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스틸컷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스틸컷 ⓒ 상구네 필름


5.18 광주민주화운동 생존자들의 육성 증언으로 구성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오월애)>(2010)는 조연출 주로미씨가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다. 1980년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당시 학생이었던 주로미는 학교와 어른들이 가르쳐준 대로 5.18을 폭동으로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광주에 대한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1980년 5월의 광주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아이들과 함께 광주를 찾는다.

<오월愛>가 제작되던 2000년대 후반은 5.18에 관한 많은 증언과 자료가 축적되고 정교화되었지만 동시에 5.18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다는 불안감이 증폭된 시절이다. 구 전남도청 별관 철거를 두고 광주 시민들 간에 극렬한 대립을 벌인 상황을 시작으로 5.18 관련 추모 행사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키는 당시 정부의 태도 등을 보면 마치 일부 사람들은 광주를 빨리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광주는 여전히 1980년 5월의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980년 당시 광주에 살았던 시민들의 상당수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월愛>가 주목한 광주 사람들은 5.18 공식 기록에서 소외되고 제외된 무명의 시민들이다.

<오월愛>의 인터뷰이로 등장한 5.18 생존자들의 대부분은 스스로를 잃을 것이 없던 사람으로 규정한다. <오월愛>에 등장하는 광주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은 노동자, 여성 등 그간 5.18에 관련한 (공식) 기록, 증언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무명의 생존자들 증언을 들으며 영화를 이끄는 화자는 여성인 주로미씨다.

여성의 시선, 5.18 생존자들의 증언 재구성한 영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스틸컷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스틸컷 ⓒ 상구네 필름


김태일 감독과 주로미씨는 부부다. 두 사람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광주민주항쟁의 의미를 다룬 <오월愛>뿐만 아니라 내전으로 얼룩진 캄보디아를 뜨레이 부족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웰랑 뜨레이>(2012)를 제작한 바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대를 이은 수난사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아픈 현대사를 고찰하는 <올 리브 올리브>(2016)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들은 가족 영화 제작집단 '상구네 필름'을 조직해 부부는 물론이고 10대인 두 자녀까지 촬영, 편집 등 전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독특한 제작 시스템을 보여준다.

<오월愛> 조연출로 영화 제작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던 주로미씨는 <올 리브 올리브>에서 김태일 감독과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리기에 이른다. 국가폭력이 일어난 참사의 현장, 분쟁 지역에 사는 생존자 혹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온 가족의 이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김태일, 주로미 감독은 주류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민중들의 생활사와 구술사를 통해 세계사를 다시 재구성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진행 중이다.

<오월愛>는 김태일-주로미 감독의 민중의 세계사 첫 번째 프로젝트다. 이 영화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여성의 시선에서 광주를 바라보고 5.18 생존자들의 증언을 재구성한다. 영화에서 김태일-주로미 감독이 만났던 사람들은 광주 민주화운동 생존자이자 광주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민중들이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참여했던 인터뷰이들은 자신들처럼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았지만 취사조로 활동하며 시민군을 도왔던 여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전남도청에서 항쟁하던 시민들뿐만 아니라 뒤에서 시민군들의 투쟁을 도왔던 여성들 또한 함께 목숨 걸고 싸웠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에 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살아남은 시민들의 삶으로 광주 민주항쟁 다시 보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스틸컷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스틸컷 ⓒ 상구네 필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스틸컷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스틸컷 ⓒ 상구네 필름


<오월愛>는 주로미 감독과 5.18 생존자가 번갈아 가며 내레이션을 맡았다. 외부인인 여성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살아남은 광주 시민 입장에서 19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하는 형식이다. 영화는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며 민중 중심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자 한다.

우리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실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 밝혀내야 할 부분 또한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최근에는 미투 운동 분위기에 힘입어 광주 민주항쟁 당시 계엄군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지금보다 더 많은 증언과 기록이 필요한 '현재 진행형' 역사이며, 보다 다양한 시선과 관점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를 바라보는 시도 또한 필요하다.

<오월愛>는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살아남은 평범한 시민들의 삶, 관찰과 기록을 비춘다. 이를 통해 (공식) 역사에서 배제된 노동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중심으로 5.18을 다시 보고자 하는 기념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포스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에 참여했던 여성, 노동자 등 민중의 관점에서 기록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2010) 포스터 ⓒ 상구네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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