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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변희수 하사 2주기를 맞아 고인의 꿈과 용기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앞으로 만들어갈 변화를 다짐하기 위해 4회에 걸쳐 연속 기고를 진행합니다. [편집자말]
2021년 3월 4일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1년 3월 4일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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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2023년 2월 27일이다. 변희수 하사가 가고 벌써 2년이 지났다. 2주기가 되는 날엔 오롯이 함께 나눈 기억과 시간만 헤아리면 될 줄 알았다. 얻을수록 허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변희수와 함께하는 이들이 그렸던 바람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부당하게 군에서 쫓겨난 변희수를 군대로 되돌려 놓는 일. 카메라 앞에서 군대로 돌아가겠다며 단단하게, 또 아프게 울던 변희수의 소중한 바람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가 곁에 있을 때도, 그리고 곁을 떠난 지금도.

2021년 10월 7일, 법원은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을 취소시켰다. 복무 중 성확정수술(성전환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군대에서 쫓아낸 건 현행법상 위법으로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변 하사가 살아있었다면 그날로 다시 군복을 입고 부대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군인이어야 할 사람이 위법한 처분으로 민간인이 되었으니 다시 군인이 되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건 당사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유효한 명제다. 군인 신분으로 사망한 사람은 '사망 군인'이 되어 법이 정한 대우를 받는다.

법원의 판결과 동시에 변희수는 '사망 군인'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사망 군인의 법적 지위는 셋으로 나뉜다. 교전 중에 사망하거나 적에 의해 사망하면 '전사', 전사 외의 공적인 죽음은 '순직', 사적인 죽음은 '일반 사망'이다.

그런데 평시에 '전사자'가 발생할 일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세간에는 전사와 순직을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는 이도 많다. 군인이 사망해서 순직자로 인정받았다는 뉴스 기사의 댓글 창에는 '뭐 이런 것도 순직으로 인정해주느냐?'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지만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이 있는 죽음은 다 '순직'으로 구분하는 것이 맞다. 법령상으로도 그렇다. 훈련 중 사망한 사람도, 근무 중 과로로 사망한 사람도, 가혹행위, 성폭력, 병영 부조리로 고통받다 사망한 사람도, 군인이라는 이유로 제때 진료받지 못해 사망한 사람도 모두 '순직자'로 대우한다.

변 하사의 죽음은 명백한 국가 책임

변희수도 마찬가지다. 변 하사는 복무 중에 지휘계통에 성확정수술을 할 병원과 일정, 향후 회복 계획까지 상세히 보고하고 허가를 얻어 휴가를 떠났다. 지휘관들은 수술 후의 부대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차차 함께 고민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부대원들도 응원해주었다.

그들은 오랜 전우였던 변희수의 새로운 모습을 함께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혹자가 얘기하는 것처럼 변 하사가 어느 날 갑자기 남몰래 수술을 하고 나타나 계속 복무하게 해달라는 요구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해외로 출국했고, 수술을 했으며, 정해진 휴가 복귀일에 한국으로 돌아와 예정된 대로 군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변 하사는 회복을 마치고 다시 부대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별 탈 없이 흘러가던 흐름을 막아선 건 육군본부였다. 육본은 변 하사가 남성의 성기를 상실한 것이 '더 이상 군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심신장애'란 이유로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사실 트랜스젠더란 이유로는 쫓아낼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억지로 만들어 낸 해괴한 논리였다. 그렇게 트랜스젠더 여성인 변 하사는 남성 성기가 없기 때문에 군 복무를 할 자격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쫓겨났다.

변 하사는 느닷없는 전역 처분에 꽤 많은 날을 힘들어했다. 변 하사를 진료해 온 주치의의 소견과 진단, 주변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변 하사는 강제 전역 직후 상당한 괴로움을 호소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 절망의 시간 속에서 변 하사는 세상을 떠났다.
 
