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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 지하철 승하차 투쟁
▲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 지하철 승하차 투쟁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 지하철 승하차 투쟁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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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위험은 대비하면서 우리 장애인들의 안전,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

지하철 신길역 1호선 승강장.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나무관에 국화꽃 한 송이씩을 둔 채 의정부행 열차에 탑승했다. 40여 명의 장애인들이 탑승을 끝낸 뒤, 상복을 입은 4명의 남자가 나무 관을 들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이들은 "내가 한경덕이다"라며 "우리도 그렇게 죽어갈 수 있다"라고 외쳤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차별철폐연대)는 2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신길역 리프트에서 사망한 고 한경덕씨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취임과 함께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러 가기 위해 이들은 지하철을 탔다.

지난 14일에 이은 2차 승하차 시위다. 하지만 이날은 1차 때처럼 역마다 승하차를 반복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 "나가! XXX아" 장애인들이 욕먹을 각오하고 전철 탄 까닭) 이날은 상복을 입고 관을 든 이들과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1호선 신길역에 도착한 열차 한 칸에 줄지어 탄 뒤, 서울역에서 일렬로 내렸다. 이들은 이후 도착한 열차를 타고 시청역에 도착해 해당 역에 오는 열차들에 타고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시민들 "서울시장한테 가서 말해"..."박원순 시장은 뭐하는 거야" 지하철 속 외침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 지하철 승하차 투쟁
▲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 지하철 승하차 투쟁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 지하철 승하차 투쟁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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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8분 신길역 1호선 승강장에 의정부행 열차가 도착했다. 시위대가 모두 탑승하기 까지 13분이 걸렸다. 지난 1차 투쟁처럼 역마다 타고 내리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한 시민은 "시민들의 발을 묶어두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도대체 몇 분을 이러는 거야"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또 다른 시민은 "아씨, 서울시청 가서 해!!"라며 "시민이 무슨 죄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열차 안에 있던 장애인단체 활동가가 "저희가 서울시장한테 만나달라고 요청하고 청와대 앞에서도 농성을 하는데 들어주지를 않는다"라고 하소연을 하니 한 시민은 "취지는 알겠는데, 시민들을 괴롭히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농성을 더 하든 해라"라고 말했다.

오후 3시 15분쯤 열차는 서울역에 도착했다. 장애인들이 내리는데 시간이 소요되자 한 시민은 얼굴을 붉히며 "빨리 내려라"라고 외쳤다. 그는 "광화문 지하도에서도 그렇게 오래했으면 됐지"라며 "17년을 타고 다니면서 이렇게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야"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는 "하차에 시간이 걸리니, 어르신들이 화가 나셨는지 왼쪽 어깨를 손으로 밀치더라"라며 "전동휠체어를 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활동가가 나눠준 장애인 이동권 관련 유인물을 접어서 전동휠체어 쪽으로 던지는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은 "도대체 박원순 시장은 뭐하는 거야"라며 "빨리 해결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시민들을 향해 장애인들은 "불편 끼쳐서 정말 죄송하다"라면서 "그렇지만 죽고 싶지 않아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리곤 장애인들은 열차 안에서 "나는 한경덕이다. 살인기계 리프트 철거하라. 박원순 시장은 사과하라"라고 외쳤다.

장애인들이 시민들의 모욕과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한 것은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한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려다 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신길역 환승 구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반드시 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리프트 이용을 위해 호출버튼을 누르려던 한씨는 절벽 같은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결국 올해 1월 사망했다.

장애인 "태풍보다 지하철 리프트가 더 무섭다"

시위대는 오후 3시 48분 시청역에 도착했다. 출발한 지 1시간 10분만이었다. 시청역에 도착한 이들은 곧이어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성규 서울시장 비서실장에게 '서울시장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장애인들은 지하철 이동을 위해 이용해야만 하는 리프트가 세찬 비바람보다 두렵다고 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추경진 활동가는 "오늘 태풍이 왔다고 한다"라며 "태풍보다 지하철 리프트가 더 무섭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김아무개씨도 "리프트는 레일에 연결돼 공중에 붕 떠서 가는 것이다 보니 탈 때마다 무섭다"라며 "언제 고장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이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씨는 "리프트는 편의시설이 아닌 위험시설이다"라며 "빨리 엘리베이터로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이 '사람이 먼저다' 아니냐"라며서 "그 말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동권은 기본권이고 인권인데 이렇게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비참하다"라고 덧붙였다.

문애린 활동가는 "장애인들도 이동을 해야, 친구도 만나고 교육도 받고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다"라며 "장애인들도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리고 있는 이동을 해야만 일을 하고 돈을 벌어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다"라고 부르짖었다.

박경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 사고는 박원순 시장이 재직할 때 일어난 일이다"라며 "오늘은 박원순 시장의 업무 시작일이다. 박 시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장애인 이동권, #신길역 추락사고, #장애인 리프트,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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