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버비콘> 포스터.

영화 <서버비콘> 포스터. ⓒ (주)영화사 진진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 서버비콘. 이곳에는 최고의 학교, 최고의 병원, 최고의 마트... 모든 것이 있다. 단 하나, 흑인 이웃 외에는. 영화 <서버비콘>은 이 마을에 흑인 마이어스 가족이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마이어스 가족이 이사 온 직후, 서버비콘에 사는 행복한 가장 가드너(맷 데이먼)는 아내 로즈(줄리안 무어)를 죽이고, 그 보험금으로 쌍둥이 처제 마가렛(줄리안 무어)과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획을 세운다. 그들의 집에 숨어든 강도는 가드너가 고용한 청부살인 업자였고, 로즈는 아들 니키(노아 주프) 앞에서 살해당하고 만다.

치안, 행정, 교육... 무엇이든 최고인 서버비콘에서 마냥 행복한 삶을 살던 사람들은 강도 살인사건 이후 자신들이 마을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들의 갈 곳 없는 불안과 공포는, 때마침 마을로 이사 온 마이어스 가족을 향한다. 마이어스 가족이 이웃들에게 위협을 가한 적도 없는데, 그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서버비콘 안정의 파괴자로 지목된다.

편견에 사로잡힌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진짜 공포

 영화 <서버비콘> 스틸 사진.

영화 <서버비콘> 스틸 사진. ⓒ (주)영화사 진진


이들의 갈 곳 없는 공포가 마이어스 가족을 향한 폭력으로 발전하는 사이, 바로 옆집인 가드너 집에서 일어나는 진짜 공포는 묻히고 만다.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마이어스 가족을 쫓아내는 데만 온 신경이 쏠린 마을 사람들. 그들은 바로 옆집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음에도 진짜 위험과 공포의 대상이 무엇인지 눈치채지 못한다.

그 사이 진짜 공포를 느끼는 건 가드너와 로즈의 아들 니키다. 모두 함께 엄마를 죽인 살인범들을 목격했지만 아빠와 이모는 경찰서에서 잡혀온 범인들을 모른 척한다. 엄마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지, 왜 엄마가 죽었는지, 사건의 모든 내용을 알게 되지만 어린 니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의 불안과 공포를 달래주는 이는 옆집 마이어스 가족의 어린 아들 앤디(토니 애스피노사)뿐. 하지만 마을 어른들은 앤디와 그 가족들을 쫓아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영화 <서버비콘> 스틸 사진.

영화 <서버비콘> 스틸 사진. ⓒ (주)영화사 진진


영화 <서버비콘>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억눌려왔던 미국인들의 소비욕구가 분출했고, 눈부신 경제 성장도 시작됐다. 노예제도는 진작에 폐지됐지만, 흑인 부유층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백인들의 반발심과 우월심리는 더 극성을 부렸다.

마을을 떠나지 않으려는 마이어스 가족의 배후에 '빨갱이'나 '유대인'이 있다거나, 이들을 내쫓지 않으면 머지않아 흑인과 백인이 한 데 섞여 사는 세상이 올 거라며 그런 미래를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일처럼 끔찍해 하는 서버비콘 사람들. 그들의 소란에 묻힌 자신들의 '진짜' 이웃 가드너 가족의 끔찍한 범죄. <서버비콘>은 이 시기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물질 만능주의가 일으킨 황당한 일들을 통해, 가장 화려했다 여겨지는 시기의 미국의 어두운 면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매제 가드너의 심상찮은 꿍꿍이를 느끼고, 조카 니키의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가드너의 종교(성공회)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불안의 진짜 원인을 눈치채지 못하는 미치(게리 바사라바) 삼촌의 설정도 의미심장하다. 

1950년대 미국 사회가 2018년에 던지는 메시지 

 영화 <서버비콘> 스틸 사진.

영화 <서버비콘>을 만든 조지 클루니 감독과 배우 맷 데이먼. ⓒ (주)영화사 진진


영화 <서버비콘>은 배우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고 미국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형제 감독, 에단 코엘-조엔 코엘이 각본을 썼다. 이들은 인종 차별의 시대를 지나, 표면적으로나마 '인종차별'이 금기시되던 미국 사회에서, 최근 시작된 인종 차별과 이민자 배척 등을 보며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이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영화에 명확하게 담겼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지난 2017년 10월 개봉 당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미국 관객들은 풍자가 너무 노골적이고 스토리가 예측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가 지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우리 관객들에게는 이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가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부색이 다른 이웃을 만난 1950년대 서버비콘 주민들의 공포를 통해, 예멘 난민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2018년의 한국인들 공포심을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를 보고 난 뒤 또 다른 대화거리가 될 듯하다. 12일 개봉.

한 줄 평 :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때론 단순함도 필요하다.  
평점 : ★★★☆ (3.5/5)


영화 <서버비콘> 관련 정보
각본/제작 : 코엔 형제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 : 조지 클루니
출연 : 맷 데이먼, 줄리안 무어, 노아 주프, 오스카 아이삭
수입 : 우성엔터테인먼트
배급 : (주) 영화사진진
장르 : 범죄잔혹극
러닝타임 : 105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사
개봉 : 2018년 7월 12일


서버비콘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줄리안 무어 코엔 형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