달성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성공만큼 과정 또한 중요하다.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실패는 우리에게 남겨주는 게 없지만, 성공하기 위한 노력은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다음번 성공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