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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최다 추천을 받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목이다. 청와대가 지금껏 올라온 국민청원 약 16만 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원이 주로 여성·아기·학생 등 약자를 위한 호소가 전달되는 직접적 통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14일 최다 추천을 받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목이다. 청와대가 지금껏 올라온 국민청원 약 16만 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원이 주로 여성·아기·학생 등 약자를 위한 호소가 전달되는 직접적 통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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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은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하여 19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개설되었다. 이는 미국 백악관의 'We the people'이라는 국민 청원 게시판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별도의 가입이나 인증 절차 없이 트위터, 네이버 혹은 트위터 중 하나의 계정과 연동하여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어떠한 제약도 없이 청원을 게시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의 용이성 때문에 청원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 백개의 청원이 게시된다. 청원에 대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모일 경우 청와대는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내놓는다.

앞서 말한 접근의 용이성과 정부의 빠른 피드백 때문에 청원 게시판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청원 게시판은 국민들의 다양한 형태의 목소리들을 모아 정부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청원 게시판이 급격한 속도로 활성화됨에 따라 그 부작용 또한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한 예시로 평창 동계 올림픽의 열기로 한국이 뜨거웠던 지난 2월, 청원 게시판에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되었고 청원은 거의 하루만에 20만 명의 동의자를 넘겨 최종적으로는 약 61만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당시, 분명히 선수들의 행동은 한 국가의 대표로서 결코 보여서는 안될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에 책임을 묻고 해명을 하며, 그들의 자격 박탈 여부를 정하는 기관은 청와대가 아니다. 이러한 인민 재판 식의 청원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과 해결은 물론, 애초의 청원 제도의 개설 목적인 소통의 가치 또한 해친다.

또한 지난 2월 초에는 어느 판사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 측에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두순 출소 반대, 특정 법안 폐지 요구 등의 청원들이 국민들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이 이어졌다.

앞서 말했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정부 측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청원에 힘이 실린다면,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소통한다는 명분으로 행정부 측에 사법, 입법적 권한을 일부 제공해줄 여지가 있으며, 이는 우리가 늘 강조하는 삼권 분립의 원칙에 균열을 줄 염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성별 간 갈등 조장, 중복되는 청원, 동의자 수의 조작 가능성, 과도한 정치 편향성, 과도한 표현이 담긴 청원의 다수 발생 등은 청원 게시판을 본래 국민 청원 제도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국민 청원 게시판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고있는 현실이며, 심지어는 청원 게시판을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힘을 얻고 있다. 누군가는 청원 게시판을 다양한 의견이 오고가는 공론장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기관에 의견 표출도 못하는 한국 대중들의 '냄비 근성'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장소로 본다.

하지만 문제의 초점을 현재 청원 게시판의 부작용과 폐해에서, 좀 더 본질적인 주제인 '왜 그토록 청원을 하는가?'로 옮겨본다면 국민 청원 제도에 대해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도대체 왜 청원을 게시하는 사람들은 민원 센터에 민원을 접수하지 않으며, 법안에 관한 문제를 왜 법원이나 국회에는 따지지 않으며, 조두순 출소 반대 혹은 여성 보호 등의 의견을 도대체 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얘기하는 것일까.

앞서 청원 게시판의 활성화 요인으로 접근 용이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것은 간단한 민원, 불만, 불안감, 분노 등을 토로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관련 기관이 주변에 없거나 혹은 있다 해도 대부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점에 주목할 때 우리는 국민 청원 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에 앞서 제도에 대해 더욱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청와대 국민 청원 제도라는 것이 여성들, 빈곤 계층들, 청년들 등 각계 각층에 존재하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대답해주는 유일하면서도 유의미하게 느껴지는 수단이 아니었을까 한다.

따라서 정부 뿐만이 아니라 지자체, 시민단체 등 국민들의 도처에 있는 다양한 기관들이 먼저 나서서 지나치게 국민 청원 제도에 의존적이었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들을 알리고 고쳐나가야 한다. 물론 국민 청원 제도의 허점과 부작용들이 개선될 수 있게끔 청원 제도의 수정과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 함양 또한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모습으로 개선된 국민 청원 제도를 통해 국민이 묻고 정부가 답하며 사회가 좀 더 좋게 바뀌어가는 선순환을 이루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요약]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의 문제점은 많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난하기 이전에 청원 게시판이 왜 이토록 활성화되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 도처에 있는 기관들 혹은 시민단체 등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청원 게시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따라서 청와대 국민 청원 제도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수정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 각 단체 및 대표들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변화를 이끌어낼 소통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태그:#청원게시판, #국민청원,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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