2021년 10월 7일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년 10월 7일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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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법원은 강제 전역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전역을 취소시켰다. 결과적으로 변 하사는 국가의 위법한 처분으로 겪을 필요가 없는 심리적 고통을 장기간 겪어온 셈이 된 것이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도 심리부검 등을 통해 변 하사가 사망하게 된 데에는 위법한 강제 전역 처분이 주효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라 규명했다.

바꿔 말하면 무리수를 둬서 강제로 쫓아내지 않고 계속 복무시켰으면 세상을 떠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란 말이다. 이처럼 죽음의 원인이 된 전역 처분이 국가의 위법 행위에 기인한 것이라면 변 하사의 죽음은 명백한 국가 책임이 되기 때문에 공적인 사망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육군은 2022년 12월 1일, 변 하사가 '사망 군인' 신분을 회복한 날로부터 1년 2개월여 만에 변희수의 사망 구분을 '일반 사망'으로 정했다. 사적인 이유로 죽었다는 것이다.

국가도 잘못하면 사과해야

이러한 결정에는 육군의 불편하고 복잡한 속내가 담겨있다. 변 하사를 순직자로 인정하는 순간 육군은 스스로 위법 처분의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변 하사가 군에서 부조리한 처우를 겪고 극단적 선택을 하여 순직자가 된 여타의 군인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육군이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 결정은 단순한 사망 구분이 아니다. 변 하사의 죽음엔 국가의 책임이 없다는 육군의 선언이나 다름없다. 법원의 판결도, 대통령 소속 기구의 권고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원 판결을 뒤집거나 승복하지 않을 방도가 없으니 위법 처분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회피할 방법으로 순직 심사를 써먹은 것이다.

지난 1월 3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를 상대로 육군의 이러한 결정에 제동을 거는 권고를 의결했다. 아직 결정문이 국방부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법에 따라 국방부는 변 하사의 순직 심사를 다시 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각 군의 순직 심사 결과에 대해 재심사를 권고할 권한을 갖고 있고, 권고가 이뤄지면 국방부는 반드시 이를 따라 재심사를 실시해야 한다.

국가에 의해 한 사람이 부당하게 직장에서 쫓겨나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다 세상을 떠났다. 국가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한 사람의 꿈과 가능성을 짓밟은 것이다. 변 하사 죽음에 직접 책임이 있는 육군이 스스로 이러한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 없다면 상위의 국방부라도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법원,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한목소리로 육군의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마당에 국방부까지 계속 억지 고집을 부릴 까닭이 없다. 이번 기회에 순직 결정으로 이 비극을 매듭짓고 변희수가 우리 군에 남기고 간 숙제를 함께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차제에 순직 제도도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경찰도, 소방도, 일반공무원도 순직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소속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 모두 인사혁신처에서 판단한다.

공무원의 죽음에서 국가가 책임질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는 일을 하는데 책임져야 할 당사자에게 그 결정권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중앙행정부처 중 군대만 사망 구분 심사를 자체적으로 한다. 이런 제도 여건하에서는 언제든 순직 심사가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국가도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해야 한다. 국가의 사과는 단순한 말의 나열 이상을 의미한다. 비슷한 과오가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제도의 다짐이다. 그러자면 과오를 짚는 과정부터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군인의 순직 심사 권한도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인사혁신처로 이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부디 3주기엔 변 하사를 오롯이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 변희수 하사의 안식을 바란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변희수 하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시민 탄원서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탄원서는 2023년 2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모집 기간 : 2023. 2. 13(월) ~ 2. 24(금) https://bit.ly/bhs_petition

[변희수 하사 2주기 추모 연속 기고 ①] 변희수가 남긴 마지막 말 생생한데... 육군은 참 비겁하다
[변희수 하사 2주기 추모 연속 기고 ②] 대놓고 차별과 혐오... 군대에서 더 고통 받는 사람들

태그:#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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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시민의 힘으로 지키는 군인의 인권, 군사 독재의 잔재를 걷어 낸 시민의 군대를 상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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