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유명배우 조지 클루니의 재산이 화제가 됐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기사 덕택이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포브스에 따르면, 조지 클루니는 드웨인 존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크리스 햄스워스·성룡 등을 제치고 최근 1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배우로 등극했다.

조지 클루니의 작년 6월부터 1년 간 수익은 무려 2억 3900만 달러. 2위를 기록한 드웨인 존슨의 1억 2400만 달러에 2배 가까운 수치였다. <포브스>는 클루니가 이 수입을 영화나 광고 수입보다 사업에서 거둬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3년 동업자들과 설립한 데킬라 제조회사를 양조업체에 양도하며 큰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감독까지 겸하는 클루니가 사회적 발언과 실천을 이어가는 동시에 뛰어난 '사업' 수완까지 갖고 있다는 걸 증명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런 셀러브리티들의 수입과 관련된 기사는 해마다 게재되는 경제지들의 단골 메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포브스>와 같은 세계적인 경제지가 이런 '핫' 뉴스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한국에도 이런 기사가 '존재'는 한다. 양상이 좀 다르다. '수입 1위'를 꼽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보도는 없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세청이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수입이나 소득신고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알려지기 어렵다.

사회적인 평판에 휘둘리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수입을 서구처럼 대놓고 공개하기엔, 아직 취약한 점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도 쉽지 않을 뿐더러 꼭 그게 나쁜 일만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대신 국세청은 세금을 탈루한 연예인이나 세금 고액 체납 연예인에 대한 정보는 빠뜨리지 않고 언론에 알리는 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도 이런 수입 관련 기사를 매일 마주하고 있다. 아예 정례화가 된 미 할리우드 배우들의 수입 기사와는 다른 연예인들의 수입과 관련 보도들, 바로 '연예인 건물주' 기사들이다.

건물주 강호동의 근황, 궁금하지 않다

 '강호동 건물주 됐다' 기사는 왜 잘못됐나

'강호동 건물주 됐다' 기사는 왜 잘못됐나 ⓒ 네이버 뉴스 화면


"강호동, 141억 원 건물주 됐다... 가로수길 중심상권"

지난 25일자 한 스포츠연예 매체의 기사 제목이다. 사실 별다른 뉴스도, 최근 뉴스도 아니다. 앞서 24일 방송된 'TV조선'의 예능 <별별톡쇼>에서 연예부 기자들이 전한 방송인 강호동의 건물 매입 내용을 받아 적은 단신이다. 물론 이런 기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쏟아진다.

방송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 자체가 그러니 그 내용을 갈무리한 기사 역시 같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별별톡쇼>는 "강호동이 최근에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중심상권에 위치한 141억 원 건물을 매입했다"고 전했다. 또 부동산업자와의 인터뷰를 포함해 관련 내용을 시시콜콜 털어놓았다.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짜리 건물이니, 평당 얼마니, 임대료는 층마다 얼마니 한다. 심지어 부동산업자들의 "잘 투자한 것"이라거나 "연예인이니 돈이 많아서 그냥 산 것"이란 반론(?)까지 전했다. 물론 이 기사들은 강호동의 지난 2012년 세금 탈루 논란도 빼먹지 않고 기술했다.

연예인이 건물을 매입하면 득달같이 그 소식이 전해진다. 지역은 물론 평당 시세나 향후 전망까지 빼곡하게 언급된다. 서울의 경우, 청담동이 포함된 강남구나 이태원과 한남동이 있는 용산구처럼 각 구 단위로 분석이 묶이기도 한다.

시세 차익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심 포인트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스타재테크'와 같은 고정 코너도 존재한다. 정말, 쉴 새 없이 정보들이 전해질뿐더러 깨알같이 꼼꼼하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최근 한 빌딩 투자 전문가의 1년 전 강연 영상을 '빌딩으로 대박난 연예인들의 투자비법'이란 기사로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하기도 했다. 이게 왜 문제냐고?

'부동산 공화국'과 건물주 신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스페셜 MC를 맡은 유투버 대도서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스페셜 MC를 맡은 유튜버 대도서관. ⓒ CBS


"그러니까 돈이라는 거에 대해서 우리가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수익이 나지 않으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사람은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UCC 열풍이 싸이월드가 있던 시절에 있었거든요. 영상을 너무 만들고 싶고 이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지만 몇 개월 있다가 그 열풍이 싹 사라졌어요. 전혀 돈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플랫폼과 인프라가 전혀 달라졌다는 거예요. 세상이 바뀌었다는 거죠."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지난 24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진행자로 나선 그는 "유투브에 레드오션은 없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위와 같이 분석했다. 아프리카 1인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는 이 크리에이터의 분석에 함께 출연한 어느 교수와 소설가는 수긍한다는 눈치였다.

맞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돈에 관심이 많다. 유투브라는 신종 콘텐츠 역시 그렇게 돈에 쏠리는 관심을 피해갈 순 없다. '연예인=돈'이란 공식도 깨지지 않는 신화와 같다. 그리고 이제, '조물주 위에 건물주' 시대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에 '건물주'가 등장한 지 오래다. 실제 건물주인 방송인 서장훈을 방송들은 '선망의 대상'이자 유머의 소재로 활용한다. 그러면서 수억, 수십억이란 숫자들이 자막으로 대화로 둥둥 떠다닌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의 맨얼굴이다.

이 모든 것이 세태의 반영일 순 있다. 연예인들이 하나 둘 '건물주'로 등극하는 현상 역시 비단 최근의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고장 난 브레이크를 달고 질주하는 자동차엔 제어가 필요한 법이다.

"제가 정한 가격이 정당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고, 족발 가격은 족발집 사장이 정하는 거고 임대 가격은 임대인(건물주)이 정하는 거죠. 그 가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거나 능력이 못 미치면 다른 데 가서 장사하시는 거죠. 그게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방식이고."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이 극대화된 '서촌 궁중족발 사태' 관련, 건물주 갑질로 결국 폭력을 자처한 '궁중족발' 건물주가 KBS와 한 인터뷰 중 일부다. 지금도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된 기사 댓글엔 건물주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입장에 감정이입을 한 것 같은 내용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결국 '연예인 건물주' 기사들도, 이를 넘어 도처에 만연한 '건물주 신화'들도 그 자본주의 방식을 긍정하고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가, 방송과 매체가 공고히 하고 있는 이 '건물주 신화'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결국 건물주가 장래희망인 초등학생 세대들의 반란과 반격을 마주할지도 모를 일이다.

'연예인 건물주' 기사들이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나쁜 기사인 이유는 거기에 있다. 심지어 그 '안물안궁'과 같은 보도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상관 없지 않은가. 그저 가십아니냐고? 그 '강제된' 가십을 우리는 포털 뉴스를 통해, 유튜브를 통해, 방송을 통해 너무 많이 소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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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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